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유행이다. 나 역시도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글쓰기 관련 책을 자주 사서 보는 편이다. 올해 초에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노트에 메모한 것만 해도 6페이지가 넘었다. 메모한 책 내용 중에 '글쓰기의 철칙'이 있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공개된 곳에 써야 글쓰기가 는다.

블로그와 같이 공개된 곳에 글을 쓸 때는 아무래도 읽는 이를 의식하게 된다. 나 혼자만 보는 글을 쓸 때와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조금이라도 더 설득력 있고, 알찬 내용에,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
사회학자들은 이것을 '청중 효과(audience effect)'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보고 있음을 의식할 때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 신정철, 메모 습관의 힘 p.245

 

 


책과 노트가 있는 여유로운 토요일 오후. 가방에 펜이 없다. 이럴 수가. 요 며칠 가방을 바꾸는 과정에서 펜이 이리가고 저리가는 일을 반복했는데, 그 과정에서 공백이 생긴 모양이다. 하나도 없다니. 욕심이 넘치게 이 펜 저 펜 담아서 무거운 필통을 두고 다녔더니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손을 열심히 놀리면 이 나른함이 조금 달아나겠지 싶었는데, 펜이 없는 관계로 결국 인스타를 연다. 인상 깊었던 구절을 옮긴다.

내 글쓰기 역시 공개된 곳에 쓰면서 많이 늘었다. 여전히 서평보다는 독후감에 가까운 책 리뷰는 2012년에 북폴리오 리뷰블로거 활동을 시작으로 5년간 서평을 꾸준히 써오면서 많이 늘었다.

영화 리뷰는 북스타그램을 하겠다며 문을 연 이 인스타그램에서 시작했다. (영화 '군도'에 대한 단상을 썼던게 시작이었는데 이게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그저 영화를 본 것에 대해 기록하다가 사뭇 진지해져서 영화 리뷰를 쓰는 시간이 늘었다. 쓰다보니 애정이 생겼다. 좀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워낙 잘 쓰는 분들이 많아서 늘 주눅 들어있지만, 같은 영화를 봐도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쓴다.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책 이야기를 하고 드라마 이야기를 하는 특기 아닌 특기를 살려서 쓰기도 하고, 한결같이 감성 충만하게 쓰는 것 역시 온전한 내 글이다. 이 모든 글들이 쌓여서 열 편이 되고, 오십 편 백 편이 되고, 결국 내 글의 결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한다. 생각만해도 멋진 일이다.

글을 써야지 하고 호기롭게 창을 열어서,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막힘없이 써본 적이 없는 내게 메모는 기쁠때나 슬플때나 함께하는 단짝친구 같다. 제법 마음에 드는 글을 쓸 때도, 끝내 마음에 안 드는 글을 쓸 때도 글의 시작은 늘 메모였다. 때로는 단어 하나였고, 한 문장이었으며, 어떤 감정이기도 했던 글의 시작.

이 책의 318쪽 마지막 문장을 내멋대로 바꿔 옮겨본다. 꾸준히 메모하고, 글로 옮기고, 늘 그렇듯 애쓰면서 나는 예전의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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