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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1223/pimg_777762186943088.jpg)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라는 이 책의 제목이 조르바를 환기했고, 조르바를 조우한 이윤기를, 조르바를 춤추게 한 이윤기의 글쓰기를, 조르바를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테지만 끝내 조르바처럼 춤췄을 이윤기를 생각하게 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 『조르바를 춤추게 한 글쓰기』는 “멋있게 보이고 싶다는 제 생각을 비틀지 말라”는 1장부터 “번역을 할 때 말의 무게를 단다고 생각하라”는 2장, “당신의 글에서 당신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져야 한다”는 3장, “유행하는 언어에도 보석같은 낱말이 무수히 반짝인다”는 4장, “궁극적인 진리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는다면 신화의 언어를 보라”는 5장까지 총 5장에 걸쳐 쓰고 옮긴다는 것에 대한 이윤기의 글이 담겨 있다. 책을 다 읽고, 책을 부분 부분 다시 읽은 뒤에야 나는 이 책에 대한 감상을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었다. ‘조르바를 춤추게 한 글쓰기는 곧 조르바이고, 조르바는 곧 자유이고, 자유는 곧 이윤기의 글쓰기였으며, 그의 글쓰기는 곧 자유를 갈망했던 이윤기다.’라고 말이다.
문학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인생이 그렇게 풀린 (p.20) 그는 딱지본 소설에서 수십 년을 훌쩍 건너 뛰어 바로 ‘학원사’ 학생문고 쪽으로 한달음에 이른, 이상한 경험의 소유자였다. 그 경험을 통해 그는 생각했다. “아, 글이라는 게 세상을 이렇게 넓게 살도록 하는구나.”(p.21) “이 세상에 책이라는 것이 없었더라면 나는 어찌 살았을까.”(p.29)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글 읽기’와 ‘글 쓰기’에 대한 생각으로 깊어지는데, 이 구절이 책을 읽는 내 가슴을 친 구절이라 옮겨본다.
‘글 읽기’에 관한 한 나는 황희 정승만큼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글쓰기’에 관한 한 나는 행복하지 못하다. 길고 짧은 소설을 차례로 써내고 있지만 조금도 행복하지 못하다. 나는 큰 빚을 진 사람이다. 나에게 ‘글 읽기’의 행복을 안겨준 많은 작가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다. 부모의 사랑을 아래로 갚듯이 이 빚은 독자에게 갚아야 한다.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강박한다. 글쓰기가 하도 곤혹스러워서 물어본다. 나에게 글 읽기의 행복을 안겨준 저 많은 저자들은 모두 행복했을까? (p.36-37)
이 구절로, 나는 글쓰기가 하도 곤혹스러웠고, 자신에게 글 읽기의 행복을 안겨준 저 많은 저자들이 모두 행복했을지 궁금해했을 이윤기를 다시 읽게 되었다.
옮긴이 이윤기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두기 백 번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내 스스로 찾아 읽었던 건 아니지만 읽는 내내 행복했고,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로 처음 접한 이윤기의 글을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나 싶어 무척이나 행복해 한 독서였다.
조르바의 ‘자유’는 인간의 자유에 한정되지 않는다. 조르바는 그리스의 현악기 산투리의 삶을 함께한다. 하지만 그는 산투리조차도 마음대로 다루지 않는다. 그가 아는 한 산투리에게도 자유를 향수할 권리가 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연하의 자본가인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p.153)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의 이런 노력이 있어 나는 조르바가 ‘나’를 ‘두목’으로 부르는 것을 자, 편히 읽을 수 있었구나 싶어서 감사했다.
자신을 자유로운 인간의 상징인 조르바와 동일시하며 살아 펄떡이는 말에 유난히 집착하던 언어 천재 이윤기. 그가 평생 자신의 언어를 부리며 살아갈 모든 이들에게 작가의 영혼과 글쓰기의 태도에 말하는 이 책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 책을 보내려니 문득 이 구절이 떠오른다.
이윤기가, 학문의 세계가 아닌, 사람의 모듬살이에서 엿보이는 종교 현상에 대해 쓰고 싶었을 때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던 그 구절, 정민섭 사제시인의 시 한 구절이다.
내가 건너고 있으나 필경 다 건너지 못할 강…… (p.61)
소설가이자 번역가이자 신화전문가이기도 했던 그는 3년 전에 떠났지만, 그가 쓰고 옮긴 책들은 남아 오래도록 읽힐 것이며, 그는 여전히 소설과 번역과 신화라는 이름의, 건너고 있으나 필경 다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