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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눈물 - 최인호 유고집』은 작가 최인호의 마지막 비밀 원고를 공개한 책이다. 2008년 암 진단을 받은 작가 최인호는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 죽고자 했고, 이에 깊은 밤 탁상 앞에 앉아 자신의 고통과 정직하게 마주한 채 한 자 한 자 원고지를 채워나갔다. 병마의 고통 속에서 작가는 새로운 눈으로 삶과 죽음을, 인간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그리고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신의 기적을 바라보고 기록한 책이다.

 

쌓여진 책 더미 사이에서 발견된 미공개 원고 200매에는 ‘고통의 축제’라 명명한 암 투병 생활 속에서 신자이자, 작가이자, 결국에는 인간 최인호가 눈물로 기록한, 내밀한 고백이 담겨있었다.

매번 ‘사랑하는 벗이여’로 시작되는 글로 채워진 이 책은 책 속 구절로 미루어볼 때, 가톨릭 주보에 연재된 칼럼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모든 글의 끝은 주님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지만 시작은 달랐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플라톤 『향연』, 미켈란 젤로의 ‘최후의 심판’. 키에르 케고르『죽음에 이르는 병』, 스타인 벡 <분노의 포도>, 프란시스 톰슨 <하늘의 사냥개> 등 소설, 시, 그림, 조각, 벽화가 한 작품씩 언급되고,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님을 향한 글에 녹여낸 느낌이었달까.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책 전체가 주님에 대한 글로만 담겼으면 읽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매 글마다 작품이 언급되어서 무리 없이 잘 읽혔다. 신자이자 작가가 이 작품을 접했을 때는 이렇게 느끼는구나 했고, 특히 종교에 관련된 작품일 경우 내가 해석해내지 못했던 종교에 관련된 이야기도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여러 분야의 작품이 언급되다보니 자연스레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언급되는데,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동안 12장의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그가 그린 자화상은 대부분 권총으로 자살하기 3년 전에 시작해서 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정신병원에 갇혀 있더라도 얼마든지 그림 그릴 소재는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고흐에게 있어 자신의 얼굴이야말로 그가 마음 놓고 그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소재였습니다. 그의 자화상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표정으로 점점 더 침울해 가고 얼굴은 말라 가고 두 눈은 점점 더 광기에 젖어 가고 있습니다.

죽기 전 자화상을 완성하고 나서 고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자화상은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거짓말이다.” (p.193)

 

이 글에서 최인호는 자신이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은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야 알겠으니 자신을 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는 말을 덧붙이는데, 이 부분이 나는 조금 다르게 읽혔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죽을 때까지 정신병원에 갇혀 있더라도 얼마든지 그림 그릴 소재는 발견할 수 있다 생각하고 자화상을 그린 고흐. 그 자화상이 고흐의 말마따나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얼굴을 그려서라도 붓을 놓고 싶지 않았던 화가로서의 고흐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작가 최인호도 고흐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암 치료의 후유증으로 인해 손톱 한 개와 발톱 두 개가 빠졌으나 직접 원고지에 만년필로 쓰는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어서, 빠진 오른손 가운데 손톱의 통증을 참기 위해 고무골무를 손가락에 끼우고, 빠진 발톱에는 테이프를 칭칭 감고 구역질이 날 때마다 얼음 조각을 씹으면서 미친 듯이 20매에서 30매 분량의 원고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필한 최인호. 자신의 십자가인 원고지 위에 못 박고 스러지게 해달라던 최인호. 정말이지,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 죽고 싶다고 주님께 외쳤던 최인호. 처절한 노력 끝에 그는 자신이 원한대로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작가 최인호로 세상을 떴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죽⋅고⋅싶⋅습⋅니⋅다. (p.33)

 

라던 작가의 말을 떠올리면, 내가 다 뿌듯하면서, 한없이 가슴이 저민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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