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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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깔깔 거리며 봤다. 주인공인 준석이의 맹랑함이 귀엽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해서. '부모님은 우리를 사랑할까요?' 시험 문제에 '그러게 말입니다.'라는 답을 쓰는 아이다운 발상이 곳곳에 돋보인다. '개미를 삼등분하면?' 이란 질문에는 '죽습니다'라고 쓰는 아이.


게다가 결말도 괜찮다. 적당한 타협이 아니라 문제 제기를 끝까지 멈추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회의 과다 경쟁 의식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만연이 초딩부터 시작된다는 엄연한 현실을 에둘러 넘기려 하지 않고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결말은 흥미롭다. 애들이 사라지면 니네 어쩔 거야,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내가 너무 과장해서 해석하고 있는 건가?


보통 동화라면 어떻게든 타협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까 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세게 나가 주니 재미가 더하다.


애들한테 보여주고 싶다. 정말 애들은 시험이 인생 스트레스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생각해보면 자식 낳는다면 어떻게 기를지 그런 분위기 때문에 끔찍하다. 하느니 하는 낫지만, 하라고 자꾸 다그치는 문제가 있으니.


어쨌든 재밌다. 아이가 있다면 같이 읽으면, 정말 맘이랑 똑같다고 같다. 공부 한다고 서로 자기 닮았다고 싸우는 부모님 때문에 상처 받고, 무시 당한 서럽고, 때로 말하고 싶은 가득한데 차마 못하는 애들이 보면 속이 시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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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안건모 지음 / 보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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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인구의 존엄성이 문제다. 그 60억이 부모가 돼서 자기 자식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그놈의 인생이란 게 문제다.
요샌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다 이 책을 보고
그래도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 잠시. 

책을 읽은 날은 하루종일 버스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을버스 기사의 노고라든가 버스 기사의 직업적 노고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 고민, 내 직업적 영역에 대한 시간적 투자만으로도 바쁘다는 이 세상에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에 대해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눠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러나 알고보면 우리 일상에 버스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가
단지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거나 여지가 없을 뿐이다.
그의 말대로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서 자기 얘기를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제대로 마련된다면 세상은 이다지도 서로 잘났다고 큰 소리치는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통해 해결되지 못할 것은 없을 지도 모른다. 충분히 대화할 수 없을 뿐이다. 시간의 문제인지 사회적 구조의 문제인지는 각자 다른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처음 부분에선 버스 기사에 대해 생각했고 중간 부분에서 노동자에 대해 생각했다. 나 역시 노동자인데 나는 내 권리를 지키려고 싸우고 있는가? 아 암울한 대답이여.  그가 <버스 일터>를 만들고 월차를 얻어내고 억울한 구타를 당하는 모습.

마지막 장인 그의 인생 역경에 대해 읽을 때는 아버지, 어머니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삶에 낀 먹구름, 잿빛 안개. 우리나라의 역사이기도 한 그 먹구름. 
 

지금 안건모 님은 월간 <작은책> 발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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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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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은, '인간과 나비들이…….'이다. 인간과 나비들이 하염없이 싸우고 하염없이 살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죽는다. 로맹 가리는 장자를 읽었을까? 아니, 역시 아직 장자를 읽지 않았지만, 나비 마리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보면, 마치 종이처럼 팔랑대는 생명이 살려고 기를 쓰는 것을 보면 아연해지고 만다. 생명이란 얼마나 연약하고, 짓밟히기 쉬우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가. (또한 나는 나비랑 무어 그리 다를까.)

로맹 가리는 프랑스군으로 참전해 있을 당시 소설을 썼다. 2 세계대전 중이었고, 그는 용맹한 군인이고자 했으나 군인의 생도 역시 다른 생과 많이 다르지 않나 보다. 격렬한 순간은 짧고 기다림은 지루하며 초조하다. 동안 그의 번째 장편이다.(그동안 그는 동물원 우리 안에 들어가 앉아있는 기이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로맹 가리 평전에 나온다.)

폴란드 레지스탕스 이야기. (번역은 빨치산으로 있다.) 2 세계대전이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서 시작한 것을 보면 의미심장하다. 또한 그가 폴란드 빌노에서 잠깐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도 지나칠 없을 지도 모른다.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배고픔이 인간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내게 만드는 시절.

 

안에 등장하는 무수한 인물들

 

도브란스키란 인물의 소설로 등장하는 단편 독일인 척후병들. 속에 버려진 독일인들이 겪는 환상. 사람, 어린 소녀 등등. 모르는 나라에 버려진 병사들. 그는 프랑스군으로 독일 항전에 참전한 그런 소설을 쓴다.

 

<유럽의 교육> 인간 군상에 대한 이야기다. 폴란드 레지스탕스, 독일 병사. 만들어진 적의 속에서 희생된 팔랑거리는 생들. 자신에게 친절하던 독일인 슈뢰더를 죽도록 내버려둔 주인공 야나크,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분더킨트가 죽도록 내버려둔 주인공 야나크. 환상이 만들어낸 이념, 이념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로맹 가리는 사이의 비명횡사를 말한다. 사이 스쳐간 문장, 순간적인 황홀경, 홀림들.

 

그러나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인간이, 그다지도 별볼일 없는 인간이 아름다움에 감응한다. 음악, 조화, 신만이 있는 일일지도 모를 . 의미를 생성해내는 . 일까? 그럼에도 하나의 목숨은 조용히 사그라지는데, 어쩌면 정말 꾀꼬리의 노래일지도 모르는데,

 

'수없이 많은 세월이 흘러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꾀꼬리가 어둠 속에서 그렇게 노래를 불렀을까? 야네크는 생각했다. 믿음을 품고 영감을 받은 꾀꼬리들이 영원하고 경이로운 노래들을 부르며 얼마나 많이 죽어갔을까?'

 

아름다운 것들은 자꾸만 우리 마음을 미흡하게 할까. 혹은 충만하게 할까, 하는 의문이 떠오를 ,

로맹 가리의 답은,

 

'만약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위에 절망이란 없을 것이다.'

 

니힐리즘, 염세주의,

그럼에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아있을 수밖에 없다. 살다와 사랑하다 사이에서의 방황이 삶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역사가 이루어지고 허물어지고 무수한 인간이 죽고 거기 점처럼 무수한 사랑과 아픔과 절망이 사그라들고 꽃피고.

 

그것이 현재다. 제국주의의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나라에서조차. 멀리 바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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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지 - The Refug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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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할 때도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한다.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다. 영화는 초지일관하며 말을 전한다. 절망할 때도 누군가 보다듬어주거나 지켜봐주거나 그도 아니면 맴돌거나 한다. 그러니까 주변 샅샅이 관계란 원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나도 누군가의 세계에서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여기서 간단히 한마디 하자면 우리는 그래서 모두 하나의 행성이다. 우주의 법칙이란 인간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영화 제목대로 우리는 은신처, 피난처가 필요한데 은신처, 피난처는 어떤 공간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일 수도 있다. 주변에서 원을 그리던 누군가. 또한 역시 누군가에게.

그렇다면 최초의 등장인물 므네와 루이는 마약 때문에 절망한 걸까, 아니 절망이 약을 부른다 하는 편이 옳은지도. 준비돼지 않은 채로 살아야 하니까. 그러다가 그만 누군가 미끄러져 버리고 누군가 살아남는다. 미끄러진 이의 자취 속에서 , 다른 절망이 찾아와 어느새 원을 그린다. 절망의 순환 궤도라 해도 좋지만, 희망의 순환 궤도라 해도 좋다.

우리는 계속 아이를 낳아 종족 보존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진정한 절망이나 고통 같은 것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아닐까.

(어제 꿈에서 엄청난 문장들을 봤던 한데, 고통에 대한 문장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문장을 떠올리려 애썼는데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꿈은 현실 속에 잠복한다, 그런 식으로 실재한다는 결론밖에 얻지 못했다.)

소품 같은 영화다. 프랑스와 오종이 만든 프랑스 영화고 불어란 섹시해 라고 영화가 끝나고 음악이 나올 말하게 만든다. 물론 선남선녀도 나온다.

절망 속을 허덕이는 같아도, 거리를 두고 보면 인생은 아름답단다. 행성을 찍어놓은 사진이 아름답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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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서쪽을 빛내다 창비시선 317
장석남 지음 / 창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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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 웃을 일이 별로 없다. 하하호호도 아니고 풀썩도 아니고 빙그레 웃을 . 어제 밤에 시집을 보다 오랜만에 빙그레 웃었다. 어떤 시집은 괴로워서 읽겠더니 이번 시집은 빙그레~. 그래서 좋았다.

정보력이 뒤지는 나는 장석남 시집이 나왔단 얘기도 어느 술자리에서 주워 들었다. 달쯤 됐을 . 그래? 내일 사봐야지. 했지만 실지로 내일 사보기란 얼마나 힘든가. 책장에 쌓인 책들, 도서관에서 빌려다놓고 보지 못한 책들을 두고 무슨 사치를 부리냐 싶어 되도록이면 사기를 미루고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실행력은 얼마나 없는지. 내일이 모래 되고 모래가 글피 되기 일쑤인데, 시집은 바로 술자라기 파한 다음날 사봤다.

그래, 샀으니, 버스에서도 읽고 방에서도 읽었다. 시집 읽는 노처녀가 되었어도, 요새 볕은 시집 읽기 좋다. 그리고 밤새 빙그레 웃었다.

오래전 그날들도 생각했다. 그와 같이 콩국수를 먹던 지나치게 허름한 식당은 사라졌다. 그런가하면 그의 시집 뒤편에 나온 성북동 과메기 집에서 술도 마셨는데. 그날은 취했던가? 이례적으로 자주 취하던 날들이었다. .
그때는 무어 그리 적대적이었나, 그런 생각들. 이제 나도 그와 같이 나이 들었나.

 

그의 시집을 보고 있노라면 흙밭에 쭈그려앉은 남자의 뒷모습의 떠오른다. 그는 일도 없이 흙밭에 쭈그려앉아 꽃이나 보고 흙이나 되짚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싸고 뜨겁고 언제나 비린 사랑' 맛을 알아 '포대기' 크기와 '골짜기' 첩첩에 대해 가을 하늘에 이마 대고 말하는 같다. 사람이 아주 깊이 베면 피맛밖에 나지만 그는 후시딘 바르고 밴드도 붙여 이제 아문 상처 같은 것을 지니고서 하늘에 이마 대고 서서 여러 꽃이름 외고 나르고 변기도 닦고 바람소리도 듣고  

그러나 맑게.  

맑다.

 

제대로 식물도감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 잠깐

시월 말엔 간송미술관 뒤뜰의 파초 보러 가야지 하는 생각 잠깐

 

생일인 사람 있으면 시집이나 떠밀어야지. 책을 누군가에게 떠민지도 오래된 같은데, 생일인 사람 있으면 시집 떠밀며 당신도 혼자 빙그레 웃는 시간을 가져보라 해야지 하는 철없이 좋은 생각을 잠시간 했다.

  

 


 

 

 

물맛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감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훤칠하게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도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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