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연약한 재료들 

 

밤이란 일종의 중얼거림이겠지만 

의심이 없는 

성실한 

그런 중얼거림이겠지만 

 

밤은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않고 

맹세를 모르고 

유연하고 겸손하게 밤은 

모든 것을 부정하는 중 

 

죽은 이의 과거가 빈방에서 깊어가고 

소년들은 캄캄한 글씨를 연습하느라 손가락만 자라고 

늙은 개의 이빨은 밤마다 

설탕처럼 녹아가는데 

 

신축건물이 들어서자 

몇 개의 골목이 중얼중얼 완성되고 

취한 남자는 검게 그을린 공기 속으로 흘러가고 

밤은 그의 긴 골목이 되었다가 

그가 되었다가 

 

드디어 외로운 신호처럼 

보안등이 켜지자 

개의 이빨은 절제를 모르고 

 

갓 태어난 울음들이 

집요하고 가득한 밤을 향해 

오늘도 녹아가는 이빨을 

필사적으로 세우고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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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는 마음 

 

가장 뜨거운 바닥에 누운 것처럼 

더 이상 같은 자세는 불가능해. 가능한 것들을 열거해줘요. 높은 음, 높은 음, 아름다운 멜로디에 실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표들처럼. 날아가는 풍선, 풍선들처럼.  

신발가게에 엎드려 있는 신발들처럼.  

어쩜 그렇게도 많은 신발들이 필요하지도 모르겠네. 나의 여행은.  

발의 크기와 어둠의 크기를 재어볼까. 어둠을 쾅 누르고 서서.  

가여운 사람.  

손목이나 발목 같은 곳에 눈길이 닿으면 우리의 맘은 왜 약해질까요. 너무 가여워서. 

나는 울면서 뚝, 부러지고 말겠지. "왜 그랬어?" "떨어지는, 이어서 떨어지는, 동시에 떨어지는 빗방울들, 죄다 깨졌어요." 그건 당연하잖아. 

"당신이 메스를 든 외과의였다면 난 벌써 죽었다구." 상담소에서 고래고래 환불소동을 벌일 때,  

전부 돌려줘요. 

무엇을? 

마음과 몸이 같이 놀 때, 마음과 몸이 따로 놀 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허공에도 계급이 있나요. 허공에도 여러가지 자세가 있나요. 야수파. 클래식. 자연주의. 센티멘털. 귀여운 여인. 

로코코. 로코코. 점점 가늘어지는 손가락. 울부짖는 여인들. 격조. 격정. 파산. 궁핍한 생활. 전원생활. 졸음.  

기타 등등 날아가는 풍선들처럼,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터지는. 

오, 가여운 사람. 오 마이 베이비, 베이비, 당장 달려가겠어요.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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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미셸 공드리가 누군줄도 모르고 h와 비디오방에서 이 영화를 봤다.  

재밌을 거라던 h는 자고 혼자 끝까지 봤다. 

그저 그런 연애 영화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음이 베베 꼬여서.

그리고 집에 와서 mp3를 다운받았다. 음악이 좋아서.  

연말에 혼자 보기에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다시 볼만한 영화였다.  

여전히 케이트 윈슬렛은 온갖 색깔 머리카락이 다 잘 어울리고  

짐 캐리는 잘 생겼다.  

그리고 미셸 공드리가 꽤 재밌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할 법한 어이없는 생각을 실제로 영화로 만들면  

저런 즐거움이 있구나 하는, 게다가 그걸 계속 끌고 나가는 힘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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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책이오?" 

"예, 그럴 겁니다." 내가 대답했다. 

"반전 책을 쓴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뭐라는지 아시오?" 

"아니요. 뭐라고 하시는데요?" 

"'차라리 반빙하(反氷河) 책을 쓰지 그래요?' 그럽니다." 

물론, 그의 말은 전쟁은 항상 있는 거고, 빙하만큼이나 막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동감이다. 

그리고 전쟁이 빙하처럼 그렇게 계속해서 밀려오지 않더라도, 그 흔해빠진 죽음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커트 보네거트, <제 5도살장> 中 

 

그럼에도 반전 영화를 보러 갔다. 정초부터.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인간 종의 잔인함에 대해 깨달아 가는 일인 것 같다. 인간이란 동물은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는 것을. 어린 시절엔 그렇지 않다. 순수하게 슬퍼하고 순수하게 아파하고 순수하게 즐긴다. 그런 건 다 끝인 걸까? 송년회가 끝나면 남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보며 자기 종에 대해 역겨워하는 일까지 함께 해야 한다니. 인생이란 그런 건가?

지금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는 전쟁 중이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어 하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새해를 축하한다.  대체 뭘해야 할까? 기관총을 들고 왈츠를 추는 병사를 보며 눈물을 찔끔대는 일말고 대체 뭘 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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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2009-01-0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영화를 해주는 곳이 있던가요?

kangda 2009-01-02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일요일까지 해요~ 영화 좋으니 보러가세욤~
 

"수탉의 꿈에 대해 알고 있나"

벤 스틸러의 한 마디에 미치는 줄 알았다

그밖에도

미친 듯이 웃으며 봤다

이런 코메디 좋다

예전에 비디오방에 친구들하고 모여보던 악마 같은 여자 등등의

잭 블랙 등장 이상한 영화-뭐라고 부르던데 기억이 안난다-가 생각났다

 

원래부터 지구인 같이 안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벤 스틸러가 천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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