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데이미언 톰슨 지음, 정주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책등의 색이 같은 계열의 책을 한데 모아 정리한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그 사진을 본 한 분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댓글을 달아주셨기에 물었다. 어떤 책인지 궁금하다고. 남겨주신 답글에는 이 책 <책과 집>이 담겨있었다.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글과 사진을 통해 우리는 각각의 공간과 취향, 책의 양에 걸맞은 수납 방식을 터득해보기로 한다"(p.11)고 운을 떼는데 정말 그런 책이었다. 장식으로서의 책부터 어린이방 등 총 7챕터로 나눠서 이야기하는데, 정확히 30쪽에서 나는 익숙한 책장을 발견했다. 색깔별로 정리된 책장 사진 아래, 이런 글이 실려있다.

색깔별로 책을 정리할 때는 스펙트럼이 나뉘듯 차가운 색(파란색과 초록색)과 따뜻한 색(빨강과 노랑)으로 나누어 배열하면 보기 편하다. 중간 색(보라와 분홍)이 시각적인 다리 역할을 하면 이상적이다. 이런 배열은 오른쪽 사진 속의 벽돌벽처럼 거칠고 광택 없는 배경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 (p.30)


외국 서적이긴 하지만 '책'이어서 낯설지 않았고, 곳곳에서 공감해가며 읽었는데 예를 들자면 이런 구절이다.

캐나다 소설가 로버튼슨 데이비스가 말했다. "진정 위대한 책은 어려서 읽고, 커서 다시 읽고, 늙어서 또 읽어야 한다. 훌륭한 건물을 아침 햇살 속에 보고, 점심 때 보고, 달빛 아래 다시 봐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말대로라면 책을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또 늘었다. 이렇게 한번 손에 넣으면 내놓질 않으니, 현대식 로프트에 살든, 빅토리아 풍 연립주택이나 조지 왕조풍 대저택에 살든 책을 보관하고 정리한다는 건 어려운 일일 수밖에. (p.7)

공감가는 말은 더 있다. 19세기 중반 성직자 헨리 워드는 "책은 가구가 아니지만 그만큼 집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고, 12세기 유대인 철학자 유라이븐 티본은 "책을 친구 삼으라. 그대의 책꽂이가 유원지가 되게 하라."고 했으며 작가 애나 퀸들런은 "내 아이들이 집안 장식은 필요한 만큼의 책꽂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했단다. 책 사진 중간 중간에 이런 말들이 나와서 메모하기 바빴다.

소름돋게 공감했던 구절은 이 구절이다.


서재란 누군가가 평생 모아온 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진지한 관심사를 반영하여 구체화한 곳에 가깝다. 미국 성직자 토머스 웬트워스 히긴슨은 『읽지 않은 책들』에서 책꽂이가 부족해 목수를 불렀을 때의 일을 이야기한다. 목수가 그에게 "정말 이 책들을 다 읽으셨어요?" 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도구 상자에 있는 도구들을 다 쓰시오?" 물론 아니다. 도구란 나중에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재는 읽은 책을 보관해두는 곳이 아니라 필요할 때를 대비하는 공구상자에 가깝다. (p.91)


책을 읽다보니 작년에 읽은 『장서의 괴로움』이 떠올랐는데, 판형과 책장은 저마다 제각각이어도 책 덕후의 책 사랑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나 역시 그런 책 덕후 중에 한 명이고.

움베르트 에코는 『장미의 이름』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되,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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