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소원

친구들이 꿈에 나오고 나서 우울증 같은 게 괜찮아졌어요. 애들이 다 살아나는 꿈을 꿨어요. 제 소원이 꿈에 나온 거예요. 언제더라, 되게 신기했어요. 학교 급식실 앞쪽에 여학생들이 뭉쳐 있었어요. 얼굴은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이었어요. 제가 3학년은 대부분 아니까 우리 학년은 아니겠고 1, 2학년이다 싶어서 말을 걸었는데 반말을 하는 거예요. 1, 2학년인데 왜 반말을 하지 그랬는데 학생증을 보니 제 짝꿍인 거예요. 다시 얼굴을 봤는데 친구고, 그 짝꿍이랑 같이 놀던 친구들이 옆에 있는 거예요. 대화를 해봤더니 애들이 안 죽었었대요. 원래 안 죽었는데 저희끼리만 학교생활을 한 거라며 연수원 단체사진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 애들은 저희가 다닌 연수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그 뒤로는 괜찮아졌어요. 뭔가 후련하다 해야 하나. 다들 그렇게 표현하잖아요.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다,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져서 좋았어요. 애들 다 잘 지내고 있나보다... 그 뒤로는 뭔가 슬픈 것도 없어지고 기운도 좀 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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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술 김수연, 세월호 당시 단원고 2학년
- 기록 명숙

애들이 다 살아나는 꿈을 꿨어요. 제 소원이 꿈에 나온 거라던 수연이는, 슬픈 소원을 이룬 뒤로 뭔가 슬픈 것도 없어지고 기운도 좀 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 앞서 수연이는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저를 좀 탓했어요. 그때 친구들을 더 데려왔더라면 하고. 같이 있던 친구 보라도 그렇게 구했으니까 한명 더, 두명 더, 이렇게... 친구 부모님들이나 주위를 보면서 내가 죽었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힘들어하겠지. 친한 친구들이랑 하늘에 같이 있을 수 있었겠지, 이런 생각도 했어요. 병원에서 상담할 때 이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은 잘 생각해보면 제가 못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대요. 그래서 지금은 생각만 해요. 그냥 상상만.

처음엔 자신을 탓하다, 지금은 생각만 하고 그냥 상상만 한다는 수연이. 그렇게 상상하다 어느날 꿈을 꾼 것일지라도, 슬픈 소원을 이룬 것일지라도 수연이가 그 꿈을 꾸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여느날처럼 교복을 입고 급식실 앞에 뭉쳐 있었을 아이들. 그 아이들이 세상 그 누구보다 반가웠을 수연이.

수연이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정말로, 다시 봄이 오고 있다고, 말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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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한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술술 다 꺼내놓고 말았네요."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이은 '또다른 참사'의 기록.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의 최초 인터뷰집,
『다시 봄이 올 거예요』에서 수연이의 인터뷰를 글에 담았다.

당일엔 책 읽는다고 눈물바람이었고, 정신없는 월요일을 보내고 돌아와서 글을 쓰다 또 울고, 어느덧 화요일 밤이다.

알라딘에서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세월호 관련 책을 무료 배포, 대여 (이북) 해주고 있는데 좋은 글이 있어서 함께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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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진실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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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기에는 이 책에 담긴 수연이의 말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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