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1 - 9월 2일

늦은 5시 정도 과 연구실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연구실엔 아무도 없었다.
어느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파란색 치마를 입은 처음 보는 누군가 내 옆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
"저기요 박사과정(수료라고 했던가?) 학생인데요. 지금 과사무실에 열쇠가 없어 문을 못 잠갔어요". (열쇠는 과조교들이 개인적으로 소지하고 있고, 연구실에 공용으로 하나가 비치되어 있다.)
"저기(비치된 열쇠를 가리키며) 열쇠가 있어요".
"내가 열쇠가 어디에 있는 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구요".
"제가 조교가 아니라서요".
"저보고 잠그라구요?"(잠시 침묵)
"....."
 "석사과정생이죠? 몇 학기 생인가요?"
"2학기생 000입니다".
"예에~ 석.사. 2.학.기. 0.0.0씨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분은 자기신상에 관하여는 말하지 않은 채 비치된 열쇠를 들고 나간다. 대화 끝.


-어떤 일이고 그것을 둘러싼 행위자 A와 B 등등등...은 자신의 이해관계나 감수성 등에 의해 '상황의 참모습'(그것이 존재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다음 기회에...)이 아닌 저마다의 인식에 의해 상황을 이해한다. 위에 내가 '재현한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일 수 있다. 그건 파란치마를 입은 그가 푸하에게 보인 부정적인 반응의 원인이 푸하의 표정이나 어조에서 나타난 부정적 뉘앙스를 보고 그 반작용으로 나타난 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뭐 그건 그렇고.
그분이 웃음지으며 나의 이름을 되새기듯 한자 한자 부르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그분이 내 이름을 물어보고 기억해 가는 것은 분명 '누군가에게 너의 버릇없음을 이를 꺼야 두고봐'이런 건데... 난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이건 좀 유치한 거 아닌가. 우는 아이 어르는 것도 아니고 성인에게... 이런 상황에 놓이다니 좀 재미있기도하다.
 그분은 과정을 마치고 논문이 통과되면 정치학 박사가 될 것인데... 장래 학생들을 가르칠 때 위계질서에 또렷하지 않으면 좋겠다. 

경험 2 - 1학기 초 3월 쯤 이런 일이 있었다.
장소는 4층 남자화장실(교수화장실)
소변기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한 분이 옆에 서서 일보면서 나에게 말을 건다.

"이번학기 신입생이세요?" "예" "그럼 여기가 교수화장실인 거 모르겠네요?" "아... 예" "일보는 데 민망하게 했네요." "아... 예."
민망한 건 둘째 치고...
그분이 상식에선 잘 못한 건 아닌 것도 같다.

한 가지 생각해보고 싶은 점이 있다. 그 분은 젊은(젊어 보이는) 사회학과 교수다.
화장실에서 학생에게 '화장실의 규칙'을 환기시키는 그는 규칙에 대해 확고한 것 같다. 그런데 사회학이란 무엇인가? 문외한이라  특별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 볼 수는 있겠다. 사회학은 사회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그들 각자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치며 사회를 조직하고 유지되는 지에 관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회학은 사회규칙에 민감하고 그러한 규칙이 왜 생성되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 지... 등등을 주된 학문의 대상으로 되어온 것 아닌가?
젊은 사회학과 교수인 그는 [교수만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라는 사회(학교)의 규칙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적용하여 푸하에게 그 사실을 알린 것은 하등 이상할 바(약간 민망한 상황이긴 하지만...) 없다. 그정도의 일은 일상에서 많이 되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경험에서 내가 느낀 아쉬움은 교수라면 그것도 사회학과 교수라면 사회규칙을 무작정 적용하기 이전에 그 규칙에 담긴 의미들을 상대화해서 바라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상식'이 모두 옳은 것이 아니라면 교수화장실이라는 것도 꽤나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제도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분이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내 생각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듯 규칙의 집행자로서만 나에게 말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단지 규칙은 이러니 지켜야한다."로 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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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9-0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학교는 최대한 덜 다니는 것이 좋다,는게 제 지론인데요. 흐흐.

푸하 2008-09-03 10:58   좋아요 0 | URL
학교는 사회의 축소이며 동시에 개개인을(아이든 어른이든) 현재의 사회에 적응시키는 기능을 하는 거 같아요. 현재의 사회가 건강한 사회면 별문제가 없을 텐데.... 그렇진 않은 거 같아요.^^; 그래서 치니님의 지론에 동의해요.ㅎ~

푸하 2008-09-04 01:46   좋아요 0 | URL
위 제 댓글과 다른 오늘 좋은 경험을 했어요. 제가 조교로 있는 수업(신화와 상징이라는 과목)을 맡으신 선생님과 드문 경우지만 상견례를 겸해서 차한잔 함께 마셨거든요.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참 좋은 분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 분은 스스로의 야기-희망과 절망, 가치있는 경험 같은...-를 스스럼 없이 저에게 해주시 더라구요. 관심있는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제 물음에 (그분 전공은 '인도신화/종교'에요) 관심있는 분야는 많지만 근본적인 주제는 자유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마늘빵 2008-09-0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정치학, 사회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박사수료씩이나 되고, 교수나 된다는 사람들이, 이게 무슨... 쓸데없는 데서 위계질서 따지고, 권위 챙기려는 이들이, 무슨 정치학이니 사회학이니 한다고. 막 화나네요.

푸하 2008-09-03 10:50   좋아요 0 | URL
참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이에요. 공부는 우선 자기를 들여다 보는 게 기본아니겠어요? 화까지 내주셔서 괜히 아프님 혈압오르게 한 거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기도 하지만 저에겐 공감해주시는 거라서 좋기도 한 서로 모순된 느낌이 들기도 해요.^^;

라주미힌 2008-09-03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학교에서 '덤'으로 배우는 것도 많군요..

푸하 2008-09-03 10: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이런 일을 통해 '아 이렇구나!'헸거든요. 일상이 (조금쯤이라도)흔들리는 경험은 활용하기에 따라 참 좋은 거 같아요.

L.SHIN 2008-09-0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기네요.
그들은 몸 구조가 학생들과 다르게 생겨서 따로 사용하나봐요? ㅡ.,ㅡ

푸하 2008-09-03 13:15   좋아요 0 | URL
하하~ 말씀 재밌게 하셔서 웃었어요.^^;
어쩌면 몸 구조가 학생들과 똑같아서 따로 사용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교수와 학생은 다른 거야~ 하면서요.ㅎ~

2008-09-20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돈과 권력, 학식을 갖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 없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싶다.

본래 생긴대로 살되 타인과 조화롭고 행복하게 관계맺을 수 있는 그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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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8-2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식은 모르겠고, 돈과 권력이 있으면 실수를 하더라도 문제가 안되는 세상이죠 여긴...

푸하 2008-08-21 01: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학식이 아니라 학벌로 바꿔야 겠군요. 학식이 인간됨의 기본을 체득한 것이라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아지겠어요.

2008-08-21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8-08-2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살아봅시다.

푸하 2008-08-21 23:42   좋아요 0 | URL
아... 긍정도 조심스럽게 하면 좋겠군요?^^; 말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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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8-1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노래 좋아해요.
임형주가 부른 것을 처음에 들었는데 알고보니 많은 이들이 불렀더라구요.
그리고 이렇게 오래된 사람도.
그만큼 오래된 노래라는 이야기겠죠.
프랭크 시나트라는 마이 웨이보다 아가씨와 건달들 영화에서 강렬했어요.
그답지 않은 네이썬이라고나 할까.
추신:노래가 들리다 안들리다 해서 2분 29초가 꽤 오래 걸렸어요.

푸하 2008-08-18 22:01   좋아요 0 | URL
이 노래는 많은 가수들이 다시 부른 것 같아요. 전에 검색해보니 여러 음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 들어봤어요. 그만큼 좋은 노래인 듯해요. 전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엔딩테마로 이 곡을 처음 들었지요. 단순하면서도 울림을 갖는 곡과 가사라고 느꼈어요. 시내트라의 노래도 들어보니 괜찮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올렸죠....^^;
추신 답: youtube에서 재생할 때, 멈추는 경우는 다운로드 속도보다 재생속도가 빨라서 그러는 것 같아요. 일단 플레이 버튼 누르고 바로 잠시멈춤 버튼 누르고 좀 기다려서 플레이버튼 다시 누르면 들으실 수 있어요. 잠시멈춘 상태에서도 계속 다운로드되고 있으니까요.

제 노래는 아니지만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노이에자이트 2008-08-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노래 여자가수가 부르는 것도 좋아요.공각기동대에서 나오는 노래가 좋더라구요.

푸하 2008-08-24 21:43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해요.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많은 가수들이 다시 부른 곡이네요. 듣는이 각자가 자기식으로 들을 수 있는(부를 수 있는)곡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8-08-24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디오엔 공각기동대 것이 제일 많이 나오더라구요.그래서 알게 되었죠.

푸하 2008-08-24 21:57   좋아요 0 | URL
참 전 아직 공각기동대를 보진 못했어요. 애니와 함께 테마곡이 어떻게 엮이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에 재학중인 한 학생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하는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를 뽑았습니다.
저와 같은 평준화 교육의 피해자를, 더이상 양성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학이라는 학문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수학은 제가 전공하려 하는 경제학뿐 아니라, 물리학, 공학, 통계학 등
대부분의 현대적 학문에서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기초학문이며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최소한 70%이상의 비중을 두어야 할 만큼
대학에서 학문을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학생들은 중고교에서 수학을 얼마나 배울까요?

문과는 수학 7, 8, 9, 10, I을 배웁니다.
그리고 이과는 여기에 수학 II, 미분과 적분을 더 배우죠.
그러면 미국의 학교를 볼까요.
미국에는 두 가지 종류의 학교가 있습니다.
하나는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이 다니는 일반 공립고교
다른 하나는 학업성취도가 뛰어난 학생들이 다니는 명문사립고교.
미국의 일반공립고교에서는 한국보다 오히려 수학을 덜 배웁니다.
그러나 뛰어난 학생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고교에서는
AP Calculus AB, AP Calculus BC 과목을 의무로 수강합니다.
이 과목들은 대략 서울대학교 이과 신입생이 이수하는
미적분학 1,2보다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명문사립고교에서는, 정규 고교교과과정 밖에 있는
Multivariable Calculus, Linear Algebra, Analysis 등의
대학과정 과목을 개설합니다.

이러한 과목을 수강한 미국의
명문 사립고교 학생과, 일반 인문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학업격차는 대략 2년이 납니다.
여기에 한국의 남학생들은 병역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4년의 학업격차가 생기게 됩니다.
게다가 병역이후에 학업에 다시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학업을 쉰 2년 동안 잊었던 내용들을 다시 복습하고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나이가 들어서 굳어버린 머리로는 초인적인 노력이 없이는
이 격차를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머리가 특별히 좋아서 따라잡을 수 있는 예외적 경우..도 있지만
평범한 서울대학교 입학생의 경우를 고려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2-3년이면 모두 배울 수 있는
중고교 교과과정을 공부하는 데,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입니다.
평준화 교육을 철폐하고, 본고사를 부활하여
서울대 입시에 미국 명문 사립고에서 배우는 수준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를 내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몇몇 뜻 있는 학생은 과학고에 진학하여
저런 심화된 내용을 미리 학습하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내신성적의 부담과 입시에서의 불리함을 이유로
과학고등학교 진학을 꺼려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저처럼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경제학은 '문과'라는 생각에 과학고는 커녕
고교 이과 교과과정에 있는 수학 II, 미분과 적분도 전혀
배우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전교조나 주경복 후보와 같은 평준화 세력은
외국어고에서 심화된 교과과정을 제공하는 것을
불법, 탈법으로 몰아 금지시켰을 뿐 아니라
이것도 모자라 특목고 교과과정을 정상화(??)하겠다고 주장합니다.
그 피해자는 잠재력이 있는 특목고의 학생들이 되겠지요.

저는, 이런 불합리함을 해결하고, 더 이상 능력 있는 학생들이
역차별이나 잘못된 교과과정의 피해를 보는 것을 막고자
주경복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경복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택 후보를 찍었습니다.
물론 공정택 후보가 무능하고, 부패하고, 비리투성이 후보인 데다가
자유연애 금지, 청소년 성행위 적발시 퇴학 등 절대 정책화되어서는
안될 공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준화로 일어날 폐해에 비하면 이는 조족지혈이라 생각합니다.
주경복 후보와 평준화 세력은 핀란드의 예를 들며
평준화 교육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올려준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핀란드와 한국은 세계고교생학력평가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상위권과 하위권을 합쳐 모든 학생을 평균낸 것에 불과합니다.
최상위권 학생(한국의 경우 대략 서울대 입학권인 0.5% 정도의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아마 미국의 그것에 비해 핀란드와 한국의 그것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결국 국제 경쟁력면에 있어서
핀란드, 한국 학생들은 미국학생들에게 밀리게 될 것입니다.
저는, 국제적 금융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크게 방해한 것은, 잘못된 평준화 교육과정입니다.
제 후배들에게는 이런 불합리함을 더 이상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서울대 학생의 글 원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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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글의 제목이 참 경악스러웠다. 공정택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주제라...
그가 서울대 학생이라 놀랐고 더욱 당황스런것은 경제학도라 하여서다.

차근 차근히 나의 당혹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저와 같은 평준화 교육의 피해자를, 더이상 양성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학생들은 중고교에서 수학을 얼마나 배울까요? ...또한, 저처럼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경제학은 '문과'라는 생각에 과학고는 커녕 고교 이과 교과과정에 있는 수학 II, 미분과 적분도 전혀
배우지 못하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학생이 지적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평준화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데서 오는 문제이다. 나도 수학공부를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문과 이과로 나누어 문과는 수학을 대충하는 것이라, 대학와서 수학을 강조하는
경제학 분야에서 흔히 겪는 고통이다. 이것이 어찌 평준화의 문제인가.
이과와 문과의 구분은 일본식 교육의 전통이고 고등학교에서 굳이 나누어야 할 필요가 없다.

2.
"미국의 ... 뛰어난 학생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고교에서는
AP Calculus AB, AP Calculus BC 과목을 의무로 수강합니다.
게다가... 정규 고교교과과정 밖에 있는 Multivariable Calculus, Linear Algebra, Analysis 등의
대학과정 과목을 개설합니다. ... 일반 인문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학업격차는 대략 2년이 납니다."


인문계고등학교와 격차는 그럴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저정도의 수학은 이과를 나와서
1년이면 끝나게 됩니다. 그리고 굳이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하는지도 의문이고요.
저렇게 수리에 관련된 수학보다는 오히려 수학에 대한 논리와 창의력이 더 중요합니다.
Classical Analysis, Topology, Game Theory 등의, 증명이나 이론중심의 수학을 하지 않고 무조건 푸는 수학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대 수학자가 못나오는 이유이지요. 수학이전에 논리를 더 강화해야 하지요.
그리고 미국도 수학을 잘하는 일반고교 학생들이 대학수업을 들을 수 잇도록 수강신청을 허락합니다.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을 할 수 잇는 시간적인 여유가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주어지면
나도 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 쓸데없이 암기경쟁에 내몰려서 그럴 시간이 없지요.
하루종일 새벽에 나가 한밤중에 돌아오는 우리 학생들에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3.
"여기에 한국의 남학생들은 병역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4년의 학업격차가 생기게 됩니다. 게다가 병역이후에 학업에 다시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학업을 쉰 2년 동안 잊었던 내용들을 다시 복습하고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나이가 들어서 굳어버린 머리로는 초인적인 노력이 없이는 이 격차를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2-3년이면 모두 배울 수 있는 중고교 교과과정을 공부하는 데,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학생의 6년 낭비는 군데가고 오는 2년반 정도의 시간이 더해지고 복귀해서 적응하는 시간을 합쳐서
손해가 나는시간을 부풀린건데 이것이 중고교에서 수학을 안해서 그렇다고 결론을 짓네요. 내가 보기엔 군대안가면 해결된다고 주장해야 맞는 것 같은데... 그럼 모두 군대가지 말지 머. 대통령과 그 아들처럼...
이렇게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나 그 아들, 그리고 권력가, 재력가들 처럼 군대 안가는 사람을 더 존경할 것 같네요. 군대 가는 가난한 사람들은 다 바보이고...

4.
"평준화 교육을 철폐하고, 본고사를 부활하여 서울대 입시에 미국 명문 사립고에서 배우는 수준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풀 수 없는 문제를 내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나는 미국에서 10년, 그중 교수생활 3년을 했는데, 미국에서 본고사 친다는 얘기는 못들었다네. 헌데 미국처럼 하자면서 갑자기 왠 본고사를 주장하는지... 꼭 조중동이 계속해서 미국의 대학입학시 작성하는 에세이(주로 자신의 경력과 입학하려는이유 등을 쓴)를 논술시험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도 본고사와 논술 있다고 하는 것처럼...


5.
"물론 공정택 후보가 무능하고, 부패하고, 비리투성이 후보인 데다가
자유연애 금지, 청소년 성행위 적발시 퇴학 등 절대 정책화되어서는
안될 공약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준화로 일어날 폐해에 비하면 이는
조족지혈이라 생각합니다"


이러면서 공정택에게 표를 준것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나는 이제 대학2학년인 이학생이 너무나
무서울 뿐입니다. 많은 서울대 출신들이 사회를 위하기 보다는 자신만 잘살면 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무서울 정도로 부패를 저지르는 이유입니다. 부패를 잘 알지만 그를 선택한다.
더우기 이 학생이 경제학도이고 금융공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것을 보면 정말 답답합니다.
시장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이학생이 전공하려는 분야의 전제가 되고 있고 그것을 담보하는 것이
부패와 불합리의 척결에서 비롯되어 집니다., 그리고 무능은 경제학에서 보면 비효율을 말하는 것인데
경제학도가 무능=비효율을 선택하다니요.

6.
"주경복 후보와 평준화 세력은 핀란드의 예를 들며 평준화 교육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올려준다고 주장합니다.사실, 핀란드와 한국은 세계고교생학력평가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상위권과 하위권을 합쳐 모든 학생을 평균낸 것에 불과합니다.최상위권 학생(한국의 경우 대략 서울대 입학권인 0.5% 정도의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아마 미국의 그것에 비해 핀란드와 한국의 그것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결국 국제 경쟁력면에 있어서 핀란드, 한국 학생들은 미국학생들에게 밀리게 될 것입니다."


이는 핀란드와 한국이 국제적으로 학업성취도가 높은데도 이를 무시하고, 결국 미국이 좋은 학생은 더좋다라는
굉장히 비논리적인 얘기를 하고 있지요. 원래 학업성취도가 평균적으로 높으면, 결국 좋은 학생도 많이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애써 외면하지요. 평준화를 한다고 경쟁을 안한다는 것 처럼 착각하는 것이지요. 경쟁도 서로 지원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방법을 무시하고 무조건 전쟁처럼 서열화 하는 그런 경쟁만이 전부라고 인식하는 것이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폄하되면 안될것 같아서요. 실제로도 미국의 많은 학문분야, 특히 공학이나 수리를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유럽이나 인도 중국 한국사람들이 판을 칩니다.학생의 기대와는 달리.. 그런데도 미국대학들이 설치는 것은 전세계에서 좋은 학생들이 몰려드는 그런 구조 때문에 있지요. 우리도 대학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중고들 때려잡는 일이 능사가 아니지요.

7.
"저는, 국제적 금융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크게 방해한 것은, 잘못된 평준화 교육과정입니다. 제 후배들에게는 이런 불합리함을 더 이상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3년보다는 정말 중요한 것이 대학4년 그리고 평생 공부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며, 어찌 3년 공부보다 이후의 수십년의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지 참 걱정스럽습니다. 자신이 인문계여서 수학공부를 못한것이 대학와서 후회가 되는 것은 알겠는데, 내 학생들도 다 수학을 하지 않고 대학와서도 잘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면 됩니다. 나도 50이 넘어서도 공부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마이닝, 머신러닝 같이 공대에서 하는 공부도 덤으로 하였습니다. 엄청 후배들을 생각하는 것 처럼 얘기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 그런 논리에 동의하는 학생은 극소수입니다. 오히려 대학에 와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데 모두 동의하고, 고등학교까지는 정말 기초적인 분야를 착실히하고, 체육이나 음악, 미술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의력과 감성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수학하나도 안하는 문과 나와 교육학 하는 녀석도 대학 3년 때부터 가르치니 미국 경영정보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더라구요. 하기 나름입니다. 정말 불합리한 초중고 경쟁강화로 공부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더 잃게하여 종래에는 좋은 인적자원들을 더 낭비하지 않을까 걱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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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도 내 경험을 얘기할게요. 나는 고등학교를 부산에 있는 2진급 학교를 나왔습니다. 그 학교에서 졸업성적이 500등 내외, 그러니 거의 꼴찌를 달렸지요. 지금 고등학교 동창들은 모두 그럽니다. "누구도 서울대 교수를 한다네." 하지만 나는 동창들에게 말합니다. 초중고등학교 성적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고, 단지 공부하기 싫어서, 주입식 공부를 혐오해서 하지 않았을 뿐이라구요. 하지만 속으로는 그랬지요. 내가 공부하면 누구에게던 지기 싫어한다고... 원하는 것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를 하고 싶다는 것이엇습니다. 제발 얄팍한 지식으로 마치 후배들을 위하는 것 처럼 그렇게 쓰지말고, 그냥 한나라당과 뉴라이트가 좋다고 해도 누가 머라하지 않아요. 어차피 서울대야 교수도 학생도 보수일색 아닌가. 그리고 졸업하면 자신만을 위한 일에만 몰두하면서 내가 돈많이 벌고 권력을 잡는일은 당연히 내능력이고 그것이 세상이 잘되는 길이라고 합리화하는거니... 무엇보다도 학생이 부패해도 좋다, 내가 좋으면 나는 표를준다는 그 글에 나는 정말 서울대교수로써 할말을 잃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졸업해서 과연 사회를 생각하겠느냐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얘기해야할 경제학도가 그런 얘기를 하니 나는 더욱 서글퍼 집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전공 최영찬 교수

서울대학생의 글을 보고 쓴 서울대 교수님의 글과 교수님 메일 aggigur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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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08-03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학생이 배우려는 '경제학'은 도대체 어떤 형태의 '학문'이 될까요, 그리고 그가 되고 싶다는 '국제금융전문가'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전문가'가 될까요, 정말 걱정되고 두려워지기까지 하는 물음이 아닐 수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 한 자락, 흩뿌리고 갑니다.

푸하 2008-08-03 04:29   좋아요 0 | URL
아... 엄청 늦은 시간에 방문해주셨네요. 반가워요.^^;
저 학생의 평준화 교육 비판글을 처음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저글은 분명 진실한 글이고 학생이니만치 사회의 어떤 부분을 충실히 담아낸 글인 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교육은 무엇일까? 배움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이 들어요.
 

檢, 촛불집회 거리시위 900명 벌금 

이건 뭘까? 촛불시위에 밀려 이명박은 사과를 했었다. 그게 위기탈출용이라고 하더라도 사과하였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 개개인에게 일일이 가서 물어보진 못했지만 내가 확신하는 거, 시위현장에서 과격한 행동을 한 사람이 있다면 이 원인은 이명박에게 있지 과격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어머니도(과거에 '이명박을 찍어야지' 하셨던 분이다.) 이번 일들은 전적으로 이명박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신다고 한다. 근데 결과는... 좀 이상하게 간다. 촛불시위의 규모가 작아져서 이리라.

답답한 뉴스를 보면서 다시금 확실해지는 생각.

-검찰, 이들은 전혀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물론 검찰만 똑 집어서 말할 수 없지만.) 흔히 법은 사회와 국가 안의 개인의 인권과 주권을 공히 존중하고 그것들이 서로 충돌할 때 '공평무사'하게 중립적이라는 가정 위에 존립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권력에 영합하여 부당한 방식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 같다.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명시한 '헌법'에 따라 이명박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할 검찰이 그 지력을 피해자를 가해자로 모는 데 사용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법에 따라 국민주권을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기구로 존립하는 것이다. 검찰이 행정부 소속으로서 이런 저런 이해/인맥 관계가 성립되어 거기에 대한 감각만이 또렷해지고 권력을 향한 주권자들의 이야기를 직접들을 수 있는 감수성이 없어지면 검찰은 존재가치를 상실한다.

-중립적이지 못하면서 중립적인 체하는 녀석들에 대해선 더 많은 사람들이 또렷한 권리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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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30 2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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