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사회인대학교 낯가림학과 졸업하기’.

 

한 낯가림하는 나로서는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막연하게, ‘사회에서 낯가리는 사람을 위한 지침서인 줄 알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아니었다. 이 책의 부제대로 낯가림 심한 개그맨의 우왕좌왕 사회 적응기.

 

이 책을 쓴 개그맨 와카바야시 마사야스로 말할 것 같으면, 귀여운 외모와 달리 괴짜인 면모가 강하고, 낯가리고 소심하지만 또 할 말은 다하는 우직한 스타일의 개그맨이다. 읽다보니 외모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는데, 표지에 조그맣게 그려진 캐릭터와 똑같이 생긴 외모에 빵 터졌다. 저 캐릭터가 쫑알쫑알 하고 말 할 것 같아서.

 

M-1 그랑프리에서 2위에 입상한 후 방송 일이 마구 들어오기 시작한 마사야스는, 그때 처음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꼈다. 무명의 젊은 개그맨이었던 그가 그런 감정을 맛보기 시작한 건 서른이 되고 나서였다. 길고 긴 밑바닥 생활을 보내면서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진 인간이 되고 말았고, 그래서인지 사회라는 곳에서 겪는 하루하루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러한 충격과 경험을 사회인 2학년이라는 제목 아래 풀어 쓴 글이 이 책에 담긴 것인데, 가령 이런 일이다.

대략 하루에 50명 정도의 방문자 수를 유지하며 몇 년간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써서 올렸던 블로그가 6만명이 방문하는 블로그가 된 것. 그리고 날아드는 2병 같다는 피드백. 사회에서 취미에 대해 말하는 것. 미식 프로그램에서 고급 요리를 먹고 소감을 말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말을 골라 하지 않아 화를 당했던 기억들. 술 마시는 재미를 알게 되고, 청년이라는 범주에 자신이 완전히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 것 등등 사회인으로서 겪게 된 일을 마사야스 식으로 풀어낸다.

 

내가 가장 와 닿았던 건, 한 번도 나오지 않다가 후반부에야 처음 나온 파트너 이야기였다. 마사야스는 자신을,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이나 한정된 조건에서 즐겁게 지내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의 반대편에 있는 남자가 파트너인 가스가라고 말한다. 반응도 전혀 없고,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어쩌면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걸까하고 신기했다고.

 

솔직히 말해서 가스가가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어린아이가 다가오지 않는 내가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즐기고 있다. 자신감도 넘치고, 자기과시를 하기 위해 특별히 자신을 크게 보일 필요가 없는 멋진 남자라고 생각한다.

나도 정말로 멋진 남자가 되어 행복을 실감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위로 올라가면서.

나는 가스가를 동경한다. (p.215)

 

내가 가스가인양 벅찬 마음으로 읽었던 구절이다. 주위를 둘러 보면 잘 맞는 사람과 파트너를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정 반대인 사람과 파트너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 마사야스와 가스가는 후자의 경우다. 이 구절이 와 닿았던 건, 나 역시 가스가보다 마사야스와 같은 성향의 사람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나와 다른 멋진 모습을 동경할 수 있어도 그걸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데, 마사야사는 진심을 다해 고백한다. 가스가를 동경한다고. 마사야스는 가스가를 동경하고, 나는 가스가를 동경하는 마사야스가 멋있는 순간이었다.

 

내 마음을 뒤져보니, 손에 잡히는 것은 늘 과정이었다. 그만큼 했고, 그만큼 귀찮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완벽하게는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 해냈구나. 그런 간단한 감상만은 늘 가치가 내려가지 않고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이다.

(중략)

특별히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다. 그런 내가 나만의 최선을 끊임없이 갱신해가다 보면 결과가 뒤따라오든 말든 상관없지 않을까. 이처럼 특별한 재능이 없으니 나의 최선을 끊임없이 갱신할 수밖에 없다는 해탈은 내게 자신감을 주었다.

의외였다.

좋은 결과의 연속이 자신감을 낳는다고 믿어왔으니까. 하지만 이 자신감은 결과가 가져다준 것보다 더 믿을 수 있다. (p.227)

 

위 구절은 맺음말인 사회인대학교 졸업논문속 구절이다. 사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고 인식한 시기를 2008M-1 그랑프리 때부터라고 했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났는데 대학이라면 마침 졸업할 시기도 하니 이참에 졸업논문을 써보기로 한다고 맺음말을 시작하는데, 마사야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논문 속에 담긴 글 역시 졸업논문다운 글답게 완성도 있었는데, 글에 있어서의 완성도도 그렇지만 사회에 대해 마사야스의 생각이 완성된 글 같았다고나 할까. 끝까지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 때때로 끄덕끄덕하게 만드는 마사야스의 글들.

 

훗날 나는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을 뒤져봤을 때 손에 잡히는 것 중 이 유쾌한 책이 있을 거라는 기분 좋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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