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직 수요일인데, 벌써 피로가 쌓여 몸이 천근만근.

넌 왜 사서 걱정이냐, 걱정이 너무 많아 탈이라는데 걱정이 되는 걸 어떡하나.

티벳에서는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속담도 있다지만 걱정이 되는 걸 어떡하나.

사서 걱정하느라 두 배로 고됐던 하루. 


2. 밀린 포스팅을 하거나 우울을 떨칠 수 있게 다른 시공간에 접속해보려고 <종의 기원>까지 챙겨갔으나

현실은, 알라딘에서 새로운 굿즈를 구경하고 예스24에서 한강 작가님에 관한 기사를 찾아 읽었다.

심타쿠 울리는 도라에몽 마스킹 테이프가 탐이 나서 장바구니에 한 권 한 권 책을 담다가,

맨부커상에 관한 기사를 찾아 읽고 한강 작가님의 책을 구경했다.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아직 읽지 못했다.

비단 <채식주의자>만이 아니라, 읽은 책이라고는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전부였다.

책을 읽은 사람만이 가지는 그 뿌듯함이 뭔지 아니까, 그 뿌듯함 없이 축하하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다.

한국이 아닌, 한강 작가님의 맨부커상 수상🙌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도 멋있다.

시작은 블루오션이었다지만 그 길 위에서 성과를 낸 모습이 멋있고, 계속해서 한국문학을 번역해줄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한국어 공부는 어떻게 하게 되었냐는 질문의 답 중에 인상 깊은 구절이 있어서 남겨본다.

"국문학이나 일본문학은 많이 소개되는 반면 한국은 문학이 중요한 나라이고

경제가 발전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베일에 싸인 나라였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한국에도 풍부한 한국문학이 존재할 것이고 그것을 찾아보고 또 알려야겠다고 말이죠.")

한국인으로서, 한국문학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던 맨부커상 소식.

읽은 책이 없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동시에 읽을 책이 많아서 행복하다.
날이 날인지라 작가님의 그 어떤 작품 중에 <소년이 온다>가 생각나는 밤이다. 


3. 벌써 내일이면 '굿바이 미스터 블랙'도 안녕이다. 블랙과 스완이를 보내고 나면, 수목드라마는 당분간 내려놓게 될듯.

이제 남은 건 '뱀파이어 탐정'과 '동네변호사 조들호'뿐인가.

엊그제 모모와 이야기했던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일단 모아뒀다가 날잡고 봐야지. 


4. 사실 요즘 제일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는 따로 있다. 매해 다시 돌려보는 인생드라마 '1%의 어떤 것'.

다시 봐도 김정화의 다다는 사랑스럽고, 강동원의 재인씨는 설렌다.

작년엔 이런 게 보인다며 신기해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또 다른 게 눈에 드니 신기할 따름.

2003년 당시, 또래 이야기를 다뤘던 반올림보다

(시즌3까지 다 챙겨봤지만 남는 건 내 사랑 욱이...뿐😓 그러고보면 어떻게 64부작(시즌1) 50부작(시즌2)을 챙겨봤을까.

디즈니 만화동산을 본방사수하는 습관이 남았던 것도 같고, 드덕의 기질이 이때부터 보였던 것도 같다)

이 드라마가 내게 남는 이유는 김정화가 연기한 '김다현'이라는 인물의 선함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땐 다다 같은 착한 여자가 되어야지 했다. (제 아무리 다다 같은 여자가 되어도,

재인씨 같은 남자를 만나는 건 드라마일뿐이라고 생각했던 걸 보면 소름 돋게 현실적이었다.

그도 그럴게 재인씨=강동원이니까)
지금은 어떻게 저렇게 선할 수 있나 싶어서 믿기지 않으면서도, 가슴 한 켠이 훈훈해진다.

선하고, 순수한 사람이 가지는 특유의 해맑음이 나를 밝게 만든다.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드라마 속 많은 이들이 왜 그리도 다다를 좋아했는지 납득이 간다.

둘의 로맨스만이 아니라 태하씨와 상처 많은 현진이의 이야기도 좋았고,

오빠 없는 내겐 그저 로망인 오빠친구와의 로맨스(본의 아니게 사심고백)  형준오빠와 재영이의 이야기,

로망의 끝판 다다 오빠 서현이 이야기까지.

10대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이야기들이 20대에 와 닿아서 더 재밌는 것일지도 모른다.

30대에 이 드라마를 보면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몇번째 정주행인지 모를 복습의 끝 마지막회를 챙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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