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영화를 보고 있다.
눈이 하늘하늘 왔다.
극장에서 나와서 한 송이를 봤을 땐 먼지인줄 알았다.
늘 헛것이 보이니 헛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이었다.
어울린다. 북극의 연인들과 눈
차가운 영화는 좋다. 렛미인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하지만 추운 건 싫다. 포유류답게 잠이나 자고 싶다. 겨울 내내.
그리고 그 해의 마지막 눈이 오는 날 깨어나면 좋겠다.
그리고 봄 준비를 하면 좋겠다.
사랑, 사랑,
우연 운명 우연 운명 째각대는 초침 소리
'제5도살장'에서 트라팔마도어인들은 모든 순간은 순간으로 영원하며-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트라팔마도어인을 만난 적도 없는데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다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사나보다- 그 순간은 어제도 그제도 백년 전에도 백년 후에도 순간으로 영원하다.
ana와 otto라는 회문(이런 번역은 싫다)되는 이름을 가진 두 남녀
그들이 우연 운명 사이를 째각대며 오가는 이야기
인생에 해피엔딩 같은 것은 없다
다들 죽음으로 달려가는 게임, 행복한 순간만 있을 뿐이다
-이런 면에서 영화는 진실하다
그러므로 ana의 죽음에 수긍할 수 있다.
북극에 가면 정말 해가 지지 않을까
내게 핀란드는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처럼 끝말잇기 게임에나 존재하는 나라라서
잘 알 수가 없다.
운명은 소리가 없다 그래서 운명의 소리를 들은 줄 알고 헛발질을 해대다 보면
헛발질에 익숙해져 운명의 소리와 멀어진다
초침은 구르길 멈추지 않는다
-남자도 여자도 점점 나이가 들수록 못생겨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