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여전히 광수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작가 박광수의 에세이. 서점에 갔을 때 읽고 싶다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도서관 북트럭에 올려져 있길래 빌려와 읽었다. 감상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앞으로 작가 박광수하면 이 책이 떠오를 것이라는 확신. 물론 최근 책이어서 그런 것도 있고, 광수생각은 워낙 어릴때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참 서툰 사람들>에서 였다. '세상의 그 어떤 꽃도 흔들림 없이 피는 꽃은 없다. 지금 흔들리는 것, 다 괜찮다.'라는 구절. 도종환 시인의 시보다 이 구절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참 와닿았던 것 같다. 후에 수필론 발표 수업 당시 내가 쓴 수필에 '지금 흔들리는 것, 다 괜찮다.'라는 제목을 붙일 정도였으니까. 지금 흔들리고 있는 거에 비하면 그땐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싶지만. 몇년 후, 나이를 좀 더 먹고 만난 박광수 작가의 에세이는 밑줄칠 구절이 넘쳤다. 내 책이 아니어서 밑줄은 못쳤고, 대신 독서기록장에 메모해 둔 구절들을 소개해본다.

 

 

 

 

*


아무에게도 조언하지 마라. 하지만 타인에게 조언하듯이 내 삶을 살아라. (p.50)

도달할 수 없는 높은 지점을 목표로 삼고 뛰지 마라. 그럼 쉽게 지치는 법이다. 그저 다음 한 발만 생각하며 성실히 내딛어라. 그렇게 성실히 가다 보면, 내 앞에 네가 처음 바라보았던 그곳이 있을 것이다. (p.54)

아픈 것은 아프다고 말하자. 무서운 것은 무섭다고 말하자. 힘든 것은 힘들다고 말하자. 세상 사람들은 속일지라도 내 자신에게만은 솔직하자. (p.56)

세상이 불이고 내가 칼이라면, 내가 지면 나는 녹아서 없어질 것이고 내가 이겨낸다면 나는 더 강한 칼이 될 거야. (p.58)

수중에 돈이 있어서 좋은 이유는, 돈이 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좋다기보다는, 돈이 있음으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서 돈은 자유를 의미한다. (p.64)

자신보다 나은 사람으로 살려고 하지 말 것. 오직 자신으로만 살 것.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 것. (p.74)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불친절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할 필요도 없다. 세상 모든 사람과 친구인 사람은 그 누구의 친구도 아닌 법이다. (p.98)

너무 안달복달 할 필요없어. 어차피 만나게 되는 사람은 꼭 만나게 되는 법이니까. (p.192)

고백하고 또 고백하라.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이라고 넬슨 만델라가 말했다. 사랑도 비슷하다. 고백하고 또 고백하라. 거절이 두려워서 고백을 못하는 사람은 달리다 넘어질 것이 두려워서 출발선에도 서지 않은 육상선수나 다름없다. 육상선수의 가장 큰 영광은 메달이 아니다. 가장 큰 영광은 자신만이 아는 자신의 노력이다. (p.203)

한계란, 종교의 믿음 같은 것이다.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 믿는 순간, 한계가 생기는 법이다. (p.237)

나는 희망을 좇고 있고, 절망은 나를 좇고 있다. 나는 더 열심히 세상을 헤쳐나가야 한다. (p.259)

문학가.
만화를 그리고 책을 내며 내 책 속에 되도 않는 글로 간신히 백지의 면을 채운다. 글을 잘 썼으면 좋겠다는 간절함 속에서 우연히 존경하는 문학가를 만나 질문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은 머리나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야. 엉덩이로 쓰는 거지. 엉덩이가 짓물러질 때까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쓰고 또 쓰는 거야. 그렇게 오랜 시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네가 원하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야. 
역시 시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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