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마음 

 

가장 뜨거운 바닥에 누운 것처럼 

더 이상 같은 자세는 불가능해. 가능한 것들을 열거해줘요. 높은 음, 높은 음, 아름다운 멜로디에 실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표들처럼. 날아가는 풍선, 풍선들처럼.  

신발가게에 엎드려 있는 신발들처럼.  

어쩜 그렇게도 많은 신발들이 필요하지도 모르겠네. 나의 여행은.  

발의 크기와 어둠의 크기를 재어볼까. 어둠을 쾅 누르고 서서.  

가여운 사람.  

손목이나 발목 같은 곳에 눈길이 닿으면 우리의 맘은 왜 약해질까요. 너무 가여워서. 

나는 울면서 뚝, 부러지고 말겠지. "왜 그랬어?" "떨어지는, 이어서 떨어지는, 동시에 떨어지는 빗방울들, 죄다 깨졌어요." 그건 당연하잖아. 

"당신이 메스를 든 외과의였다면 난 벌써 죽었다구." 상담소에서 고래고래 환불소동을 벌일 때,  

전부 돌려줘요. 

무엇을? 

마음과 몸이 같이 놀 때, 마음과 몸이 따로 놀 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허공에도 계급이 있나요. 허공에도 여러가지 자세가 있나요. 야수파. 클래식. 자연주의. 센티멘털. 귀여운 여인. 

로코코. 로코코. 점점 가늘어지는 손가락. 울부짖는 여인들. 격조. 격정. 파산. 궁핍한 생활. 전원생활. 졸음.  

기타 등등 날아가는 풍선들처럼,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터지는. 

오, 가여운 사람. 오 마이 베이비, 베이비, 당장 달려가겠어요.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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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미셸 공드리가 누군줄도 모르고 h와 비디오방에서 이 영화를 봤다.  

재밌을 거라던 h는 자고 혼자 끝까지 봤다. 

그저 그런 연애 영화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음이 베베 꼬여서.

그리고 집에 와서 mp3를 다운받았다. 음악이 좋아서.  

연말에 혼자 보기에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다시 볼만한 영화였다.  

여전히 케이트 윈슬렛은 온갖 색깔 머리카락이 다 잘 어울리고  

짐 캐리는 잘 생겼다.  

그리고 미셸 공드리가 꽤 재밌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할 법한 어이없는 생각을 실제로 영화로 만들면  

저런 즐거움이 있구나 하는, 게다가 그걸 계속 끌고 나가는 힘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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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책이오?" 

"예, 그럴 겁니다." 내가 대답했다. 

"반전 책을 쓴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뭐라는지 아시오?" 

"아니요. 뭐라고 하시는데요?" 

"'차라리 반빙하(反氷河) 책을 쓰지 그래요?' 그럽니다." 

물론, 그의 말은 전쟁은 항상 있는 거고, 빙하만큼이나 막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동감이다. 

그리고 전쟁이 빙하처럼 그렇게 계속해서 밀려오지 않더라도, 그 흔해빠진 죽음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커트 보네거트, <제 5도살장> 中 

 

그럼에도 반전 영화를 보러 갔다. 정초부터.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인간 종의 잔인함에 대해 깨달아 가는 일인 것 같다. 인간이란 동물은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는 것을. 어린 시절엔 그렇지 않다. 순수하게 슬퍼하고 순수하게 아파하고 순수하게 즐긴다. 그런 건 다 끝인 걸까? 송년회가 끝나면 남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보며 자기 종에 대해 역겨워하는 일까지 함께 해야 한다니. 인생이란 그런 건가?

지금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는 전쟁 중이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어 하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새해를 축하한다.  대체 뭘해야 할까? 기관총을 들고 왈츠를 추는 병사를 보며 눈물을 찔끔대는 일말고 대체 뭘 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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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2009-01-0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영화를 해주는 곳이 있던가요?

kangda 2009-01-02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일요일까지 해요~ 영화 좋으니 보러가세욤~
 

"수탉의 꿈에 대해 알고 있나"

벤 스틸러의 한 마디에 미치는 줄 알았다

그밖에도

미친 듯이 웃으며 봤다

이런 코메디 좋다

예전에 비디오방에 친구들하고 모여보던 악마 같은 여자 등등의

잭 블랙 등장 이상한 영화-뭐라고 부르던데 기억이 안난다-가 생각났다

 

원래부터 지구인 같이 안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벤 스틸러가 천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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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영화를 보고 있다.

눈이 하늘하늘 왔다.

극장에서 나와서 한 송이를 봤을 땐 먼지인줄 알았다.

늘 헛것이 보이니 헛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이었다.

어울린다. 북극의 연인들과 눈

차가운 영화는 좋다. 렛미인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하지만 추운 건 싫다. 포유류답게 잠이나 자고 싶다. 겨울 내내.

그리고 그 해의 마지막 눈이 오는 날 깨어나면 좋겠다.

그리고 봄 준비를 하면 좋겠다.

 

사랑, 사랑,

우연 운명 우연 운명 째각대는 초침 소리

'제5도살장'에서 트라팔마도어인들은 모든 순간은 순간으로 영원하며-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트라팔마도어인을 만난 적도 없는데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다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사나보다- 그 순간은 어제도 그제도 백년 전에도 백년 후에도 순간으로 영원하다.

ana와 otto라는 회문(이런 번역은 싫다)되는 이름을 가진 두 남녀

그들이 우연 운명 사이를 째각대며 오가는 이야기

인생에 해피엔딩 같은 것은 없다

다들 죽음으로 달려가는 게임, 행복한 순간만 있을 뿐이다

-이런 면에서 영화는 진실하다

그러므로 ana의 죽음에 수긍할 수 있다.

북극에 가면 정말 해가 지지 않을까

내게 핀란드는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처럼 끝말잇기 게임에나 존재하는 나라라서

잘 알 수가 없다.

 

운명은 소리가 없다 그래서 운명의 소리를 들은 줄 알고 헛발질을 해대다 보면

헛발질에 익숙해져 운명의 소리와 멀어진다

초침은 구르길 멈추지 않는다

-남자도 여자도 점점 나이가 들수록 못생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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