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연약한 재료들 

 

밤이란 일종의 중얼거림이겠지만 

의심이 없는 

성실한 

그런 중얼거림이겠지만 

 

밤은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않고 

맹세를 모르고 

유연하고 겸손하게 밤은 

모든 것을 부정하는 중 

 

죽은 이의 과거가 빈방에서 깊어가고 

소년들은 캄캄한 글씨를 연습하느라 손가락만 자라고 

늙은 개의 이빨은 밤마다 

설탕처럼 녹아가는데 

 

신축건물이 들어서자 

몇 개의 골목이 중얼중얼 완성되고 

취한 남자는 검게 그을린 공기 속으로 흘러가고 

밤은 그의 긴 골목이 되었다가 

그가 되었다가 

 

드디어 외로운 신호처럼 

보안등이 켜지자 

개의 이빨은 절제를 모르고 

 

갓 태어난 울음들이 

집요하고 가득한 밤을 향해 

오늘도 녹아가는 이빨을 

필사적으로 세우고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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