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키워드 2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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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지난 에세이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 가슴속에 품어야 할 청춘의 키워드 20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두 번째 이야기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키워드 20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서툴러서 상처밖에 줄 수 없었던 나의 20대에 사과하는 시간을 지나, 그래도 눈부신 그대에게 보내는 이야기.

 

PART 1 ,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 나이/ 소개/ 포기/ 선택/ 독립

PART 2 외로움 앞에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 관계/ 자존감/ 소외/ 상처/ 걱정

PART 3 일상에 여백이 필요한 순간들 : 습관/ 직업/ 기다림/ 생각/ 우연

PART 4 평생 후회할 일을 저지를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 순간/ 이기심/ 용기/ 후회/ 균형

 

책은 이렇게 네 파트로 나뉜다. 나는 먼저 프롤로그를 읽고, 다시 목차로 돌아가서 가장 마음이 가는 키워드부터 읽어 보기로 했다. 20개 중에 1개를 고르는 일이니, 1개에 내 심경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목차를 들여다보던 내가 고른 하나의 키워드는 포기였다. 포기를 선택한 것을 처음에는 부정했다. 많고 많은 키워드 중에 포기라니. 호기심에 선택한 것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지금의 내 심경에 가장 가까운 키워드가 포기였음을 깨달았다.


포기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나니 인생은 더 크고 넓고 다정해졌다. 눈부신 희망보다는 허심탄회한 포기가 차라리 나을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은 포기가 희망보다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철들기 시작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때 진정한 만족감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들도 있다.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 새로운 모험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 같은 것들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당신이 무언가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타인의 시선때문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포기하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그것이 정말로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인지를.

자유를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 그것이 우리의 남은 삶을 결정할 것이다. (p.66)

 

정여울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고 찾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작가님의 생각과 더불어 작가님이 읽은 좋은 책의 구절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기꼭지에서도 포기에 관한 책 이야기를 넣으려면 얼마든지 넣을 수 있었겠지만, 오롯이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겨서 더 와 닿지 않았나 싶다.

 

포기를 시작으로, 키워드 하나하나를 지금의 내게 대입해서 생각하느라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각각의 단어에 관한 작가님의 깊은 생각과, 생각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글과, 책을 읽고 생각하는 중간 중간 쉬어가라고 자리를 내어주는 것 같았던 좋은 사진들.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매일 고민하고 망설이는 나에게, 이 자리를 빌려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외롭고 불안한 이때, 이다지도 든든한 책을 읽어서 다행이다." 라고 말이다.

 

 

 

* 인상 깊었던 구절이 정말 많은데, 하나의 구절만을 덧붙이라면 이 구절을 덧붙이고 싶다.

 

다시 열네 살로 돌아간다면, 열네 살의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여성들끼리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미국의 한 토크쇼를 보다가 문득 이 질문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여성들은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던 것들’, 그래서 더 가슴 아프고, 그래서 더 짠한 과거의 자신을 향해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해주었다.

열네 살의 나에게, ‘넌 분명 잘해낼 거야, 이제 걱정과 두려움일랑 그만 접어둬!’라고 말하는 여성들의 표정 속에는, 겁많던 소녀 시절의 나약함에 대한 후회와 이제는 좀 더 씩씩해진 자신을 향한 자존감이 깊게 배어 있었다. 제인 폰다는 열네 살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고 한다.

 

It's good to say 'No'.

‘아니오’라고 말해도 괜찮아.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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