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동안 책을 읽어왔다. 또 읽어야 할 필요가 가장 컸을 때 책은 내가 부탁한 모든 것과 그 이상을 주었다. 나의 독서의 한 해는 언니를 잃은 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파악하는데 필요한 여백을 주었다. 책의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는 내게 무엇이 중요하며 무엇을 남겨두고 가도 되는지 재규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살면서 겪는 일시 중지가 모두 이만큼 힘들지는 않겠지만(즉, 다시는 매일 한 권씩 일 년간 책을 읽지는 않겠지만), 빛의 속도로 돌아가는 바쁜 나날에서 잠시라도 떨어져 나와 쉬는 것은 뒤집어진 삶의 균형을 복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오후의 뜨개질일 수 있고, 매주 받는 요가 수련일 수도 있고, 친구나 애완동물과 함께 나가는 긴 산책일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사태를 그저 있는 그대로 내버려둘 공간,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상기할 장소가, 우리의 의식 속으로 행복과 살아 있는 기쁨이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경이감 속에 살고, 열정과 염려의 순환 속에서 타오른다." 나는 시인 캐럴린 키저의 이 말이 맞다는 것을 안다. 나의 행동 중지 기간은 지나갔고 내 영혼과 몸은 치유되었지만, 그 보랏빛 의자는 그리 오래 비어 있지 않을 것이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너무나 많고 찾아야 할 행복이 너무나 많으며, 드러내야 할 경이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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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나 상코비치, 혼자 책 읽는 시간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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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니나 상코비치가 2008년 10월 28일에서 2009년 10월 28일까지 읽었다는 300권이 넘는 책 중에, 내가 아는 책은 딱 2권.
서재 결혼시키기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외국인이 쓴 독서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이렇게 낯선 일이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었던 건 혼자 책 읽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서평 곳곳에 어김없이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책을 공유한다. 어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좋은 점이나
그 책 속에서 찾아낸 사상을 친구와 가족들에게 퍼뜨리고 싶어한다 (p.130)고
이야기하며 선물 받은 책의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 <트와일라잇>을 비롯한 남의 사랑이야기(가 쓰인 소설)로
자신의 옛사랑을 복습하며(내가 아는 소설이라곤 트와일라잇 뿐이었다)
작가이자 평론가인 시릴 코널리의 "말은 살아 있고 문학은 도피가 된다.
그것은 삶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이다."라는 말은 인용하며
자신이 책을 활용하고 싶었던 방식이 바로 이것이었다며 자신의 독서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잊지않는다.
이 책을 가볍게 다시 읽고, 글을 쓰고 있으니 선명해진다.
책 결산을 끝내고 난 뒤, 가장 먼저 곁에 두고 싶은 책으로 왜 이 책을 떠올렸는지를.
매일 읽은 건 아니지만, 책을 매일 곁에 두고 읽으려 했던 지난 1년.
그렇게 남은 160권의 모든 책들을 기억할 순 없지만,
책을 읽으려 애썼던 그 시간들 끝에는 혼자 책 읽는 시간이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