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국화를 참아냈고 그렇게 선배가 참는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마음이 서늘했다. 그 모든 것을 참아내는 것이란 안 그러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절박함에서야 가능한데 그렇다면 그 감정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p.22)

 

 

나는 사랑에서 대상에 대한 정확한 독해란, 정보의 축적 따위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완수였다. (p.26)

 

 

그만 갈까 싶을 때쯤 국화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나는 농담 삼아 “이제 문자 삐삐 안써?”하고 물었다. 국화는 그때 그 일을 다 잊어버렸는지 갸웃하다가 아아―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참 좋았는데 우리 부모가 문맹이라서 부모 말이 그렇게 한글로 찍히는 게 신기하고. 지금은 없어졌지. 아무도 그런 거 안 쓰지. 그러고 보면 세상이 딱히 더 좋아지는 건 아니야.”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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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희 단편소설 <체스의 모든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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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편소설의 단점 중 하나는 읽을만하면 끝난다는 것이고,

장점 중 하나는 읽을만하니 끝난 소설을 몇번이고 다시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완독한 그 자리에서 다시 읽고, 그 중 한 구절을 골라 한 자 한 자 눌러쓰며 한 번 더 읽었다.


2. 믿고 읽는 작가가 한 명 더 늘었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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