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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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소설을 읽으며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그래도 한 명쯤 더 옆에 있다는 것이다. 아주 믿을 만한 누군가가.


 


'내 심장을 쏴라'에서도 '7년의 밤'에서도 다행히


소년 서원 곁에 믿을 만한 승환이 있어


소년은 완전히 처절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삶은 늘 그렇게 행운의 여신이 함께하지는 않는다는 것


실제로는 옆에 있는 누군가가 내 눈을 가로막기도 한다는 것 또한


최현수와 강은주의 관계에서


최현수의 과거와 강은주와 과거를 통해 보여준다.


그러니까 숨차고 답답하고 막막한 것


그 또한 관계라고.


 


 


다 읽고 눈물이 났다. 소년이 풀려나는 순간이었다.


밤으로부터.


어찌 보면 서스펜스고


과연 그 일은 어떻게 된 건가


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끝내기 역전까지 이루어지는 얘기다.


 


어쨌든 열심히 읽어


치과 치료를 받는 중에도 틈틈히 읽어


의사 선생님이 무슨 책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어마어마한 가독성은


작가의 힘있는 문장이라는 해설이 어딘가에 붙어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꾼


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야기를 짜내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능력


구조를 짜내고 그 구조 안에서 캐릭터가 힘을 받고


완전히 살아 움직이고 내면이 꿈틀댄다.


(오영제가 그렇고 최현수, 강은주가 그렇다)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처음에 너무 안타깝던 소년이 얻은 자유때문인가


나도 모르게 그를 엄청나게 동정하고 있었던가


사랑 속에 자라던 한 소년이 살인마로 낙인찍힌 자신의 아버지를 미워하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에서


 


어쨌든 다행이다


세상이 그렇지 못해도


모두 그런 것은 아닐 것이므로.


 


 


 


2016 5 29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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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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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이야기란 게 있을까


힘들지만 손을 뗄 수가 없다


선의를 믿는 인간들은 때로 그 선의에 완전히 반하는 행위를 하고


나는 한동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세상은 선과 도덕을 얘기하지만


실제 세상은 그러지 않는가


 


  


한강 작가가 쓴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았다. 한국인 최초다.


그리고 내일은 5월 18일. (이 글은 2016년 5월 17일에 썼다)


그날로부터 36년이 지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내가 올해 읽은 작품 중 최고였다. 어쩌면 한국 문학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 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미 낡아버린 이야기


라고 생각했던 그 실화 속 아픔과 잔인함, 안타까움


그 감정의 결을 그대로 살려낸 작품이다.


 

소설 '봄날'을 읽고 분개한 것이 1980년도 아니고 2000년대 였지만 어느새 5.18은 내게 낡은 이야기였다. 시절이 하수상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인권을 탄압하던 시기는 지나갔으므로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낡았다고 생각했다. 내게 그것은 옛날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때의 피해자들과 관계된 사람들 혹은 생존자들 여전히


삶을 살고 있다


그 기억을 안고서


또한 인류는 때로 쳇바퀴 굴리듯 그런 학살, 고문을 반복하고


그 안에서 사람은 죽어간다.


 

소설 자체도

한번 펼치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빠르게, 거의 하루만에 소설을 읽었다.


한 인간 속에 숨겨진 잔인함

한 인간 속에 숨겨진 숭고함

그것은 무엇일까


아마 소설가 한강도 그것을 묻기 위해 소설을 썼을 것이다


에필로그에 따르자면 동호라는 소년과 이어진 줄을 쫓은 것이지만


각 장마다 시점과 화자, 주인공을 달리해가며


그녀가 묻고 있는 것은 한 사람 속에 숨겨진 무엇


때로 드러나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같은 인간종인데도 전혀 다른 것도 같은


 

잠깐 세월호를 떠올려본다

전혀 낡을 수 없는 이야기

인간 속에 숨어있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고문을 하고

누군가 죽음을 무릎쓰고 도청에 남고

누군가 도망치고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구하는 그 무엇

과연 무엇일까


소설가 한강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통해 소년 동호를 절대 갈 수 없는 소년

언제나 와서 옆에 서있을 수밖에 없는 소년으로 만들었다.


5.18이라는 사건이 이 나라에서 갖는 의미를 넘어서

전인류적인 의미를 질문함으로써.



제목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전두환은 발포 지시를 자기가 하지 않았다고 또 망언을 했고



2025년이 되자 그는 죽었고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금세 9년이 흘러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음에도 다시 계엄령이 나고

다행히 계엄이 해제되고 계엄을 발표한 자는 탄핵되었으며

그들에게 계엄이 무엇인지 그 단어가 그 단어가 지닌 무게가 이 나라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다시는 그 단어를 쉽사리 자기만을 위해 쓸 수 없도록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을 만한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므로 

앞으로를 그래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여전히 계엄 운운하던 자는 버젓이 세상을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고 다니는 듯 하고 

나는

이전에 읽은 책을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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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 신으로 - 의식의 신비 속으로 떠나는 한 물리학자의 여행
피터 러셀 지음, 김유미 옮김 / 해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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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미스터리인 빛(초월적이며 절대적인, 우주 유일의 상수)

영원한 미스터리인 의식 혹은 자아, (의식능력)

둘 모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항존하는 순간에만 존재한다.

신이 곧 나이며 빛이라는

어떻게 보면 사기 같고

어떻게 보면 신비주의자들이 늘상 하는 소리 같기도 한

주장을 조심스레 펼쳐놓는다.

 

자신이 오랫동안 과학도였으며

명상을 연구하며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펼쳐놓는 주장이지만

과학과 영혼의 연결고리가 의식이라는 것이다.

 

신비주의자의 주장이라기에는

과학, 철학적으로 증명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끌어오고 있으나

매트릭스나 유년기의 끝 만큼 명쾌한 어떤 주장을 펼쳐놓지는 않는다.

매트릭스, 유년기의 끝은 이 책을 보다가 떠올렸던 SF들이다.

 

 

 

 

재미있는 지점

우리가 보는 것이, 생각하는 것이 진실이 아니다




20160126


의미 있는 사실은 우리가 언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속의 말을 들음으로써 혼잣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의식에 완전히 새로운 차원인 언어적 사고가 추가된 것이다. 우리는 개념을 형성하고 생각을 간직하고 사건의 패턴을 이해하고 전제를 적용하며 스스로 발견한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도약이 이루어졌다. 주변세계의 본질에 대해 사유할 뿐만 아니라 사고 자체에 대해서도 사유하게 되었다. 우리가 자아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발달 영역의 장이 열리게 되었다. 마음이라는 내면세계를 연구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의식 자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P52

칸트는 근본적인 실재는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것 자체를 결코 모른다고 주장하였다. 그 실재가 우리 마음에 나타난 정도만 아는 것이다. - P56

우리가 보고 듣고 맛보고 접촉하고 냄새 맡는 모든 것, 즉 지각하는 모든 건 감각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내가 내 주변세계를 지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식하는 건 바로 내 마음에 나타난 색깔, 모양, 소리, 냄새일 뿐이다.
- P58

‘나 자신의 존재와 현 실재의 깊은 곳, 즉 가장 깊은 근원에 있는 나 자신인 형언하기 어려운 존재(am)에 이르면, 이 깊은 곳을 지나 바로 신의 이름인 무한한 나(I am)에 이른다.
-토머스 머턴

‘나‘는 히브리어로 하느님의 이름인 야훼이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하느님의 이름인 히브리어의 야훼는, "나는 곧 나다(I AM THAT I AM)로 번역되기도 한다.

‘나는 무한한 심오함이다,
그 안에서 모든 세계가 나온다.
모든 형태를 초월한 영원한 고요.
그게 바로 나다.
-<아슈타바크라 기타>-
- P116

이때 신은 우리를 초월해 있고 인간사에 관대하며 우리의 행위에 따라 우리를 사랑하거나 판단하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신은 우리들 모두에게서 우리 자신의 가장 친숙하고 분명한 측면, 즉 마음에서 빛나는 의식으로 나타난다.

- P118

사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기적은 결코 없다고 믿는 것과
모든 게 기적이라고 믿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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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늘 흔들리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근본적으로 끝내줄 단 한 번의 터닝포인트, 단 한 명의 사람, 단 한 가지 성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을 수습하면서 내공을 쌓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조금씩 자기 안의 공허를 메우면서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무게중심이 될 때까지, 벽돌을 쌓듯이. - P80

다만 삶이 그렇게 예측 불가능하고 허약한 것이라면 사는 동안에는 더 즐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 P298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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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하고 살아도 밥은 먹어야 한다. 한 끼의 식사가, 더 이상 나눌 수없는 인생의 가장 작은 단위인 것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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