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정식 시집을 낸다

달력들의 전투대형은 단순하다

7열 횡대,

붉거나 검은 전투복

지피지기여도 백전백패

이 이상한 전투가 아름답기도 한 것은

내 육체의 텃밭인 턱에

수염이 끈덕지게 자라듯

내 마음의 비탈이 차차

늙어왔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리 아파 다리 펴고 싶은 의자에

다리 아파 앉고 싶은 사람처럼

염치없이

시 의자에 푹신 앉아보았으나

시를 앉혀보지는 못한 미안함 마음 절감하며

삐꺼덕,

시집을 엮는다

 

 

강화에서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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