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 언제, 어디서 읽어도 좋은 게 책이지만... :)

언제, 어디서 제일 많이 읽었더라 되짚어보면 '새벽, 제 방'입니다.


이르면 11시, 늦으면 12시에 머리맡에 있는 책들을 읽다 잠들거든요.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동안 책을 읽은 시간과 공간이기도 하구요.

딴짓하지 않고 집중 있게 책을 읽었던 장소는 전철입니다.

제 방에서는 딴짓으로 빠지기 십상이라... ㅎ_ㅎ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 종이책도 읽고, 전자책도 읽고,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기도 합니다.

습관하니 말인데, 저는 한 권을 붙잡고 끝낼 때까지 읽는 것보다는, 장르가 겹치지 않게 한 번에 여러 권을 동시에 읽습니다.

한 번 시집에 꽂히면 시집만 읽어댈 때도 있고, 만화책만 읽어댈 때도 있어요.


요즘엔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책을 기록해두는 일에 빠져있습니다.

읽는 책은 웬만해서 그때 그때 기록해두려고 하는 편입니다.

굳이 각잡은 서평이 아니더라도, 사진으로 남겨두거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남기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아, 그리고 때때로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 책을 듣기도 합니다 :D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최현정의 <빨강머리N>,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이렇게 세 권 있네요 :)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 한 칸에 색색별로 모아서 정리해둘 때도 있고, 작가의 책을 한 곳에 모아두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대부분 책의 크기에 맞춰서 책장에 최대한 많은 책을 넣을 수 있게끔 정리해뒀습니다.

책장에 꽂히지 못한 책들은 두서없이 탑을 이루고 쌓여있어요T_T


모든 책을 다 갖고 싶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아서

2년 전부터는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빌려봤고 (사서 읽는 것과 병행. 독서마라톤의 영향도 있었고.)

올해는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해서, 전자책으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책들은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고 있습니다.

'간소'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인 거라 제가 어디까지 간소하게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실천중입니다 !_!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 이건, 전에도 한 번 이야기한 적 있는데요 :)

비룡소에서 출간 된 <거짓말하다 죽은 말 이야기>라는 책이요.

초등학생때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이 책으로 소설의 재미를 알고

내 손으로 책을 찾아 읽는 재미를 깨달았던지라 제겐 여러모로 의미있는 책입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 어... 아직도 제 책장 한 구석에 있는 귀여니 책.ㅎㅎ

도레미파솔라시도는 그 당시에 워낙 좋아해서 샀고,

내 남자친구에게는 한참 뒤에 신촌 아름다운가게 헌책방에 갔다가 발견해서 사왔는데...

한 번도 읽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 이야기 들려주는 것처럼 말하기)

이 책을 통해 '추억의 책은 추억으로 남겨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모든 책이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책은 읽을 '때'가 있다'(그 때가 아니면 읽기 쉽지 않은)를

깨달았으니 제겐 나름대로 의미있는 책이네요. :)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 좋아라하는 김애란, 김연수, 황정은 작가님은 만나뵌 적이 있으니

살아 있는 작가 중에 고른다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쓴 발터 뫼르스.

초등학생의 저에게 <거짓말하다 죽은 말 이야기>가 있었다면

고등학생의 저에겐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있었습니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은 영화로도 제작되서 원작을 읽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들 아는 작품이지만

이 책은 2006년에 영화화한다고 해놓고 (10년째 기다리고 있는 1人)

아직도 소식이 없는 관계로, 이 책을 이야기하면 정말 이 책을 읽은 분들밖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운 작품.

이 책 미친듯이 재밌으니까 꼭 한 번 읽어보세요♥ 하기엔...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라

(그저 두꺼워서 높은 게 아니라... 정말이지 생전 처음 보는 세계 앞에서의 그 낯선 느낌이란...@_@)

영업하기가 쉽지 않은 책.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었다고 하면 그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고ㅎㅎ


여하튼 발터 뫼르스를 만나게 된다면 상상의 대륙 차모니아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시간이 있다면

그 앞에서 가만히 앉아 그저 듣고 싶습니다. 원어로 들으려면 독일어를 미리 공부해둬야 하나...

(인생 김칫국 마시기지만 상상만해도 행복하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장미의 이름> 상, 하권에 도전해보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고 말하려다... 그 전에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으므로...)

그 외에도, 아직 읽지 못한 많은 세계문학을 한 권 한 권 읽어보고 싶습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 파울로 코엘료의 <마크툽>이요.

전에 나온 <마법의 순간>을 너무 괜찮게 읽어서, 한치의 고민 없이 샀는데

<마크툽>은 <마법의 순간2>가 아니었다고 한다...Aㅏ...

(물론 책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 취향의 문제일뿐!)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이건 주노 디아스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책들을 몽땅 끌어안고 있다가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마지막 순간이 돼야 어느 책 세 권을 가지고 갈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 다음에 무인도에서 남은 평생을, 남겨두고 온 책들과, 새로 나온 책이건 오래된 책이건

읽을 기회가 없었던 그 모든 책들에 대해서 꿈을 꾸며 보내겠지요."

 

라고 대답한 것처럼,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그 마지막 순간을 경험하지 않는 이상

'이게 내 답이다' 싶은 세 권을 고르긴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라본다면!

 

   


 

1.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집에 있는 책은 1,2권 분권짜리이니, 단 권으로 나온 개정판을 구매해야 되려나)

2. 아즈마 키요히코 <요츠바랑> 전권 (한 권으로 가져가야 한다면, 단 권을 이어 붙여서 한 권으로 만들어뒀다는 가정하에)

3. 신해영 <나라를 구했다> 1,2권 (이것도 합본이 없으니 이어 붙여서라도)


생존에 도움이 되는 책을 가져가야할까, 싶다가도 여차저차해서 생존할 수 있다면

내가 무인도에 있다는 걸 잊게 만드는 책(꿈꾸는 책들의 도시)이나

몇 번을 읽어도 웃으며 읽는 책(요츠바랑&나라를 구했다)이 좋을 것 같아서 고심 끝에 고른 세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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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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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살인이 잉태된 집안에서 들려주는 살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집안은 내가 자라난 곳이며, 또 어떤 면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마이클 길모어. 록 음악이 최고의 절정기에 달하던 1967년 말에 창간된 이래로 대중문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잡지 <롤링 스톤>의 수석편집장이었으며, 로큰롤의 태동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록 음악계의 빛나는 영웅들을 그린 Night Beat의 저자이자 뛰어난 음악평론가다.

 

나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살인자의 동생이다. 그의 이름은 게리 길모어. 그는 현대 미국의 범죄자 중에 누구보다도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악명을 드높인 것은 그가 저지른 범죄19767, 연이틀 젊은 모르몬 교도 두 명을 살해한 그 죄때문이 아니었다. 게리가 유명해진 건, 바로 그가 자신의 처벌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 때문이다. 그가 살인을 저질렀던 시기는, 미국 대법원이 사형제도의 부활을 위한 조치를 취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특히 당시 사건이 일어났던 유타 주는 앞장서서 사형제도의 부활법을 통과시킨 상태였다. 하지만 법의 집행은 또 다른 문제였다. 1977년 가을, 게리가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는 한 번도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었다. 비록 법은 통과되었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합법적인 살인행위에 찜찜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게리 길모어로 인해서 바뀌었다. (p.18)

 

사실 게리 길모어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이 아니다. 게리 길모어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에 처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 노먼 메일러의 사형집행인의 노래는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해 퓰리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게리가 저지른 난폭한 죄악의 뿌리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기록되지 못한 이야기들 속에 감춰져 있다고 마이클 길모어는 이 책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의 서문에서 덤덤히 고백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가족사라고. 우리 집안의 어두운 비밀과 좌절된 희망의 덫이, 어떤 식으로 나의 형 게리에게 전해져서 그의 살해 충동을 만들어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아무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질 수 없었던 이야기를 말이다.

 

완전히 다른 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형들과는 전혀 다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막내였던 자신을 떠올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게리 길모어를 비롯한 형제들과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머니의 집안과 아버지의 과거와 할머니 이야기까지, 말 그대로 가족사를 깊이 파고든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3장에 나온다. 게리는 사형집행인의 노래에 실린 인터뷰를 진행했던 실러와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살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었던 톰 라이든에게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고. 그러나 그러기에는 자신이 선생님 말을 너무나 듣지 않았고 또 실망시켰다고 생각해서 그러지 못했다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톰 라이든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1977년 당시, 그는 한 학교의 교장으로 있었고 그때 그 학교에는 심각한 문제아가 하나 있었다. 학교 측에서는 그 학생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지도할 선생을 두 명 배정했고, 두 사람은 최선을 다했으나 더 이상은 어렵다고, 관계당국에 넘기는 게 좋겠다고 라이든에게 말했다.

게리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말을 너무나 듣지 않았고 또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실러에게 전해 듣던 그 날은, 그 아이에 대한 임원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라이든은 그 자리에서 선생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어제, 나는 게리 길모어와 관련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게리는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어릴 적 8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있었는데, 자기는 그 선생님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그 선생님이 자기 손을 잡아줄 만큼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고. 그 선생님이 바로 저입니다. , 선생님들, 우리가 이 학생에게 해줄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후론, 그 선생들은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온몸을 던졌다고 한다.

 

나는 선생들에게도 항상 이렇게 말해왔지요.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세요. 그리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세요. 이 아이가 만일 선생님의 아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주길 바라실 테지요.” (p.248)

 

라이든의 이 말을 읽는데, 최근 재밌게 챙겨보고 있는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게 된 캐릭터 변지식의 대사가 떠올랐다.

 

나 처음부터 내가 봤다고 말했잖아, 당신들한테! 내가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 당신들이 내 말을 다 무시하고 윽박지르고! 전과 기록만 보고 나를... 살인자로, 방화범으로 몰았잖아 당신들이! 그런데, 저 사람... 저 변호사만 나를 믿어줬다고. 내가 아니라고. 내 말을 다 들어줬다고. 오직 저 변호사만 나를 믿어줬다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준 변호사 조들호 덕분에 변지식의 미래가 달라졌던 것처럼 게리가 라이든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라이든이 게리의 손을 잡아주었다면 게리의 미래는 조금 달라졌을까? 드라마는 드라마고, 현실은 현실이지만 나는 라이든의 이 말을 현직 교사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전해 들었으면 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 내 아이가 문제아가 되었다면, 나도 분명히 내 아이에게 그렇게 대해줄 것이라 바랄테니까.

 

 

게리의 죽음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마이클 자신의 정신을 온전히 지키는 데 도움이 됐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있었다. 마이클 길모어 개인의 삶을 내려놓고, 그 순간부터 게리의 동생 마이클의 삶을 살아야 했다.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는 나날의 삶. 그 삶 속에서 그는 여전히 악몽을 꾼다. 새벽 내내 잠을 설치고, 맞이하는 아침 햇살. 베개로 얼굴을 덮으며 몸을 웅크린 채 이렇게 중얼거린다. “괜찮지 않아, 절대로. 괜찮아질 수 없어.” 자신을 향해 이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 마침내 그 말 속에서 위안을 찾고,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든다.

 

688쪽에 이르러서야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을 마주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접했던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내와 출판사 편집자의 번역 권유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 번역 의뢰는 절대 받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을 깨뜨리면서 이 책을 일본에 소개하였고, 이 책을 읽고 2년여에 걸쳐 번역하며 인간에 대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라는 깊은 회한을 옮긴이 후기에 남겼다는 그 이야기를.

 

과장이지만, 하루키가 원칙을 열 번이라도 깨고 남을 책이었다. 이 책이 내 품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이 글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까지 길모어의 가족사에 빠져있는 동안 때때로 우울했다. 한없이 무겁고 어두운 가족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가족사를 마주하고, 글을 써내려갔을 마이클 길모어를 생각하면 먹먹했다.

 

책을 읽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붙들고 있었다.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을 녹여냈다기 보다, 이 글 저 글을 인용하기 바빴고 그렇게 인용 투성이가 되어버린 것 같아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인용구를 덧붙이며 이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그곳을 빠져나가는 최선의 방법은 그곳을 거쳐 가는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

 

 

끝끝내 그곳을 거쳐 가서, 이 책을 탈고했을 마이클 길모어의 의지에 끝없는 박수를 보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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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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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는 이 책의 제목처럼, 나 역시 그들을 따라 국내 여행지를 걸었던 적이 있다.

 

무더웠던 4년 전 여름, 친구와 함께 떠날 여행지로 부산을 고른 건 영화 푸른 소금때문이었다.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로 평가받는다 해도,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상미가 남은 영화였고, 부산에 가고 싶게 만든 영화였다. 비현실적으로 예쁜 하늘을 배경 삼아, 광안대교 근처에 앉아있던 송강호의 뒷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던 장면. 그 풍경을 내 눈에 담고 싶어 향한 부산이었지만, 때는 성수기 중의 성수기였다. 태양은 내리 쬐고, 사람 많은 광안리 근처 어딘가에 서 있던 나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몇 년 뒤의 여름에는, 전주에 있었다. 드라마 보통의 연애를 보고 전주 여행을 예습했던 나는 이 곳 저 곳을 지나칠 때마다 드라마를 생각했다. 드라마 속의 계절과는 달랐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을 생각하며 걷는 전주 여행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국내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저 드라마가 좋아서, 영화가 좋아서 여행지로 삼고 여행했던 나와는 달리, 공부와 생업과 가족의 일로 상트페르트부르크와 모스크바, 민스크와 아테네를 두루 옮겨 다니며 살았던 작가에게 여행은 생활의 다른 일면이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유럽의 중심과는 또 다른 축에서 지식인과 예술가의 발자취를 더듬어갔다고. 기회가 될 때마다 밟고 다녔던 그곳은 공교롭게도 유럽의 변경(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의 땅)에 위치한 도시들이 많았고, 당면한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을 따라 걸었던 책이다.

 

러시아어로 진짜 러시아를 기막히게 표현할 운명으로 태어난 러시아가 사랑한 천재 시인푸시킨으로, 시작해서 고대 신화의 세계를 빠져나온 현대 그리스를 과감하게 형상화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까지 열 명이 넘는 예술가 중에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흐가 머물었던 남프랑스를 가장 먼저 찾았다.

 

고흐에 대한 애착 때문인지, 자연스레 유럽의 변경으로 안내하는 작가의 안내 덕분인지 남프랑스는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으로 이름만 알고 있던 아를에서 노란색 돌이 박혀 들어간 자리를 찾아다니며 외로운 영혼을 추억하는 고흐 루트를 밟다가, 고갱과의 다툼 끝에 귀 한쪽을 잘라낸 고흐가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병원 근처에도 서성거려본다. 그렇게 따라다니다가 마주한 한 문장 앞에서 멈춰선다.

 

큰 구름이 머리 위를 지나고 있을 때는 그저 진노랑의 바탕색 위에 서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구름이 지나고 난 자리에 햇빛 광선이 노란 바탕색 위로 쐐기를 박자 그만 투명한 꽃잎을 저마다 바짝 세운 노란 형광빛 바다에 던져진 듯했다. (p.301)

 

이 문장이, 문장 위에 실린 카마르그 평원을 달리다가 만난 아찔한 노란색의 해바라기 밭사진을 실감하게 했다. 사진보다 생생한 글이라니. 이다지도 매력적인 문장들이 곳곳에 담겨있는 멋진 책이다.

 

낯설었던 러시아 예술가들을 비롯해, 생소한 몇몇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관심이 생긴 것도 이 책 덕분이다. 아니, 어디 예술가뿐인가. 유럽의 변경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리투아니아에서 만난 마르티나스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가끔 외국 사람들을 만나면 자기 나라에 대한 나의 인상을 궁금해하던 게 생각나서 말인데요, 내가 한국에 대해 꼽을 수 있는 건 세 가지예요. 올림픽,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 그리고 김기덕과 박찬욱.”

 

리투아니아의 한 지방 숲 속에 사는 그의 서가에는 카프카와 나보코프 선집, 두세 권의 백과사전, 소비에트 클래식 영화 DVD 몇 개 사이로 박찬욱과 김기덕의 이름이 박힌 DVD가 꽂혀 있었다. 그는 이렇게라도 한국을 알고 있었는데, 나는 리투아니아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지만 이것을 깨닫게 된 것 또한 이 책이 내게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넓고,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기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깊은 사유와 성찰로 문학과 예술을 더듬어간 여행. 유럽의 변경에는 지식인과 예술가의 발자취가 있었고, 그 발자취 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늘 그렇듯, 글로 읽었지만 정말이지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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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3 그래그래 피었던 벚꽃이 송이째 떨어지는 시간.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 너무 예뻐서, 떨어진 꽃잎이 흩어진 거리가 너무 예뻐서, 오랜만에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전자책이라, 종이를 넘기는 맛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좋은 문장을 읽을 수 있다면야 전자책이 대수일까.

지난 번 올린 구절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이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에 실린 이 칼럼들을 편집한 패멀라 폴은 여러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어떤 대답에는 실로 감명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살아 있는 작가나 이미 고인이 된 작가 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작가로 셰익스피어를 꼽았을 때,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독창적인 답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공상이 적어도 열 명의 다른 응답자들, 그것도 모두 내가 찬탄해마지않는 작가들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큰 힘을 얻었다.

​- 패멀라 폴 <작가의 책> 중에서



김연수 작가님이 <백년의 고독>을 추천해주셨고,

하준 교수님마저 제일 좋아하는 책을 한 권만 꼽으라면 <백년의 고독>을 꼽는다, 는 인터뷰를 읽으면

도무지 읽지 않고는 못 배길 책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비밀 독서단 시즌2에 출연하는 동진님이 매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언급하며 기승전쿤데라 하시면,

박웅현 작가님이 내 인생에 책으로 꼭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면 납득이 되는 것이다.

한 명의 추천도 큰데, 이 두 명이 추천하는 책이라니.

그걸 체감했을 때가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째로 읽었을 때였다.

그저 남들이 다 읽는 책이라며 개츠비에 시큰둥했던 내가, 개츠비를 세번이나 읽을 줄이야.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의 구절처럼 개츠비를 처음 읽던 그 무렵의 나는 너무 어렸고, 

궁지에 몰리는 것이 무엇이며, 회한이 인생을 어떻게 일그러뜨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조금 나이를 먹고 다시 읽으니, 개츠비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위대한 개츠비였고 피츠제럴드는 대단했다.

글 재주가 없어서 온전하게 표현하긴 어렵지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 덕분에 '추천에는 분명 한 이유가 있다'를 실감하게 되었으니

내겐 위대한 개츠비에 마지않다. 


p.s. 사진은, 알라딘 굿즈 '크레마 카르타 셜록 오거나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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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읽는가 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무언가를 말해준다. 종이책이 점차 사라져가는 현실의 가장 슬픈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무심코 ̄가끔은 엄청나게 계산을 해서 ̄책장에 진열해놓은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가 어떤 종류의 책을 즐겨 읽는가, 하는 것에는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최소한, 내가 읽어두어야만 할 것 같은 책과, 언급이 반복되어 더욱 설득력이 높아진 견해를 듣거나 떠올리게 된다. 보다 미세한 차원에서, 뛰어난 작가가 특별한 애착을 보이는 책들은 지면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작가의 생각이나 보다 깊은 문학적 취향 및 견해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창일 때가 많다.

- 패멀라 폴 <작가의 책> 추천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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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님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 29쪽에는 한 명의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면, 글을 쓰지 마라." 그는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이라 믿었고,

그래서 글을 썼고, 결국에는 사십여 년 뒤 <백년의 고독>을 자신의 서가에 꽂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나는 <백년의 고독>을 사서 내 서가에 꽂았다. 이어 등장하는 <양철북>과 <한밤의 아이들>도 함께 샀다.

내가 이 책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좋아라하는 김연수 작가님의 추천이니, 두말않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 했으니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를 읽다가 샀다.

정말 좋아하는 책이고, 네 번 읽었다는데 심지어 네 번째 읽었을 때가 가장 좋았다고 하시는데... 하... 안 살 수가 없었다.

<안나 카레리나>와 <콜레라 시대의 사랑>도 누가 추천했더라 싶어서

지식인의 서재 박웅현 작가님 편을 다시보니, 3권이 나란히 올라와있다.

이 외에도, 맛깔나는 리뷰를 읽고 구매한 책들이 많은데 그건 차차 이야기 하기로 하고...

출근 했으니😭 할 일은 하고, 점심 시간에 투표하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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