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 아들러 심리학의 행복 에너지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현정 옮김 / 스타북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내 품에 들어오던 날, 나는 친구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길이었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싶다기에, 집에 있는 책을 빌려준 친구였다. 빌려준 책을 돌려받으면서 겸사겸사 저녁을 먹으며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빌려준 책에 관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었다. 내게서 책을 빌려 읽던 그 때,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았다. 미움 받을 용기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을 일러주었다면 이 책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는 이런 책이다.

 

 

 

이 책에서는 오로지 간호인의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간호 부담을 덜 수 있을지, 간호를 필요로 하는 부모와 어떻게 하면 트러블 없이 최대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를, 제가 오랫동안 공부하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려 합니다. 아들러가 간호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한 건 아니어서 아들러라면 뭐라고 했을까를 아버지와 함께할 때 생각했습니다. (p.9)

 

 

 

다시 말해 이 책은 기시미 이치로에 의한, 자식을 위한 아들러 심리학이다.

 

 

 

아버지에 대해서 쓰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었고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글을 멈추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생긴 덕분에, 단적으로 말하자면 아버지 덕분에 저는 늙음이나 병, 죽음에 대해서 한층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이제까지의 삶에서 지금처럼 아버지와 진지하게 마주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p.230)

 

 

 

경험보다 더 중요한 교훈은 없다고, 기시미 이치로 자신이 직접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고민하고 깨달은 늙음, , 죽음등 피할 수 없는 문제 속에서 찾은 행복의 의미를 고스란히 녹여낸 책이기도 하다.

 

나 역시 잠깐이지만 간호를 경험해 본 일이 있다. 작년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신 큰이모의 간병이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병원은 비일상적 경험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아버지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느 정도 혼란을 겪습니다. (p.18)

 

물론 제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버지가 진정하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영향도 의미가 있어 저도 열심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강한 불안에 휩싸이는 것도 안개 밖의 세상을 봤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간호인은 그런 불안을 없앨 수 있습니다. (p.76)

 

 

 

위와 같은 구절에 공감했는데, 내가 아파서 찾은 병원이 아닌 간호인으로서의 병원을 느끼면서 나 역시 혼란을 겪었다. 이 병원 저 병원의 환경이 달랐고, 대형 병원은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방심했는데 대형 병원에서도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이모가 전보다 진정하시는 걸 보면서 뿌듯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입원한 환자는 육체적으로 불편을 겪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불안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럴진대, 지금 이 순간 간호를 하고 있는 사람이나 간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좋은 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간호가 아니라, 부모를 이해하고 나아가 늙음, , 죽음이라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에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춤입니다. 춤을 추면 결과적으로 어디에 도달하게 될까요? 어딘가로 가기 위해, 게다가 효율적으로 도달하기 위해 춤을 추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목표에 도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그대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삶도 그런 움직임과 같습니다. 그때그때 완성되기 때문에 몇 살이 되어도 무언가를 시작하고, 미완성으로 끝난다 해도 그때그때 즐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 삶을 우리는 나이 든 부모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p.226)

 

 

 

아무 일 없이 살아갈 때는 자기도 모르게 잊어버리기 쉬운 일이지만 일단 가족 중 누군가 배우자, 자녀, 부모 가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그 사람과 함께 살아 왔던 일이 결코 당연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꼭 그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이 나에게 둘도 없는 존재라는 것, 지금은 이렇게 함께 있지만 언젠가는 헤어질 날이 온다는 것, 그때까지는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있어도, 병에 걸려도, 자기의 이상과 다르더라도 그런 이상 속의 사람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둘도 없는 이 삶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매일 되새기며 결의를 다잡는 것에서부터 존경이 태어납니다. (p.228)

 

 

 

가족 중 누군가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책이 무슨 소용이며, 아들러 심리학은 더 무슨 소용이냐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책 속 구절처럼 부모의 간호를 맡는 지금이 진짜 현실이고, 간호가 끝난다고 해서 진짜 나의 인생이 시작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간호인 역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설의 도움을 받거나,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간호인의 심리다. 간호인의 심리가 안정되어야, 간호를 받는 사람 역시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간호만이 아니다. 내가 행복해야 내 가족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세계까지는 아니어도 내 주위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그의 저서 미움받을 용기가 많은 사람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역시 당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네 인생의 또 다른 움직임에 든든한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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