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과 재치 넘치는 글쓰기를 선보여 환영받아온 리베카 솔닛의 신작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전세계에서 공감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신조어 ‘맨스플레인’의 발단이 된 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비롯해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9편의 산문을 묶었다.

잘난 척하며 가르치기를 일삼는 일부 남성들의 우스꽝스런 일화에서 출발해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성별(남녀), 경제(남북), 인종(흑백), 권력(식민-피식민)으로 양분된 세계의 모습을 단숨에 그려낸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의 작은 폭력이 실은 이 양분된 세계의 거대한 구조적 폭력의 씨앗임을 예리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폭넓은 지식과 힘있는 사유로 버지니아 울프와 수전 손택의 문학,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의 사진, 프란시스꼬 데 쑤르바란의 그림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여성 대 남성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세계의 화해와 대화의 희망까지 이야기하는 대담하고도 날카로운 에세이다.

 

 

내셔널 북 어워드(NBA) 수상작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2013년 영국 최대의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이다.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힌 <스토너>는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출판계와 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50년의 시차를 가볍게 뛰어넘어, 작가 존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만에 비로소 제대로 된 세상의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는 열아홉 살에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했던 길. 그런데,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접한 셰익스피어의 일흔세 번째 소네트가 그의 인생을 온통 바꾸어놓는다. 문학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대학에 남아 영문학도의 길을 택한 스토너.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교수가 되어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교내의 정치나 출세보다는 학문에 대한 성취에 더 열중하고 가정을 사랑한 그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학에서도 집에서도 그의 위치는 불안하기만 하다. 가족과 동료들로부터 고립되어 슬프고 쓸쓸한 그의 삶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실패와 다름없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대공황 속에서도, 개인적인 불행과 사랑의 실패에 시달리면서도, 갑작스러운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는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한다. 일생을 바친 그의 연구처럼 자신의 일생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듯.

 

 

아들을 위한 위트 있고, 클래식 하며, 젠틀한 매너를 가르치는 한 아버지의 어록을 사진들과 함께 엮은 어드바이스 컬렉션. '옷차림에 확신이 서지 않는 날은, 타이를 메어라.', '셔츠 소매가 보이지 않는 다면 자켓 소매가 길다는 뜻이다' 같은 사르토리알 어드바이스부터 '잘 모르는 스위치는 누르지 마라.', '맛을 보기 전에는 소금을 치지 마라.' 등의 실용적인 충고들을 담고 있다.

 

 

아마존 일본 사회·정치,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도서. 일본 변방 가쓰야마의 작은 시골빵집 다루마리에서 일어난 소리없는 경제혁명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부정이 판을 치는 세태가 싫어 ‘바깥’ 세상으로 탈출하려고 제빵 기술을 배웠는데, 그 ‘바깥’ 세상이어야 할 빵집 공방마저 경제 시스템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가혹한 노동과 부조리한 경제구조, 위협받는 먹거리…. 이런 실상을 접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그의 삶의 철학은 더욱 굳건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빵집 ‘다루마리’에서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감, 서툰 작은 정의감을 실천하게 된다.

저자의 빵집 다루마리는 사람들로부터 ‘희한한 빵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카야마 역에서 전철로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산 속의 빵집. 고택에 붙어사는 천연균으로 만든 주종으로 발효시킨 빵을 만들며, 그 빵의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게다가 일주일에 사흘은 휴무, 매년 한 달은 장기 휴가로 문을 닫는다. 이것은 제대로 된 먹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붙여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고, 만드는 사람이 숙련된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존경받으려면 만드는 사람이 잘 쉴 수 있어야 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다루마리의 경영 이념은 ‘이윤을 남기지 않기’다. 일반적인 경영과 마케팅 성공 잣대를 무시하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채 최고의 빵을 만들며, 부패와 순환작용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 시골빵집에 찾아낸 ‘부패하여 순환하는 경제’의 핵심은 발효와 순환, 이윤 남기지 않기, 빵과 사람 키우기, 이 4가지로, 다루마리는 이 모든 것을 지향하며 실천하고 있다.

 

 

 

본의 유명한 드라마와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구스미 마사유키의 음식 방랑기. 35년간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60세 평범한 가장이 음식과 벌이는 한판 승부를 보여준다.

직장생활 하던 시절에는 시간에 쫓겨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하면서,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음식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는 가스미 다케시는 마치 ‘도장 깨기’하는 방랑 무사처럼 음식과 대결을 벌인다. 음식은 단지 재료와 맛이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식당의 분위기와 그곳에 오는 손님들과 먹는 사람의 상황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진 하나의 ‘맥락’임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1995년 출간되어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동화의 개정판. 꿈과 호기심 많은 소년 샘 그리블리가 달랑 주머니칼과 노끈, 도끼, 부싯돌, 약간의 돈만을 가지고 대대로 선조들이 살아온 캐츠킬 산으로 가출을 감행했다. 뉴베리 상, 안데르센 상 수상작.

자연으로 떠난 샘은 처음엔 불도 지피지 못하고, 물고기도 낚지 못한 채 추위와 배고픔에 떨면 생존의 절박함 속에 지낸다. 하지만 점차 야생에서 살아나가는 법을 터득해 하나씩 하나씩 산속 터전을 만들어 나간다. 굴을 파서 집을 만들고, 야생 매를 길들여 사냥을 하면서 자연과 친구가 되어간다.

광대한 자연, 야무진 소년의 꿈 그리고 모험이 함께하는 가슴 뛰는 이야기이다.

 

 

미국 문학 최고의 안티히어로, 찰스 부코스키의 장편소설. <우체국>은 부코스키가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쓴 첫 장편으로, 하급 노동자로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다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10년간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이 소설에 처음 등장하는 헨리 치나스키는 작가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이후 발표된 일련의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된다.

한편 <여자들>은 세월이 흘러 그가 전업 작가가 된 이후의 삶을 그리고 있다. 노동에서 벗어나 글을 쓰고 시 낭독회를 다니며 자유롭고 방탕한 삶을 즐기는 주인공의 일상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품는 솔직한 욕망들을 당혹스러울 정도로 가감 없이 그려 낸 작품이다. 육체적인 욕구와 사랑을 동의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여자에게 충실한 것은 과연 축복일까, 재앙일까? 하급 노동자 생활을 이어 가다 마침내 전업 작가로 성공한 헨리. 1년에 3백 일은 술 취한 채 지내며, 경마가 유일한 취미인 그의 낡은 아파트에는 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곁에 있는 여자를 사랑한다 믿으면서도 또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그는 안개처럼 짧은 관계의 본질을 찾는 불가능한 항해를 계속한다.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와 그와 잠자리를 함께한 여성들에 대한 포르노그래피 판타지적 묘사 속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한 남자의 고뇌와 순정 또한 녹아 있다. 부코스키는 음란함과 비천함, 저열함이라는 날것의 감정을 통해 사랑과 관계의 양상을 보다 냉철한 시선으로 비추어 낸다.

 

 

현대 일본의 지(知)를 대표하는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와 오타쿠 출신의 사회비평가 오카다 도시오가 시장경제의 몰락과 대안,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에 대해 나눈 대담을 엮은 책. 무도가(武道家)의 박력을 지닌 우치다와 경쾌한 사회감각을 가진 오카다는 이 책에서 세대론, 교육론, 경제론, 연애론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사회 이슈를 이야기한다.

결이 다른 두 사람의 대담 분위기는 시종 유쾌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은 자못 심각하다. 대화의 공통 기반이 사라진 사회, 욕망을 거세해버린 젊은이, 존경을 잃어버린 연장자, 교육을 포기한 학교, 성과주의라는 괴물이 만들어놓은 일본 사회의 참담한 모습은 여기 한국과 다를 바 없다.

세계 경제의 흐름이 말해주듯 더 이상의 경제 성장도 없다.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미래를 낙관한다. 국가나 행정 시스템에 기대지 않는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그들 스스로 실험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자기 구제와 공생의 삶을 위해 ‘증여’하는 삶을 제안한다.

개인에게 적용해보면 이렇다. 무언가 받았으니까 되돌려준다는 생각으로 내가 가진 자원과 능력을 남에게 패스해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확장해보면 이렇다. 세대간의 고립과 단절, 사회 안전망의 붕괴는,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먹여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주고, 잘 곳 없는 사람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약자들의 상호부조 네트워크로 극복하고, 복구해낼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제안하는 증여경제론의 핵심이다.

 

 

민음의 시 211권. 시와 기하학을 접목한 '시각 시'로 독자적 시 세계를 추구해 온 시인 함기석 시집. 전작 <오렌지 기하학> 이후 3년 만에 나온 이번 시집은 4부로 구성, 15편씩 모두 60편의 시로 이루어졌다.

파격적인 해체와 실험이 등장했던 <오렌지 기하학>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번 시집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받을 것이다. 충격과 난해함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익숙하지만 '죽음'이라는 풍경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며 자아내는 정서적인 느낌은 생소함을 주기 때문이다.

<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는 사물을 지칭하지 않는 탈언어적 언어라는 전위의 바탕 위에서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가장 명징한 질서, 죽음의 풍경을 그린다. 낯선 언어와 익숙한 풍경 사이에서 독자들은 전에 느껴 보지 못한 초현실을 감각할 수 있다. 시집 해설은 고봉준 평론가가 맡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일본 문학계의 거장인 오에 겐자부로가 읽은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한다. 1957년에 등단한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매번 탁월한 작품을 집필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평생에 걸쳐 읽어온 보물 같은 책’들을 회고하며, 오직 책으로 살아온 인생을 강렬하게 담아냈다. 그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한 구절을 삶의 지표로 설정했던 소년 시절의 이야기, 엘리엇과 오든, 포의 시집을 읽으며 언어에 대한 감각을 훈련했던 기억, <신곡>과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 및 수많은 문학작품을 통해 생의 고뇌를 승화시켰던 여정들을 이 책에 가득 펼쳐놓는다.

여든의 노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죽마고우였던 오랜 친구의 갑작스러운 자살, 장남 히카리의 장애, 본인 작품에 대한 비판 등을 오롯이 감내해야 했고, 소설 집필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나 시련을 포함한 그의 모든 삶의 순간들엔 ‘책’이 있었다. 책은 그가 인생의 문제들로부터 버틸 수 있도록 해주었고 더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저자가 일생동안 그토록 치열하게 읽어왔던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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