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문장수업 -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고가 후미타케 지음, 정연주 옮김, 안상헌 감수 / 경향BP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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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였던 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의 공저자 고가 후미타케. 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고는 그게 전부였다. 미움 받을 용기는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로 풀어낸 책으로, 나의 경우 청년의 입장에 몰입해서 책을 읽어 나갔는데 그래서인지 한층 더 철학자와의 대화에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이후에 또 한명의 공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두어 권 접하면서 깨달았다. 미움 받을 용기를 흥미롭고 집중 있게 읽어낼 수 있었던 건, 단순히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그건 고가 후미타케의 문장력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즈음에 다시 만난 고가 후미타케. 그는 이 책 작가의 문장수업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15년 전 작은 출판사에 취직한 후, 그 다음해에 작가로 독립했다. 이렇다 할 연줄도 없고 출판계 경험도 1년 미만인 상태로 결정한 독립이었다. 제대로 된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독립하고 처음 받은 일은 여행사의 홍보지에 게재한 당일치기 버스 투어 안내문이었다. 이후 조금씩 일반지나 경제지에서 일이 들어오게 되었고 최근 10년 동안 작가로서 매년 평균 10권 이상, 합계 80권 이상의 서적을 집필했다. (p.6)

 

매년 10권이라고 하면 적게 잡아도 매해 원고용지 3,000장이 넘는 문장을 써 왔다는 그의 글에서, 나는 미움 받을 용기의 청년이 생각났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생각을 우직하게 주장할 줄 알았던 청년. 그런 청년의 자신감은 고가 후미타케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입말을 글말로 바꾸는 데 프로라고 자신하고 경험도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작가인 나밖에 말할 수 없는 조언이 많다. (p.6)

 

이 책에서도 그의 단정하는 문장은 계속되는데, 그래서 그의 문장에는 힘이 있다. 미움 받을 용기에서 청년의 단정하는 주장은 종종 내 생각과 달라 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건 어디까지나 그가 자신있어하는 글말이며 문장이 아닌가.

 

프롤로그와 문장 수업 안내에 관한 글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문장 수업이 시작된다. 4강으로 이루어진 구성인만큼 이번엔 나도 각 강에 맞춰 글을 나눠 써보려고 한다.

 

먼저, ‘쓰려고 하지 말고 번역하라는 문장수업 안내의 한 구절을 담아본다.

 

문장 세계에서는 종종 생각하고 나서 써라.”라는 조언을 한다. 생각해 보지 않고 쓰기 시작해 봤자 좋은 문장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확실히 맞는 말이지만, 혹시 눈앞에 스무 살의 내가 있다면 나는 좀 더 근본적인 조언을 할 것이다. “생각하기 위해 써라.”라고 말이다. (p.26)

 

약간의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이 구절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나 역시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 글을 쓰는 타입이고, 그래서 시간이 글 한 편을 쓰는데 시간을 굉장히 많이 잡아먹곤 한다. 그런데 생각하기 위해 쓰라니. 가만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제 아무리 생각하고 나서 쓰더라도, 쓰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고 글은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글과 많이 달라진다. 생각이 먼저가 아니라 쓰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된 구절이었다.

 

문장은 리듬으로 정해진다1강에서는 문체는 리듬이다, 로 강의를 시작한다. 이 강에서는 글에 대해 내가 가진 편견을 버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글을 써도 여전히 미숙해서 그런지 나는 접속사를 많이 쓰는 편인데, 접속사를 쓸 때마다 마음 한 편으로 불편했다. 접속사를 남용하면 문장을 이해하기 어렵게 되고, 접속사에 기대는 것은 문장에 미숙하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작가는 접속사를 무작정 생략하는 것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접속사를 남용하면 거슬리고, 적당히 삭제해야 읽기 쉬워진다는 점은 인정하고, 그리하여 필요 없는 접속사는 없애라는 조언은 원칙적으로 옳다고 덧붙인다.

 

다만 한 가지, ‘접속사를 남용하지 말라.’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p.54)

 

,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내가 접속사보다 더 많이 쓰는 것. 쉼표. 쉼표와 마침표를 너무 아끼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나는 줄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제 발 저려서 유심히 읽었다. 쉼표를 떠나서 내게 부족한 행갈이단정하는 문장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가지기 위해 단정하는 것이다. (p.77)

 

독자는 설득력이 있는 말을 바란다. 말의 설득력은 단정이라는 위험을 무릅썼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 (p.77)

 

그가 단정이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낸 설득력이, 끝내 내게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하며 이 구절을 읽었다.

 

문장의 재미는 구성이 좌우한다2강에서 중요한 건 역시 구성이다. 또 다른 글을 예로 들어 구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영상의 구성을 빌려와 설명하는 데 이 부분이 참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문장의 재미를 구성하는 데 있어 영상의 카메라워크를 참고하라며 도입-본편-결말(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눠 설명해준다. 또 글의 도입부에 대해 설명할 때, 관객을 관객석에 앉히는 데는 영화의 예고편이 큰 몫을 한다며 예고편의 기본 3패턴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내가 봤던 영상의 카메라워크와 예고편의 3패턴을 떠올리며 글을 읽으니 훨씬 이해가 쉬웠다.

 

자신의 문장을 독자로서 읽어 보라3강에서는 공감하고, 많이 반성했다. 나 역시 싫은 문장에서 글 쓰는 자세를 배운 적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원고는 의외로 쓰기 힘들다는 것을 사무치게 잘 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 얼마든지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 좋아할수록 쓰기 어려웠고, 여전히 어렵다. 공감은 여기까지다.

 

반성한 부분은 크게 세 부분이다.

첫째, 잘못된 세부 사항은 문장에 치명적이다.

둘째, 작은 거짓말은 이해 부족이 원인이다.

셋째, 반전은 열 번 중 세 번이면 충분하다.

 

글을 쓸 때, 내가 부족한 부분들이다. 앞으로 글을 쓸 때 이 부분들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놓치지 않기 위해 내 생각을 책에 메모해가며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4글쓰기의 완성은 편집에 달려 있다에 들어서서는, 이 강의만큼은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흡수한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자신이 쓴 문장에 주저 없이 가위질할 용기가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퇴고를 할 수 있다. (p.188)

 

아무리 문장에 자신이 있더라도 자신의 힘을 과신하면 안 된다. 밤중에 쓴 러브레터를 예로 들 것까지도 없다. 문장이란 자칫하면 자아도취나 시야 협착에 빠지기 쉬운 도구이다. 자신에게 취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않으며, 언제나 의심하면서 글쓰기에 임하도록 하자. (p.200)

 

퇴고는 어떤 의미로는 매몰 비용과의 싸움이다. (p.207)

 

좋은 문장이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행동까지도 움직이게 하는 문장을 말한다. (p.222)

 

이 모든 구절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알고는 있지만, 결코 자신할 수 없는 일들이기에. 내 딴엔 공들여 썼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가위질하지 못했고, 언제나 의심하며 글쓰기에 임하지 않았으며, 매몰 비용과의 싸움에서는 늘 졌던 나였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담은 구절만큼은 잘 안다고 말 할 수 있다.

 

작가 고가 후미타케가 문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아낌없이 이야기했음을, 이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있었다. 문장에 대한 그의 애정과,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막막해하는 청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나의 애정도 이 서평을 통해 묻어났으면 하고 바란다. 문장수업에 관한 책을 완독하고 글을 쓰면서도 전보다 더 산만하고 부족한 것 같아 아쉽지만, 꼭 전하고 싶다. 이 긴 글을 쓰면서 나는 행복했다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잘 쓸 수는 없어도 좋아하는 마음을 다해 많이 쓸 수는 있는, 이 쓸모없는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바람을 덧붙이면서 글을 갈무리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글 쓰는 힘글 쓰는 의욕을 당신도 얻었으면 좋겠다쓰는 건 다소 어려울지 몰라도, 글은 어떤 식으로든 당신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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