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단체로 어울려 다니며 신나게 놀 때 나는 주로 1 대 1의 인간관계가 주는 조용한 친밀감에 편안함을 느끼며 성장해왔다. 원래 달변도 아니었지만 같이 있는 사람들이 3명을 넘어가면 말수가 그냥 줄어들었다. 그렇다 보니 나 역시도 살면서 이래저래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쓸데없이 예민하다 보니 누가 나와 맞고 맞지 않고 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너무 빨리 직관으로 알아채는 나 자신이 싫었다.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은 또 견디지 못해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던 나의 모습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지난날의 슬픈 초상이다. (p.96)

 

*

책을 읽다보면, 이건 정말 내가 쓴 것 같다 싶은 구절을 만나곤 하는데 오늘 읽은 이 구절이 그렇다.

특히 '3명을 넘어가면 말수가 그냥 줄어들었다'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더랬다.

 

이젠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파울로 코엘료가 그의 SNS에 올렸고, 나는 <마법의 순간>에서 읽었던 그 글처럼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다 좋아한다고 하면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당신은 모두를 기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는.

 

 

 

'혼자서 잘 서 있을 수 있어야 타인과 함께 있을 때도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마음이 통하지도 않는 누군가로 공허함을 가짜로 채우기보단 차라리 그 비어 있는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 것이 낫다. 그래야만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있어야 진정으로 나답고 편안할 수 있을지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p.94)

 

'갈 사람은 가고 돌아올 사람은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 관계의 상실을 인정할 용기가 있다면 어느덧 관계는 재생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를 나는 긍정한다.' (p.102)

 

 


조금 읽다가 일어서려고 했는데, 이 구절들 덕분에 계속 머물고 있다.

집 뒤에 카페가 생겼다는 게, 조금 더 반가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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