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못된 놀이 - 따돌림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27
김경옥 지음, 문채영 그림 / 소담주니어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책을 덮고 표지를 다시 본 그 순간까지 씁쓸했던 책 『마녀의 못된 놀이』. 그 이유는 이 책이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시리즈 중 ‘따돌림’편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있어 따돌림이란 어쩌면, 이 책의 제목처럼 ‘못된 놀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돌릴 땐 영원히 모르지만,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고 나서야 ‘놀이’가 아니었음을 사무치게 깨닫게 되는 못된 놀이.

 

따돌림에 관해 이야기 한 많은 책이 있겠지만, 이 책이 재미있었던 건 화자인 ‘나리’의 입장에 있었다. 따돌림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용기가 없어서 따돌림 하는 것을 지켜보고, 여차저차해서 따돌림 당하고, 따돌림으로 슬퍼하고, 따돌림에서 벗어나 진정한 우정을 찾는 나리.

따돌림 당할 것이 두려워서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잘못이라는 걸 알지만 차마 잘못이라 하지 못한 채 지켜보고, 따돌림 받는 여느 아이가 그러하듯 사소한 이유로 따돌림 받고, 따돌림을 받고 우울해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따돌림 당해서 외로웠을 아이를 이해하고, 겉모습보다는 친구의 감춰진 면을 발견함으로써 진정한 우정을 찾게 되는 나리를 통해 나 역시 그러했고 요즘의 아이들 역시 그러할 따돌림에 관한 심리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내가 나리만 했을 시절에도 따돌림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요즘의 아이들에게 있어 따돌림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따돌림에 단순한 문제는 없겠지만, 그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할 정도의 폭력이 되어버린 문제가 아닌가. 따돌림이 그 어떤 폭력보다 무서운 건, 육체적인 폭력은 없다하더라도 정신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따돌림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사소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새 스마트폰을 자랑하기에 잠깐 만졌는데 확 빼앗아가서 정말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완전 미친 공붓벌레처럼 학원밖에 몰라서, 학습 능력이 모자르고 늘 학교에 와서 큰 볼일을 본다는 이유로, 뒷담화가 와전되어서 등등. 나는 사소하다고 생각했으나 가해자 아이들에겐 위와 같은 이유들이 전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전부가 전부가 아님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했겠지만 말이다.

 

“처음엔 다섯 마리였는데 요 파란색 열대어가 두 마리나 죽여 버렸어.”

“왜?”

“이놈은 성질이 사나워서 그런지 순한 애들을 계속 괴롭히더라고. 괴롭힘에 시달린 애들은 시름시름 앓더니 죽어 버렸어. 아마 어항이 작아서 영역 싸움 하느라 그런 것 같아.”

그러자 효정이가 어항을 콩콩 치며 말했어요.

“에이, 나쁜 놈!” (p.45)

 

다른 열대어들을 괴롭히는 파란색 열대어를 보면서 효정이는 “에이, 나쁜 놈!”이라는 말과 함께 어항을 콩콩 쳐가며 파란색 열대어를 혼낸다. 자신 역시 학교라는 어항 속 파란색 열대어임을 모른 채. 결국, 효정이는 어항이 깨짐으로써 나리네 집의 푸른 열대어처럼 밉상이 되었지만 효정이의 심리는 언급되지 않는다. 대신, 어항에 홀로 남아 외톨이가 된 푸른 열대어를 불쌍히 여기는 나리의 심리로 드러난다. “외로워 봤으니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지?” 효정이 자신이 친구들을 따돌려서 괴롭힌 것처럼, 효정이 역시 따돌림으로 외로움을 겪게 되는 건 아니지만, 따돌림 끝에 혼자 남아 처절히 외로움을 느낌과 동시에 반성해야 하는 게 못된 놀이 끝에 돌아온 효정이의 몫일 것이다.

 

이런 책이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너나 할 것 없이 널리 읽혀서, 학교라는 어항 속에서 언젠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따돌림’으로 고민할 아이들에게 때로는 힘이 되고 때로는 따끔한 교훈을 주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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