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캐스트 ‘미술의 세계’에 연재한 「몸으로 본 서양미술」을 새롭게 다듬고 작품을 추가 및 보완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관능의 대상인 ‘몸’, 그중에서도 몸의 디테일을 좇아 들려주는 서양미술 이야기는 연재 당시, 방대한 미술사를 독특한 시각으로 읽어낸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했으며, 몸의 디테일과 그림의 해석에 따라 여러 화제를 모았다.

‘몸의 디테일’에 초점을 맞추고 전개되는 작품의 뒷이야기는 미술을 보다 친근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는 감상자의 시선이 그림의 다양한 지점에 놓일 수 있게 확장시키며 더불어 독창적인 관찰을 가능케 한다. 이를 통해 감상자는 비로소 안다고 믿었던 그림 앞에서 놀라움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작품을 제대로 훑어봄으로써 화가가 전하고자 한 함축적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책은 우리에게 가만히 그림 가까이로 다가오라는 신호를 건넨다.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넣어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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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잘 쉬는 것

평일이라고 해서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열중하거나
다른 거창한 작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웬만하면 작업을 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때의 구분을 명확히 하려고 한다.
하는 것 없다고 평일 늦은 밤이나 주말까지 붙들고 있으면
하는 것도 없는데 피곤함만 더해질 뿐이라는 걸
몇 번의 계절을 지나며 깨달았다.
지치지 않고 오래 걸어가기 위해서는
때 되면 길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히 쉬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던 걸
말끔히 비워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 얼마나 많이 걸었든, 한 발짝밖에 나아가지 못했든
무언가를 생각하느라 제자리에 있었든 간에
마음을 쓴 게 맞다면 쉬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
- 오지혜, 지혜로운 생활 p.219


­
­
한 걸그룹을 보고, 예쁜 애 다음에 예쁜 애 다음에 예쁜 애가 있다고 표현한게 인상 깊어서

나도 꼭 한 번 표현해보고 싶었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좋은 글 다음에 좋은 글 다음에 좋은 글이 담긴 책이다.

지난날 두 번의 퇴사와 현재 직장생활을 돌아보게하는 공감백배의 글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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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열망의 정원
앙리 루소, 「꿈」, 1910


­
“정말 못 그렸다.”
앙리 루소(1844~1910)의 그림 앞에서 이런 감상이 든다고 해도 잘못은 아니다. 마흔까지 말단 세관원으로 살다가 독학으로 붓을 잡은 루소는 ‘서툰’ 그림을 그렸다. 해부학과 투시법은 엉망이고, 오직 눈에 보이는 풍경과 모델, 자료 사진을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놓겠다는 열의만 두드러졌다. 머리부터 그린 다음 몸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완성했던 인물 초상화가 특히 어색했는데, 분개한 모델 겸 의뢰인이 그의 그림을 사격 연습용 과녁으로 쓰다 버린 일마저 있었다.
본인에게 인상적인 부분을 집요하게 묘사하고 적당한 생략을 모르는 습성, 인물부터 나무 이파리까지 순진하게 똑바로 화가를 응시하는 고지식한 포즈 등 루소 그림의 몇몇 속성은 어린이들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은 ‘보는 법’은 그의 그림에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원시적 힘과 광채를 부여했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모더니스트 화가들이 구하던 바였다. 짐작건대 동세대 아티스트들은 악보를 읽지 못해도 노래하는 새를 보는 심정으로 루소를 바라보았으리라. 전통을 부러 파괴했다기보다, 전통을 아예 인식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는 이 이상한 화가는 결과적으로 야수파, 입체파, 초현실주의에 영감을 선사하게 된다.
궁핍한 가정환경 탓에 일찍이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는 억울함을 품고 살았던 루소는 아카데미 화가들의 사실적인 묘사력을 몹시 동경했다(줄자로 모델을 재서 비율을 계산하고 물감을 피부에 대보고 색을 정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러나 세상이 ‘소박파’라는 브랜드를 붙여주고 명망 있는 화가들이 “당신의 투박함을 소중히 간직하라”고 조언하자, 루소는 자신의 천진하고 순박한 페르소나를 예술적 인정을 위해 순순히 받아들이고 이용했다. 뭐니 뭐니 해도 그는 손아귀에 들어온 모든 것을 이용해 남은 시간이 다하기 전에 자신의 예술과 삶의 의미를 증명해야 했던 가난하고 나이 든 화가였던 것이다.
우리는 한 인간의 장점이 그를 망치고 결핍이 그를 구원하는 예를 많이 알고 있다. 만년의 정글 연작은 루소에게 마침내, 고대했던 명성을 안겨주었다. 평생 프랑스를 떠날 기회도, 금전적 여유도 없었던 루소는 파리 식물원과 박물관, 박람회에서 스케치한 동식물과 책과 잡지의 삽화에 기대 정글 풍경을 그려나갔다. 세련된 원근 투시법 대신 수십 가지 명도와 채도의 녹색을 쌓아올려 마치 부조와 같은 공간감을 자아냈다.

실제 열대 식생과 어긋나는 루소의 밀림 풍경화는 화가가 꿈꾸는 동물과 식물을 하나씩 집어넣고 심어서 가꾼, 환상의 정원이다. 기술적 역량의 한계를 일축하고 가진 모든 파편을 그러모아 무엇인가 표현하려는 자의 긴급함, 아는 것들을 조합해 미지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자의 순진한 열망이 그 정원을 교교히 밝힌다. 루소의 마지막 작품 「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망을 이룬 자의 포만감이 서려 있다. -김혜리 『그림과 그림자』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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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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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애정해 마지않는 박연선 작가님의 소설을 읽고 있다니. 박연선 작가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잘 쓰는작가 라고 책 날개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정말 그렇다.

감수성 충만하던 고딩시절에 챙겨 본 연애시대는 내게 인생드라마가 되었는데, 여전히 멋있던 감우성과 인생 연기하던 손예진이 예쁘기도 했지만 나는 대본이 참 좋았다. 특히 마지막회 내레이션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영업하고 있다. 원작소설이 있다지만, 나는 박연선 작가님의 연애시대여서 연애시대가 좋았다.

그리고 5년 뒤, 작가님은 KBS드라마스폐셜 연작 시리즈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연작을 선보이시는데 바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되시겠다. 작가님이 만든 화크의 세계를 들여다본 드라마 팬들은 너도나도 화크 폐인이 되었다. 되지 않고는 못 배길 드라마였다.

 

감성 가득했던 연애시대와 스산함이 가득했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드라마의 분위기가 워낙 다른 탓에, 전자와 후자 중 한 드라마를 너무도 좋아하는 팬으로서는 작가님의 다양함이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처음엔 낯설었지만, 화크 이후 1년 뒤 찾아온 난폭한 로맨스를 챙겨 보면서 납득했다. 그저 발랄할 것만 같았던 로맨틱 코미디인줄 알았는데 자연스럽게 미스터리를 녹여내시는 걸 보고, 아 이게 작가님만의 매력이구나 했다. 이거면 이거, 저거면 저거만 잘 쓰시는 줄 알았는데 합쳐서 써도 이렇게 재밌다니. 드라마는 애석하게도 해품달이라는 편성과 맞서야 했고, 그래서 나만 난로의 매력을 알고 넘어가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말이다. (드라마 덕후가 미끼를 물어버린 탓에...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늘어놓는다. 박연선 작가님의 캐릭터 구축, 특히 여주인공의 캐릭터 구축이 좋아서인지 나는 연애시대를 통해 손예진 배우의 매력을 재발견했고, 난폭한 로맨스를 통해 이시영 배우의 매력을 재발견했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진정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과시하던 어느 날 스토커 같은 편집자에게 잘못 걸려 소설 작가의 삶도 살게 된 박연선 작가님은 올 여름, 첫 장편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로 소설 작가로 데뷔했다. 앞서 길게 이야기한 것처럼 작가님의 팔색조 같은 매력이 한데 녹아있는 소설인데, 소설의 시작은 이러하다.

 

해가 똥꾸녕을 쳐들 때까지 자빠졌구먼.”

오해할까 봐 말해두는데 아직 9시도 안 됐고, 12시쯤 이런 말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다는 삼수생 강무순. 그런 그녀를 깨우는 할머니 홍간난 여사의 말이다.

 

할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시골에 내려왔던 무순은, 혼자 남은 할머니를 잘 부탁한다며 5만원 짜리 10장과 함께 두왕리에 남겨진다. 충청남도 운산군 산내면 두왕리로 말하자면, 88올림픽 때도 전화가 개통되지 않았다는 한반도의 오지다. 케이블은커녕 공중파도 바람의 방향 따라 전파가 잡혔다 끊겼다 하는 문명의 사각지대, 버스와 도보의 대장정을 거쳐야만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 그것도 스타벅스 원두커피가 아니라 미스 김이 타주는 설탕 셋, 프림 둘, 읍내 다방 커피다. 스마트폰은 시계 이상의 의미가 없고, 컴퓨터? 인터넷? 게임? 영화관? 그만, 제발 그만! 하며 부정하게 만드는 곳이라고, 무순은 설명한다.

 

그런 두왕리에서 무순은 하루는 할머니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공이를 끌고 산책도 나가고, 하루는 넝쿨손이 대나무를 휘감는 현장을 포착하겠다며 넝쿨강낭콩 옆에 앉아있기도 하고, 하루는 봉숭아물을 들이겠다며 이파리를 따다 집 없는 달팽이를 발견하기도 한다. 낮시간도 느리지만 밤시간은 정말 느려터져서, 동짓달 기나긴 밤이 얼마나 지겨웠으면 뚝 떼어내고 싶었을까? 하며 황진이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황진이는 뚝 떼어놓았다가 임 오는 밤에 요긴하게 쓰기라도 한다며 이내 체념한다. 자신의 시간을 필요한 사람한테 줘버렸으면 좋겠다면서.

그러다 라디오는 24시간 방송한다는 게 생각났고, 사랑방에서 라디오를 본 것 같아서 찾는데... 망했다. 마사지 기계다. 그렇지만 수확이 있었다. 사랑방 윗목에 앉은뱅이책상에서 책을 발견한 것. 여섯 살 강무순이 두왕리에 내려와 읽었던 책들이다. 그 중 한 권에서 무순은 다임개술이라는 암호를 발견하고, 보물지도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서울에서 내려온 4차원 백수 무순은, 그렇게 두왕리의 상자를 연다.

 

읽는 내가 맥이 풀릴 정도로 빠르게, 보물상자를 찾긴 찾았는데 홍간난 여사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건 바로, 15년 전 두왕리에서 한날한시에 없어진 딸내미들 네 명에 관한 이야기다. 보물상자에서 나온 어떤 물건의 역사를 추적하기 시작하는 무순. 추적의 길에서 만난 종갓집 꽃돌이 그리고 홍간난 여사.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이 소설의 꿀잼이 시작되는데... 하나라도 흘렸다간 이 소설이 재미가 덜할 것 같아 아쉽지만 여기까지 쓴다. 백문이 불여일이라.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읽기를 권한다. 박연선 작가님의 팬이면 두말할 필요 없고,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이 책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무더운 여름, 읽기 딱 좋은 미스터리 소설이면서 동시에 유쾌한 삼수생 무순을 통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에 유머를 잊지 않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장마다 부제가 달렸는데, 드라마 한 편 한 편을 챙겨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후반부에 나와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인용할 수는 없지만 작가님 특유의 대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구절들도 나온다. (책을 읽을 사람에게 힌트를 주자면, 359쪽이다.)

 

드라마 뺨치는 소설인만큼 캐릭터 한 명 한 명을 가상 캐스팅해가며 읽기에 좋은 소설인데, 뒤돌아보니 소설을 읽기 바빠 그럴 새가 없었다. 과언이 아니고 그만큼 흥미진진하다. 이경희 작가님은 추천사에서 밥 먹을 시간은 물론, 화장실 갈 시간조차 주지 않고 새벽까지 자신을 몰아붙였다고 썼는데, 맞는 말이었다.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아서 더 눈을 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의 23쪽에서 무순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는 사람은 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시간은 한없이 더디간다. 그 얘기는 뭐든 하고 있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인데…….

 

이 말을 패러디해, 사심 가득했던 이 리뷰를 갈무리한다.

 

아는 사람은 안다. 박연선 작가님은 소설 역시 재미있게 쓰신다는 사실을. 이 얘기는 얼른 이 책을 읽어보면 안다는 말인데…….

 

 

p.s. 어느 날 박연선 작가님의 스토커가 되어, 작가님이 소설 작가의 삶도 살게 만든 편집자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편집자님의 집념에 박수를! 박연선 작가님의 소설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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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혜의 만화 『미지의 세계』에서

제목을 빌려 시를 쓰려다

그만 착각을 하고 말았다.

 

 

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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