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페코로스 시리즈 1
오카노 유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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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페코로스 씨에게서 만화의 재미뿐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치매를 뒷바라지하는 힘겨운 터널을 뚫고 온 자로서 동지와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늙어가는 방식이 있구나, 살아가는 방식이 있구나, 죽어가는 방식이 있구나, 라고요. 그리고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뒷바라지 방식이 있구나, 라고요.
(p.198 이토 히로미의 추천사 중에서) 

-(마주보고 앉아있는 엄니와 유이치)
-엄니, 내가 누군지 알겠어?
-기요노리(엄니의 남동생).
-아니야!
-그럼 히데요시(엄니의 아버지).
-아니야! '그럼'은 또 뭐냐고요. 자아, 누구?
-(zZ)
-잠들었네!
-(어느틈에...)
-(zZ)
-(zZ)
-(흠칫)눈부셔... (아들의 대머리에 반사된 빛을 보고는)
-(zZ)
-유이치, 언제 왔다냐? 머리는 싹 벗어져서는. 네가 와줘서 참말로 좋다야.
(쓰담쓰담) 


라는 내용이 담긴, 이어지는 4컷만화로 시작하는 이 책은 낙향한 무명 만화가 오카노 유이치가 쓰고 그린 책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다.

페코로스는 탁구공만 한 크기의 작은 양파 품종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책의 저자 오카노 유이치 씨의 필명이자 별명이란다. 그런 페코로스가 어머니 만나러 가는 이야기.
아버지의 유족연금을 바탕으로 어머니를 양호시설에 맡겨둔 자신의 처지에 부모를 돌본다는 말은 너무도 염치없는 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송구스러운 마음을 담아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라는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의 만화를 보고 글을 읽고 있으면, 이토 히로미의 추천사에 공감하게 된다.

이건 엄니를 뒷바라지 하는 페코로스, 오카노 유이치만의 방식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엄니는 페코로스의 4컷만화 속에는 살아 숨쉰다. 아들의 대머리를 보고서야 유이치 하고 부르는 엄니. 보이지 않는 실과 바늘로 꼼지락 꼼지락 아들의 나들이옷을 기워주는 엄니. "내가 치매에 걸려서 네 아버지가 나타난 거라면 치매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하고 말하는 엄니. 간호사의 예쁜 장난으로 난생 처음 매니큐어를 바른 짤막한 손을 수줍게, 자랑스럽게 아버지(엄니 안에서 살아계시는 아부지)에게 내보이는 엄니.

가족의 시간 속에 살아 있다는 말이 참 따뜻했던 책. 엄니의 말을 빌려 마지막 문장을 쓴다. 이 책을 읽게 되어서 참말로 좋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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