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지용은 여행을 '이가락離家樂'이라고 했다.
집 떠나는 즐거움.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우선 근사한 여행지를 전제하지 않아서 좋다.
그저 집을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그 뜻이 좋다.
집을 떠나면 우선 나는 달라진다. 낯선 내가 된다.
낯설지만 나를 되찾은 것 같아진다. 내가 달라진다는 게 좋다.
달라질 수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좋다.


-김소연, 《어떤 날 :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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