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 속에 남은 것이 진실입니다. - P256
세월은 조용히 흐르고, 자연은 그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을 조급하게 만들고, 마음의 틈을 좁혀 세상의 여백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중략)
우리가 삶을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속도에 자신을 조율할 수있다면, 시간도, 공간도, 감각마저도 훨씬 너그러워질 것입니다.
후집004 세월은 본래 넉넉하게 흐르건만 바쁘게 사는 사람은 스스로 그 시간을 좁히고, 하늘과 땅은 본래 넓고도 크건만 속 좁은 이는 스스로 그 공간을 막습니다. 바람, 꽃, 눈, 달은 본래 한가한 풍경이건만 분주한 사람은 스스로 복잡하게 만듭니다. - P257
높고 투명한 마음을 지니라
마음에 탐욕이 없을 때, 세계는 본래의 고요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욕망이 사라진 마음은 가을 하늘처럼 높고, 비 갠 바다처럼 투명해집니다.
그렇게 맑아진 마음에 거문고 한 대와 책 한 권이 곁에 놓이면, 비록 그 자리가 초라한 방이라 하더라도 신선의 경지처럼 느껴집니다.
물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마음의 맑음과 고요함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품격을 만듭니다. 고요한 마음 하나가 삶을 가장 아름답게 빚어내는 것입니다.
후집 009 마음속에 욕망이 없으면 가을 하늘과 맑은 바다처럼 청명해집니다. 거문고와 책을 곁에 두고 앉아 있으면 그 자리가곧 신선의 세계가 됩니다. - P262
멈춘다는 것은 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내면의 결단입니다. 인간은 늘 "조금만 더"라는 말로 쉼을 미루지만, 인생의 일은 끝이 없고 조건은 절대 완전해지지 않습니다.
평생을 일에 매달리고, 출가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이유는 멈춤이 ‘지금‘이 아닌 ‘나중‘에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참된 휴식은결심의 순간에 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멈출 줄 아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으며, 무한한 욕망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후집 015 지금 이 순간 그만두려 마음먹으면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마무리되면 쉬겠다"라고 한다면할 일은 끝이 없습니다. 출가하여 스님이 된다 해도 마음이 끊어지지 않으면 여전히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 P268
고요함의 깊이를 알 때까지
삶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 불타는 듯 살아가야 가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바쁘게 달려온 길 위에 멈춰 서면, 그 열정이 때로는 허망했음을, 그 속도는 실체 없는 안개였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번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삶을 경험해 보아야 비로소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여운과 풍요로움이 얼마나 넉넉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고요한 것의 깊이‘는 분주함의 끝에서야 도달할 수 있는 깨달음입니다. 우리가 누려야 할 진짜 삶의 맛은 열기가 식은 뒤 찾아오는 한 줄기 평온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후집016 차가운 시선으로 뜨거움을 바라보아야 열정 속의 분주함이 결국 무익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수선함 속에서 고함을 경험해야만, 조용한 가운데 깃든 삶의 참된 맛이 가장 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 P269
삶의 본질을 아는 이는 남과 어울릴 줄 알되 자신을 잃지 않으며, 고요함을 사랑하되 그것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 P270
지금 이 순간한 생각을 너그러이 돌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후집018 시간이 길고 짧은 것은 한 생각에 달려 있고, 마음이 넓고 좁은 것은 가슴속 한구석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운이 한가로운 사람은 하루가 천 년처럼 넉넉하고, 생각이 넓은 사람은 작은 방도 온 세상처럼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 P271
삶의 궁극은 덜어냄에 있습니다. 소유와 명예, 욕망과 계획을 하나씩 벗겨내다 보면, 마침내는 꽃을 심는 일마저도 내려놓게 됩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무(無)의 경지로 돌려보낼 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됩니다. 잊고 또 잊는다는 것은 단순한 망각이 아니라 집착을 놓아주는 지혜입니다. 일상의 작은 행위들이 목적 없이도 빛날 수 있을 때, 그 삶은 오히려 본래의 길을 따릅니다. 결국, 마음을 비우는 사람만이 참된 충만을 알게됩니다.
후집 019 계속 덜고 또 덜어내어 꽃을 심고 대를 심는 일조차 ‘무소유의 스승‘에게 맡깁니다. 모든 것을 잊고 또 있어 향을 피우고 차를 달이는 시간조차 더 이상 흰옷 입은 동자에게도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 P272
삶의 본질은 결국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세속과 성스러움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그 경계를 가르는 법이지요.
욕망은 늘 더 먼 것을 바라보게 만들지만,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이에게는 현재가 곧 낙원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세상과의 인연 또한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한 조각 인연도 잘 다루면 삶의 전환점이 되지만, 욕심으로 휘두르면 그 안에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결국, 지혜란 순간을 알고 다스릴 줄 아는 내면의 눈입니다.
후집 020 모든 것은 눈앞의 일에 달려 있으니 만족을 아는 이는 지금 이곳이 곧 신선의 경지요. 만족을 모르는 이는 그저 속된 경계에 머무를 뿐입니다. 세상 모든 인연도 결국 그 쓰임에 달렸으니 잘 활용하는 아는 거기서 생명의 길을 찾고,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는 화근을 불러옵니다. - P273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순간 속에서 진정한 충만과 자유가 태어납니다.
후집 022 소나무 계곡가에서 지팡이를 짚고 홀로 걷노라니 서 있는 자리에 구름이 피어올라 누더기 옷자락을 감쌉니다. 대나무창 아래에서 책을 베고 깊이 누웠다가 깨어나니 달빛이 차가운 담요 위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 P275
참된 삶은 ‘강렬함‘이 아니라 ‘담백함‘ 속에서 피어납니다.
후집 124 앞다투어 나서는 길은 좁고 거칠지만 한 걸음 물러서면 그만큼 여유롭고 평탄해집니다. 진하고 화려한 맛은 오래가지 못하고, 맑고 담백할수록 그 여운이 길어집니다. - P277
삶과 죽음 모두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평소의 태도와 사유가 이어지는 결과입니다.
고요한 때 마음을 닦지 않으면, 소란 속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된 평정은 위기 속이 아니라 평상 속에서 자랍니다.
후집 025 바쁠 때도 마음을 잃지 않으려면 평소 한가할 때 마음과 정신을 맑게 다스려 두어야 합니다. 죽음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살아 있을 때 모든 일과 사물의 허망함을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 P278
앞으로 나설 땐, 물러날 길도 생각하라
지혜로운 사람은 한 걸음 앞을 내디딜 때, 이미 두 걸음 뒤를 생각해 둡니다. (중략)
깊은 통찰은 언제나 ‘그다음‘을 바라보는 데 있습니다. 앞만 보는 눈보다 돌아설 것을 생각하는 지혜가 우리를 진정한 평온으로 이끕니다.
후집 028 앞으로 나아갈 때는 물러설 길을 먼저 생각해야 울타리에 부딪히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놓을 방도를 먼저 그려야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P281
명성을 피하고 조용히 살아가는 삶에는 여유와 깊이가 깃듭니다. 또한 세상의 일에 능숙해지려는 노력은 때로는 자신을 소모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번잡함을 낳습니다.
그러니 삶을 되돌아보며 필요 없는 일을 덜어내고,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명예보다는 평온을 능란함보다는 단순함을 좇는 삶이 오래도록 자신을 지키는 길입니다.
후집 030 이름을 드러내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차라리 이름을 피하는 삶이 더 깊이 있는 삶입니다. 세상을 익히는 데 힘쓰는 것보다는 세상일을 줄이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더욱 유익합니다. - P283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엔 하늘이 머문다
(전략)
"스스로 만족을 얻은 이"는 안팎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넉넉한 마음을 가집니다. 밖이 시끄럽더라도 내면이 평화로우면 소음은 바람 소리로 흩어지고, 밖이 한적하더라도 마음이 초조하면 적막은 곧 고통이 됩니다.
결국, 번화 속에서는 유연함을, 적막 속에서는 깊이를 길러 나아갈때, 우리는 어디에 있든 ‘자연히 편안한 하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후집 031 고요함을 사랑하는 이는 흰 구름과 깊은 바위를 바라보며 깊은 이치를 깨닫고, 영화와 변화를 좇는 이는 맑은 노래와 화려한 춤 속에서 권태를 잊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만족을 얻은 사람에게는 시끄러움도 고요함도 번영도 쇠퇴도 따로 없으니, 어디를 가도 저절로 편안한 하늘을 누립니다. - P284
흔들림 없이 흐르는 물처럼 살아가기
구름은 머무는 데도 떠나는 데도 뜻이 없고, 거울은 고요함에도 동요하지 않고, 소란함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자아는 바깥의 움직임에 끌리지 않으며, 내면의 중심을 잃지 않는 데서 비롯됩니다. 삶에서 선택의 순간이나 세상과의 부딪침이 다가올 때, 우리는 종종 흘러가는 감정에 사로잡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에만 몰두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상황을 가르거나 피하지 않습니다. 무엇에 머무르든, 무엇을 마주하든 끝내 평온한 거울처럼 세상을 비추고, 구름처럼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후집 032 외로운 구름이 산골짜기에서 흘러나오면, 머무르든 떠나든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맑은 거울이 허공에 걸리면 고요하는 소란하든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 P285
높은 도는 평범한 삶 속에 숨어 있고, 깊은 깨달음은 단순한 행위 속에서 비롯됩니다. 선종이 말한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라는 구절은 진리를 추상적이고 특별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삶 속에서 찾으라는 뜻입니다.
시인의 눈에는 눈앞의 경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이미 완성된 시이며,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진정한 아름다움은 거기에서 피어납니다. 그러니 아무 욕심 없이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면 가장 순수한 진리가 조용히 곁에 머물게 됩니다.
후집 034 선종(동아시아 불교의 중요한 종파 중 하나)에서는 말합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 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눈앞의 풍경과 입에 담는 말이 곧 시의 뜻이다." 가장 높은 경지는 가장 평범한 데 담겨 있고, 가장 어려운 이치는 가장 쉬운 데서 드러납니다. 무엇인가 얻고자 애쓰는 이는 오히려 멀어지고 마음을 비운 이는 자연히 가까워집니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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