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화 '별은 어째서 떨어지지 않는 걸까?'에서 엄마 테라다와 아들 나오의 대화.
-(어린이집 앞)
-테라다인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엄마!
-맨날 늦게 데리러 와서 죄송해요.
자, 집에 가자.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안녕히 계세요.
-(밤하늘)
-나오, 저기 좀 봐. 별님이 참 예쁘네.
-엄마. 별님은 왜 하늘에서 안 떨어져?
-음... 글쎄, 왜 그럴까? 알았다!
떨어지면 사람들이 깜짝 놀랄까봐 그런 거 아닐까?
-그렇구나~ 근데 만약에 떨어지면 어떻게 해?
-뛰어서 도망쳐야지~
-소중한 거 들고?
-그렇지~
-그럼 난 장난감 많이 들고 갈래.
과자도 이~따만큼 들고 갈 거야. 엄마는?
-엄마한테는 나오가 제일 소중하니까 나오를 데려갈거야. 그러니까 나오 짐이 많으면 엄마가 힘들어.
-그럼 내가 조금만 들고 갈게.
-그래, 착하구나.
-나오야, 이거 중요한 얘기니까 꼭 기억해야 돼. 언제든 달아날 때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돼.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니까. 별이 떨어져도 무조건 뛰어야 돼!
-알았어~~~
-자 얼른 집에 가자. 오늘 저녁밥은 햄버그스테이크야.
그리고 다음 화에서, 사표는 어떻게 쓰는 거지? 하고 고민하는 직장인이 나온다.
마음 같아선 쌓이고 쌓인 온갖 분한 일들을 다 써서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 라고 한소리 내뱉은 다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보다 회사를 그만둬도 되는지가 문제라며 고민한다.
안 그래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간신히 돌아가고 있는 직장. 자신마저 그만두면 다른 누군가에게 불똥이 튈 테고,
무책임한 놈이라고 생각할 것만 같다. 약삭빠르게 옮길 곳까지 정해뒀다고 하면 더더욱...
이런 생각 끝에 그는 그냥 꾹 참고 더 다닐까? 한다.
계속 잠을 깊이 못 자거나 식욕이 없다거나 그 정도의 스트레스는 회사원이라면 누구한테나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
남은 동료들을 생각해서라도, 자신도 조금 더 힘을 내고 힘을 내서... 하는데 어느 날 밤의 하늘이 떠오른다.
"나오야, 이거 중요한 얘기니까 꼭 기억해야 돼. 언제든 달아날 때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돼."
하던 엄마의 말씀이 떠오르는 남자. 그는 시간이 흘러 직장인이 된 나오였다.
어릴 땐 그 얘기가 별이 떨어지면 도망치라는 얘긴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달아날 땐 뒤돌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날밤, 신문에 실린 작은 기사가 우연히 나오의 눈에 띄었다.
우주를 떠도는 떠돌이 행성이 발견되었다는 내용.
원래는 지구처럼 붙박이별 주위를 공전하는 별이었는데 다른 행성 중력으로 인해,
궤도에서 튕겨져나가버렸다는 떠돌이 행성. 둥
실둥실 자유롭게 떠도는 행성이 이 밤하늘 어딘가를 날고 있을 거라고 나오는 상상한다.
그리고 다시금 떠오르는 엄마의 말.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니까."
가끔은 엄마한테 얼굴 보여 드리러 집에 가야겠다고 혼잣말하고는, 나오는 사직서를 마저 쓴다.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나오를 데려갈 거라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생각해 조금만 들고 간다는 나오.
지혜롭게 교육하고, 그 교육을 잊지않고 기억하는 모자지간. <밤하늘 아래>에서 내가 제일 손에 꼽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