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만다라트 서식을 발견하고는 이거다 싶은 마음에 저장해두었다. 원래는 가운데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일들을 뻗어나가는 방식으로 쓰는 건데, 나는 책을 분류별로 나눠서 채워놓고 도장깨기를 하고 싶더라.

그렇게 채운 72권의 책들. 라인업 재밌네...(。ì_í。) 당연하다. 과거의 내가 재밌겠다며 사둬서 집에 있는 책들이기 때문이다. 아예 안 읽은 책도 있고 더러는 서문은 읽었거나 필요한 부분들만 발췌식으로 읽은 책도 있다. 완납하지 않은 것에 기준을 두었고 책장에서 당장 눈에 띄는 책 위주로 넣었다.

기타와 함께 묶은 건 MA라고 마거릿 애트우드의 줄임말이다. 하하. 정리하다보니 기타가 늘어서 2권밖에 안 넣었는데 SF에도 들어가고 외국소설에도 들어가는 책이라 어디 넣기가 복잡해서 MA로 따로 빼버렸다. 정리하다보니 놀란 점은 한국이든 외국이든 산문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과 단편소설도 꽤 많다는 것이었다. 과학책은 없어도 너무 없고. 제일 치열했던 분류는 고전이었다. 얇은 것부터 소화해야 고전 분류도 도장깨기 가능할 것 같아서 이런 라인업이 완성됐다. <여름> 읽고 재밌으면 <이선 프롬>도 사서 읽을 거다. 어차피 계획대로 읽지 못할 확률이 50이므로 강박을 갖진 않기로 했다. 분류별로 2권씩만 읽어도 땡큐베리감사지 싶은 마음이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완독하고 솔님 영상을 봤는데 거기서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어 담아본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외피적으로 그런 밋밋한 삶을 훨씬 더 많이 산다는 거예요. 내부구조는 (밋밋함과는) 완전 다르겠지만요."

밋밋한 삶이어도 좋으니 책태기 없이 책이 한 권 한 권 잘 읽히기를.



2023 독서 계획 책 두께 버전.

만다라트에 책 제목으론 감이 잘 안 잡혀서 어차피 집에 있는 책들(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는 전자책으로 있어서 제외) 분류 별로 모아보았다. 외국 소설이 두께가 어마어마하고 생각보다 외국 산문이 읽을만 해보이는데 가독성은 보기보단 쉽지 않을 거다. 하하.

2023년 첫 독서로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완독했으니 다음 책으로는 기타에서 한 권 읽을 거다. 그 다음엔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을 읽을 것이고- 설 연휴 전에 완독하면 설에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읽어야지 :9

고전에서는 어떤 책을 제일 먼저 읽게 될까.

p.s. 이 사진들 찍는다고 책장을 뒤집어 엎어서 뒤죽박죽이 되었는데 새로워졌다. 오히려 좋아.ㅎㅎ





[SF]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

테드 창, 숨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문목하, 유령해마

옥타비아 버틀러, 와일드 시드

옥타비아 버틀러, 킨

스타니스와프 렘, 솔라리스







[외국 소설]

다카노 가즈아키, 13계단

니콜 크라우스, 사랑의 역사

이민진,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전2권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코맥 맥카시, 로드

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단편 소설]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조남주 외, 현남 오빠에게

임솔아 외,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

백수린, 여름의 빌라

정보라, 여자들의 왕

김금희, 크리스마스 타일

황유미, 피구왕 서영





[한국 산문]

신형철, 인생의 역사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김신회, 심심과 열심

이석원, 2인조

박연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구달·이지수, 읽는 사이







[고전 소설]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샬럿 브론테, 제인 에어 전2권

서머싯 몸, 인생의 베일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지옥편

미셸 트루니에, 마왕

이디스 워튼, 여름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커트 보니컷, 제5도살장


\




[인문/과학]

마리아 포포바, 진리의 발견

박웅현, 책은 도끼다

박웅현, 다시, 책은 도끼다

리베카 솔닛, 걷기의 인문학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재천, 최재천의 공부

에리히 프롬,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한국 소설]

장용민, 귀신 나방

한은형, 레이디 맥도날드

김이설, 선화

양귀자, 모순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김중혁, 나는 농담이다

은모든,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해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기타/MA]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아녜스 바르다(지은이) 제퍼슨 클라인(엮은이), 아녜스 바르다의 말

알렉스 존슨, 작가의 방

메이슨 커리, 리추얼

마거릿 애트우드, 증언들

마거릿 애트우드, 그레이스

목정원,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이슬아, 심신 단련





[외국 산문]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비비언 고닉,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캐럴라인 냅, 욕구들

린디 웨스트,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크리스티앙 보뱅, 작은 파티 드레스

데버라 리비, 알고 싶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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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에세이 : 시간의 흐름 <말들의 흐름> 1-8권 시리즈

집에 사두었던 시와 산책을 시작으로 상반기에 커피와 담배, 담배와 영화, 영화와 시를 찾아 읽었고

하반기에 산책과 연애, 연애와 술, 술과 농담, 농담과 그림자까지 챙겨 읽었다 :)

금정연-정지돈 작가님의 영화 이야기는 다소 어려웠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하며 읽은 시리즈.

어떤 주제로 이어질지도 궁금하고 또 어떤 작가들을 만나게 될지도 기대되는 시리즈다.

8권 중에 2권을 꼽으라면 시와 산책과 산책과 연애.

새로 나온 그림자와 새벽 도 조만간 읽어봐야지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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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소설 : 김이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책에 대한 내 취향과 별개로 이 책에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남았다.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이었다. 오랜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었고, 나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서서 용산구의 어느 카페에 앉아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챙겨나간 책은 김이설 작가님의 장편소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대학생 때 『나쁜 피』를 시작으로 김이설 작가님의 책을 두 권 더 찾아 읽었는데, 두 권 모두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책이었다. 지독해서 읽기 어려운데 그 지독한 면으로 말미암아 여운이 엄청난 책. 그래서 이번에도 읽어보기로 했고, 소재가 소재인지라 궁금하기도 했다.

시를 쓰고 싶었다. 오늘은 쓸 수 있을까. 생각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어쩐지 나는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삶이라고 규정지은 것들, 학교와 직장과 적당한 수입, 가족을 일궈 안정적인 일상을 꾸리고, 노후를 준비하며 일생을 보내는 일련의 과정들. 그 과정을 영위하기 위한 현실적인 실천 의지 같은 것들. 그런 것에 흥미가 없었으므로 가지고 싶은 열망도 없었다. 일반적인 삶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자, 그제야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p.61-62)

뭐지, 이거. 주인공 '나'가 하는 많은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았다. 그저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고, 변화나 시끄러운 걸 좋아하지도 않았으며 몸을 움직이는 놀이 역시 즐겨하지 않았다.(p.57-59)

나는 주인공만큼 글쓰기가 간절한 사람은 못 되었지만 여러모로 닮은 면이 많았고, 그래서 내 모습을 투영해 읽었다.

그런 주인공을 유일하게 알아봐준 사람은 아버지였는데,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해준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선 독서하는 공간이 카페란 걸 잊고 눈물을 쏟을 뻔했다.

ㅡ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김이설,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p.117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이 말은 주인공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돈다.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책을 읽던 내게도 자꾸만 맴돌았다.

지난 10월 29일, 많은 이들이 떠났다. 나는 도무지 말을 고를 수가 없어서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그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또 다른 지옥을 살다가 떠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라를 구하다 죽었냐며 비난을 일삼은, 본인이야말로 무지몽매한 시의원의 기사도 읽었다. 진상규명은 커녕 가해를 일삼고 자신이 공인인 걸 잊었다며 변명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그날 이후로 몇 번이고 마음 속에 천불이 났는데, 이날도 그랬다.

당시엔 화를 삭이지 못했다. 거친 말만 쏟아내다 정작 해야할 말을 못할까봐 애써 묻어두었던 말을 전한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생은 길고, 아직 피지 못한 꽃들이 많이, 너무 많이 떠났지만 부디 주저앉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소설과 10.29 참사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나, 내겐 자동완성처럼 남아버린 일이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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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고마웠습니다!
(´▽`ʃ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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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첫사랑의 얼굴이 된다.

옛날 사진 속 사람들같이 된다.
옛날을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첫눈이 오면 같이 듣자, 노래를
같이 보자, 첫눈의 기억을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그런 게
좋다.

첫눈을 함께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대.
오늘 이루어진 사랑을 생각해봐.

창문을 자꾸 열게 되는 마음으로.

-쩡찌, 땅콩일기2 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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