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 버린 골짜기에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 도종환 <폐허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