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 아침달 시집 43
황성희 지음 / 아침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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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영혼과 관계된 이야기만 있다. 잘 보이지 않는 그것을 언어로 현현한 

그래서 


시를 읽고 있으면 여전히 막막하다 혹은 먹먹하다.

최승자 선생님의 쓸쓸해서 머나먼 같다. 

오래전 필사해둔 시들을 들적이다 보면 뭐 이리 막막한 마음들인가 싶은데

아침마다 만나는 막막한 마음

인생의 한 단면

지나치고 어서 금전이나 생활 쪽으로 기울어야는데 그러지 못하고 남은 것들을 그러 모아놓은 듯도 한 


참 그렇네, 그렇지 하며 보는 중이던

시는 뭘까 생각하게 하는 시집

시는 중얼거림, 읊조림 같다가도 

그보다 더 진하고


2025 9 30일 화요일

--


밤에 시를 읽다 보면



위험한 주문을 안전하게 잉태한 시들이 있다

태양 아래 대대로 형체가 사라지는 검은 시간


그때 자칭 우리에게는 날개가 돋아날 수 있다

낯선 깃털이 평생의 이름을 뚫고 돋을 수 있다


한 생애를 관장하던 머리도 잠시 내려놓고

그 소용 많던 팔과 다리도 잠시 내려놓고


스스로에 대해 아무 생각도 가동하지 말고

호흡 이외 새롭게 구동하는 방식에 힘입어


우리는 지상의 위로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


오래 추락한 끝에 비로소 떠오르는 것처럼

이 세계의 시간에서 그제야 깨어나는 것처럼


우연처럼 심어두었던 곳곳의 가로등이

운명처럼 다 밝히지 못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그림자들


두런두런 날갯짓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지상에 버려진 얼굴 위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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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해안 동물과 물고기 도감 딩동~ 도감 시리즈
최순규.박지환 지음 / 지성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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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한번도 물고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먹기 위해 갈치나 고등어, 청어 등을 시장에서 보고 가격을 알아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일하느라 물고기에 잠깐 관심을 가진 것도 잠시, 일은 일인지라 또 금세 잊혀졌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복어와 함께 감성돔이나 돌돔, 참돔, 뱅에돔을 알게 됐다. 쥐놀래미, 우럭, 붕장어, 삼치, 성대, 보리멸, 백조기가 낚시줄에 걸려 팔딱거리면 존재가 살아난다. 

그런가 하면 물속에 들어가며 범돔이며 양태를 보고 그 외의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누구일까 궁금해서 도감을 하나 둘 빌려보고 있다. 

수많은 조개류와 게들, 물고기들이 나온다. 심지어 이 책에 나오는 물고기들은 모두 민물에 사는 녀석들이었다. 빌려온 물고기검색도감도 마찬가지로 바닷물고기 그림 도감을 따로 또 보며 물고기는 민물에 사는 아이들과 바닷물에 사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감만 봐서는 잘 모르겠는 데다 이미 여름이 끝나 물속에 들어갈 일은 줄어들고 (오늘 바다에 들어갔다가 파도가 세서 혼이 났다) 있지만 하나 알게 됐다. 나는 물고기를 모르는구나. 물속 물고기는 아름답고 식탁 위 물고기는 맛있는, 이상한 이야기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어릴 때 보던 책을 본다며 깔깔 웃었다. 내가 봐도 그렇다. 어릴 때는 물고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것을 어릴 때부터 보고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각자 삶은 다르다. 



2025 9 30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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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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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대한 책이다. 

밑줄 쳐둔 글들을 보다 든 생각이다.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에 대한 글인가 했고 인생의 향기를 얻는 방법에 대한 글인가도 했으나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이 곧 자유다. 

처음에는 뻔한 말 같기도 했으나 밤마다 조금씩 읽어나가며 '참 좋다'를 몇 번이나 되뇌었다.

담백함, 평정심, 너그러움, 내면의 중심, 맑은 의식, 냉정한 통찰을 통해,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높고 투명한 마음에 깃들게 되는 고요를 이야기한다. 순간을 알고 다스릴 줄 아는 내면의 눈, 

생각에 매이지 않는 상태로 지금 이 순간의 흐름 속에 있는, 다른 말로 바꾸면 어디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법이다.


언젠가 회사생활을 하거나 해서 마음이 복잡해지면 사서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며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전에도 조지훈 선생님이 역주한 '채근담'을 읽었다. 아마 여기 온 이유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럼에도 얼마나 뒤척이며 살았던가. 

다시 뒤척이면 이 역본을 사기로 했다. 우선 친구 생일 선물로 한 권 주는 것으로. 



-우선 구절들을 정리해둔다.


남을 향한 따뜻한 한마디와 작지만 선한 행동 


자신을 갈고 닦고자 하는 치열한 마음, 

유연함과 소박한 즐거움


잠시 들렀다가 가는 바람처럼 다시 고요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진정한 평정심

삶의 내면을 단단히 지키는 힘

평범한 일상에서 어떻게 나를 다스리느냐

흐름을 막지 않고, 머무름을 바라지 않는 마음

자유

통찰

멈출 수 있는 강한 의지

 ‘알고‘, ‘참는‘ 두 개의 기둥

고요한 강처럼 깊고도 넓은 내면의 힘

날카로운 통찰과 너그러운 품격

진정한 지혜는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데

‘되어야 할 사람‘이 되는

감정에 머무르지 않는 일

자연스럽게 오고 가도록 허용

감정 위에 깨어 있는 관조를 세우는 것

중심을 지키는 법

맑은 의식

분주한 가운데에서도 고요함

포용

냉정한 통찰

편견 없이 조용히 관찰

이해가 앞서야

마음은 더욱 차분

냉철한 이성

차가운 시선

넉넉한 마음

내면의 생명력

나눌 줄 알고

가르칠 줄 아는 데

침묵

깊이와 열정

방향

묵묵히 쌓인 시간

삶의 속도에 자신을 조율 

너그러워

높고 투명한 마음

마음의 맑음과 고요함

멈춘다

덜어냄

순간을 알고 다스릴 줄 아는 내면의 눈

담백함

돌아설 것을 생각하는 지혜

생각에 매이지 않는 상태

지금 이 순간의흐름

흔들리지 않는 내면


2025 9 8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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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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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수영장에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바닷가에 산다. 여름이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닷물에 몸을 담그긴 했지만 수영을 못 하니 바다란 아름답지만 무서운 곳이었다. 수영장에서도 물의 부력이란 게 낯설었다. 거기에 바다라니. 파도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면 어쩌나 그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쩌나 몸이 가라앚고 숨을 쉬지 못하고 물을 먹고 등등 상상은 아찔했다. 자유형을 배우고 배영을 배우다 가뭄으로 인해 수영장이 문을 닫고 거기서 수영 강습은 멈췄다. 대신 바다 수영을 배우게 됐다. 스노클링 장비를 하나씩 사들이긴 했지만,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마스크와 스노클링 장비만 있으면 물에서 몸이 뜰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차츰 장비에 익숙해지고 거의 매일 바다에 나가 얕은 곳부터 차츰 적응해나가다 물 속 아름다움에 눈뜨게 됐다. 바위 틈사이의 물고기떼 이름이 알고 싶어졌다. 알아볼 수 있는 물고기는 범돔과 하꽁치뿐이다 보니 다른 녀석들도 알고 싶어져 물고기 사전을 사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물고기가 없더라도 물 속 세계는 아름답다. 물방울마저 천천히 떨어져내리는 모습이 신비롭다. 모래들이 반짝일 때면 저건 보석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보기도 한다. 햇볕이 잘 비치는 날은 미디어아트 전시를 보는 듯 하다. 파도가 쳐서 모래가 움직일 때조차 어느 예술가의 전시 같구나 하며 그것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이즈음 이 책을 읽어서인지 부럽지 않았다. 물 속 세상을 몰랐다면 부러웠을까? 

책을 읽으며 궁금했다. 어디까지가 경험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일까?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 소로도 생각나지만, 그만큼 핍진하지는 않다. 차라리 삼시세끼 풍이랄까. 손님이 오지 않는, PD가 없는 삼시세끼. 삼시세끼를 보면서 저거 알고 보면 제작진이 다 키워놓은 야채며 있으니까 가능한 거잖아,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씨 뿌리고 가꾸지 않으면 안 되는 조작된 자연스러움(그렇다고 삼시세끼를 안 본 건 아니다. 캐릭터며 그런 생활에 동경 같은 것들이 있어 그 TV 프로그램으로 위안을 얻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이기에 가능하지, 하면서도 혼자 무인도에 살면서 겪게 되는 위험이 없다는 게 어디까지 경험일까 궁금해하게 만든 대목이었고, 결국 판타지인가 하며 책을 덮었다. 


한때는 채식주의자에 가까운 인생을 살았다. 어릴 때부터 고기 맛을 좋아하지 않은 데다 타자의 고통을 먹는다는 게 불편한 측면이 더해졌다. 최근에 요리하는 사람을 만나며 그것이 동물임을 받아들이게 됐다. 선과 악이 아닌, 동물의 운명이랄까. 먹는다는 일에 깃든 절체절명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에서도 보면 먹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밥을 잘 차려 먹어야 해. 나 혼자서도, 아니면 나 말고 한명 정도 더 차려줄 수 있을 실력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해. 그래야 세상살이를 할 수 있는 거야." -p.228

 

소설 속 화자의 엄마가 한 말이다. 그래서인지 화자는 이것저것 장아찌를 담그고 고기를 잡아 요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자기 하나를 먹여 살리는 일, 자본주의는 돈으로 그것을 대체해 무엇이든 교환 가능하도록 편리성을 더했으나 그러면서 사라진 것들이 사람들은 그리운가 보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는 지금의 이 현실이 어쩌면 자유의 한장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유에는 이렇게나 뜻이 많구나. 오롯이 나 홀로 호젓이 걷는 것도, 고독하게 아프고 쓸쓸히 견디는 것도, 이렇게 하룻밤을 꼬박 앓고 난 뒤 일어서는 일까지도 모두 자유로구나 생각했다.

- P207


이런 문장들이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섬에서 살다 왔다는 그의 이야기가 종종 떠오르기도 했다. 한 달 동안 동남아에서 워케이션을 하며 퇴근 후 스쿠버다이빙을 했다는 친구가 서울에 돌아온 날 순대국밥집에 가서 순대국밥을 먹다 울었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예전에, 버스 타고 밤 늦게 퇴근할 때 겨우 책을 읽던 시절에, 복잡한 머릿속으로부터 탈출하려 책을 읽으며 당시의 세계와 책 속 세계의 간극 사이가 너무 멀어 도저히 그 간극을 좁힐 수 없을 것 같던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살 수 있는 인생을 살 뿐인 거다. 많은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2025 8 28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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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생긴 일
이숙명 지음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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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발리에 갈 것도 아닌데 발리행 비행기 표를 끊어 놓은 것도 아닌데 우연히 본 책을 계속 보고 있다. 처음에는 이방인으로 어느 도시에 정착한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다가 발리에서도 아름다운 스쿠버를 할 수 있는 시골 얘기가 재밌어 듣다가 목적 없이 비행기 표를 끊어볼까 싶기도 해지는


발리가 인도네시아에 속한 것도, 예전에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인도네시아인 것도 오랜만에 알았다. 그 모든 문화가 스며든 곳이라고 했다. 


계획하지 않아도 살아가게 되는 것, 마지막에 파파야 얘기가 나오는데 문득 그것을 가벼운 공 받듯 받아들이며 통통 살아가다 보면, 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생은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어쨌든 어딘가 뿌리를 어느 정도 내리게 된다는 면에서 파파야가 더 맞는 비유일 것이지만, 나는 파파야 나무를 본 적이 없으니, 이 비유가 깊이 와닿지 않아 공으로 바꿔서 생각하게 되었다. 

발리에 가볼까, 예전에 가본 동남아시아 국가들 라오스나 베트남을 떠올리며 발리에 가볼까 싶었다. 


2025 6 1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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