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오랜만에 만난 나에게 대뜸 이런 말을 했다. 나를 향한 말이 아니라 인생을 향한 항변 같았다.
   "인생은 항상 ㄷ자로 뚫려 있어. 자꾸 억지로 ㅁ자로 메우려 하면 꼭 에러가 나."
  디귿과 미음이라니. 얼마나 간단명료하고 매혹적인가. 선배의 속 깊은 은유와 상징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궁금증을 못 이기고 선배를 다그쳤다.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시면 안 되겠어요?" 선배는 눈치 없는 나를 위해 쉽게 풀어 설명을 해주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이가 없는 사람의 자유를 부러워하고, 아이가 없는 사람은 아이가 있는 사람의 충만함을 부러워하잖아. 모든 걸 완전한 ㅁ자로 채우려 하면, 삶이 너무 피곤해지거든. 뭔가 살짝 모자란 ㄷ자가 좋은 거야. ㅁ자는 이루지 못할 이상이지." 욕심 많은 나는 갑자기 내 인생이 부끄러워졌다. 언제나 ㅁ자로 꽉 채우려 하다가 ㄷ은커녕 ㄱ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 정여울,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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