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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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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를 들고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제목에 관한 이야기였다. ‘열심않다는 말이 한 문장에 들어가서 이게 뭔가 싶지만 이내 끄덕이게 된다. 격하게 솔직한 작가, 사노 요코의 또 다른 에세이 제목을 앞에 붙이면 더 근사한 말이 되는 것 같아서 어디 한 번 붙여 본다.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열심히 하나. 그래서 저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p 라고나 할까.

 

1938년에 태어난 사노 요코가 40대 중반에 쓴 이야기들. 세대가 다르다보니 그녀의 이야기 중 일부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글이다.

 

그것을 로버트 레드포드가 했다면, 너무 당연해 보여서 보는 이들이 하고 불만을 가졌을 것이다. 그것을 더스틴 호프만이 했기에 전 인류가 그야말로 기쁜 것이다. 나 역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기쁘긴 하지만, 거기서도 나는 더스틴 호프만에게 버림받은 추녀 애인에게 마음을 투사하고 만다. 코가 빨개져 우는 그녀 곁으로 가서 , 어쩔 수 없잖아. 남자는 뭐니 뭐니 해도 미인한테 약하니까. 처음부터 승부가 안 됐던 거야. 분하지. 그래, 더 마셔. 이제 곧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 주고 싶다. (p.134)

 

검색해보니 <졸업>이라는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의 데뷔작이었다. 1967년에 개봉한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던 거였다. <졸업>에 앞서 언급하는 영화도 낯설다. 그 즈음에 개봉한 영화가 아닐까 추측할 뿐. 그런데 마지막 문장에 다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더스틴 호프만에게 버림받은 추녀 애인의 곁으로 가서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남자는 미인한테 약하니까 너는 처음부터 승부가 안 됐던 거라며 직구 중의 직구를 날린다. 그렇지만 분하니까 더 마시라고, 이제 곧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한 캔의 맥주를 쥐어주고는 남자가 뭐라고, 안 그래?”라는 한 마디를 끝으로 자리를 뜰 것만 같은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 이래서 독자들이 사노 요코, 사노 요코 하는 구나싶었다.

 

이런 그녀의 매력은 비단 격하게 솔직’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불운한 오리가 아름다운 백조로 성장한다고 하는 것에 순순히 감동한 어린 날의 자신과 오리한테 안하잖아하고 느끼는 아들. 둘 중 어느 쪽이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건지 자신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모습이 멋있었고, 자신은 요컨대 부자가 되고 싶은 에너지가 없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가 없는 거라고, 그러면서 부자의 에너지를 천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아주 성질이 못된 거라며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을 땐 인정할 것은 인정할 줄 아는 모습이 멋있었다. 어쩌면 그 사람이 사노 요코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ㅎㅎ

 

독서는 그처럼 나에게 지성도 교양도 가져다주지 않지만 때때로 감동하거나 감탄하거나, 아름다운 마음씨가 되거나, 분노에 떨거나 하는 것을 몹시 싼 값으로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만큼은 좋다. 나는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채로, 눈만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마음속에서 꺄아 꺄아 기뻐하고 싶은 거다.

꺄아 꺄아 기뻐할 수 있다면, 연애소설이든 책의 잡지든 헤밍웨이든 아무 차별도 구별도 두지 않는다. (p.320)

 

이 책을 읽다 잠이 들면, 그녀가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할 것만 같다.

이 책은 네게 지성도 교양도 가져다주지 않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근심이란 근심은 다 내려놓고 읽길 바라.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눈만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말이지.” 하고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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