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이후로 소장하고 싶은 웹툰 종이책이다.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좋다.
연필로 투박하게 그린 것 같은 느낌도 마음에 들고, 주인공 유양의 입체적인 캐릭터도 마음에 든다.
정말 나 같은 캐릭터는 나 같아서 끌리고, 나와 동떨어진 캐릭터는 동떨어져서 끌리는 법이니까.
유양은 후자다. 성격은 다소 지랄맞고 입은 험하지만, 확고한 소신으로 자기 인생을 살 줄 아는 사람.
음식을 다루지만 먹는 '존재'라는 제목처럼, 음식이 주인 만화는 아니다.
주인공 유양의 이야기에서 유양이 먹는 음식들이 나오고,
그 음식들에 유양의 일상이 녹아 있는데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첫 과외를 끝내고 놀이터에 앉아 혼자 먹는 삼각 김밥,
한때 잘나가다 폐업한 유원지의 회전목마를 쓰다듬는 기분이 들던 빵집 팥빙수
(찹쌀떡, 젤리, 후르츠칵테일, 거기다 체리로 화룡점정),
점심시간에 무리에서 조용히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으나, 혼자 뭘 먹지 모르겠어서 헤매다 들어간 집.
그 집에서 먹은 진한 콩국수의 맛.
이야기에 음식이 담기고, 음식에 이야기가 담긴다.
유양도, 예리도, 박병도 이 책을 읽는 나도 먹는 존재이니까.
1권에서는 본의 아니게 정곡을 찔렸는데, 이 구절이다.
- 야, 본체. 진지하게 말해서 이렇게 살다가는 곧...
엄마가 눈치채는 건 물론 높은 확률로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 아, 아냐! 창작활동으로 먹고 살 수 있을...
- 바로 그게 문제야. 1화에서 출근할 때, 꼴랑 문장 한 줄 써 갈긴 것 빼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글 한 줄을 쓴 적이 없다는 거, 알고는 있어?
본체 유양에게 말을 거는 건, 유양의 내면이다.
내 얘기 같아서 날아오는 직구를 훅, 하고 정면으로 맞은 기분.
2권에서는 울컥하기도 했고, 대단하다고 엄지척 치켜들기도 했고.
단숨에 유양과 예리와 박병에게 정이 들었는데,
이걸 한 회차씩 챙겨본 사람들은 얼마나 정이 들었을까 싶었다.
사서 읽든 빌려 읽든 3권도 조만간 챙겨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