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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평점 :
올해 초 수영장에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바닷가에 산다. 여름이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닷물에 몸을 담그긴 했지만 수영을 못 하니 바다란 아름답지만 무서운 곳이었다. 수영장에서도 물의 부력이란 게 낯설었다. 거기에 바다라니. 파도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면 어쩌나 그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어쩌나 몸이 가라앚고 숨을 쉬지 못하고 물을 먹고 등등 상상은 아찔했다. 자유형을 배우고 배영을 배우다 가뭄으로 인해 수영장이 문을 닫고 거기서 수영 강습은 멈췄다. 대신 바다 수영을 배우게 됐다. 스노클링 장비를 하나씩 사들이긴 했지만,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마스크와 스노클링 장비만 있으면 물에서 몸이 뜰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차츰 장비에 익숙해지고 거의 매일 바다에 나가 얕은 곳부터 차츰 적응해나가다 물 속 아름다움에 눈뜨게 됐다. 바위 틈사이의 물고기떼 이름이 알고 싶어졌다. 알아볼 수 있는 물고기는 범돔과 하꽁치뿐이다 보니 다른 녀석들도 알고 싶어져 물고기 사전을 사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물고기가 없더라도 물 속 세계는 아름답다. 물방울마저 천천히 떨어져내리는 모습이 신비롭다. 모래들이 반짝일 때면 저건 보석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보기도 한다. 햇볕이 잘 비치는 날은 미디어아트 전시를 보는 듯 하다. 파도가 쳐서 모래가 움직일 때조차 어느 예술가의 전시 같구나 하며 그것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이즈음 이 책을 읽어서인지 부럽지 않았다. 물 속 세상을 몰랐다면 부러웠을까?
책을 읽으며 궁금했다. 어디까지가 경험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일까?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 소로도 생각나지만, 그만큼 핍진하지는 않다. 차라리 삼시세끼 풍이랄까. 손님이 오지 않는, PD가 없는 삼시세끼. 삼시세끼를 보면서 저거 알고 보면 제작진이 다 키워놓은 야채며 있으니까 가능한 거잖아,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씨 뿌리고 가꾸지 않으면 안 되는 조작된 자연스러움(그렇다고 삼시세끼를 안 본 건 아니다. 캐릭터며 그런 생활에 동경 같은 것들이 있어 그 TV 프로그램으로 위안을 얻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이기에 가능하지, 하면서도 혼자 무인도에 살면서 겪게 되는 위험이 없다는 게 어디까지 경험일까 궁금해하게 만든 대목이었고, 결국 판타지인가 하며 책을 덮었다.
한때는 채식주의자에 가까운 인생을 살았다. 어릴 때부터 고기 맛을 좋아하지 않은 데다 타자의 고통을 먹는다는 게 불편한 측면이 더해졌다. 최근에 요리하는 사람을 만나며 그것이 동물임을 받아들이게 됐다. 선과 악이 아닌, 동물의 운명이랄까. 먹는다는 일에 깃든 절체절명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에서도 보면 먹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밥을 잘 차려 먹어야 해. 나 혼자서도, 아니면 나 말고 한명 정도 더 차려줄 수 있을 실력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해. 그래야 세상살이를 할 수 있는 거야." -p.228
소설 속 화자의 엄마가 한 말이다. 그래서인지 화자는 이것저것 장아찌를 담그고 고기를 잡아 요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자기 하나를 먹여 살리는 일, 자본주의는 돈으로 그것을 대체해 무엇이든 교환 가능하도록 편리성을 더했으나 그러면서 사라진 것들이 사람들은 그리운가 보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는 지금의 이 현실이 어쩌면 자유의 한장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자유에는 이렇게나 뜻이 많구나. 오롯이 나 홀로 호젓이 걷는 것도, 고독하게 아프고 쓸쓸히 견디는 것도, 이렇게 하룻밤을 꼬박 앓고 난 뒤 일어서는 일까지도 모두 자유로구나 생각했다.
- P207
이런 문장들이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섬에서 살다 왔다는 그의 이야기가 종종 떠오르기도 했다. 한 달 동안 동남아에서 워케이션을 하며 퇴근 후 스쿠버다이빙을 했다는 친구가 서울에 돌아온 날 순대국밥집에 가서 순대국밥을 먹다 울었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예전에, 버스 타고 밤 늦게 퇴근할 때 겨우 책을 읽던 시절에, 복잡한 머릿속으로부터 탈출하려 책을 읽으며 당시의 세계와 책 속 세계의 간극 사이가 너무 멀어 도저히 그 간극을 좁힐 수 없을 것 같던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살 수 있는 인생을 살 뿐인 거다. 많은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2025년 8월 28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