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 2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오늘, 고양이 간식을 샀다. 살 것이 있어 잡화점에 들어갔다가 애완동물 코너에 눈길이 갔더랬다. 친구가 키우는 강아지를 위한 강아지 간식과 나란히 놓인 고양이 간식 중에, 나도 모르게 고양이 간식을 먼저 집어 들었다. 이 책, 종이우산의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을 읽고 난 후의 변화였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길냥이를 위해 사게 됐는데, 나는 이렇게 캣맘이 되고 내가 주는 고양이 간식을 받아먹을 길냥이는 나의 작은 식객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인연이 ‘오늘도 날 기다릴 거야.’라는 믿음과 ‘오늘도 내게 밥 한 그릇을 내어 줄 거야.’라는 믿음이 만나 생겨난 작은 기적이라는 것도.

 

 

사진을 잘 모르는 나도 잘 찍은 사진이라는게 느껴지는 길냥이 사진과, '이 보다 더 적절할 순 없다' 싶은 글과,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예쁘고 때로는 쓸쓸한 길냥이의 모습이 담긴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사랑스러운 마음이 샘솟는다. 그건 사랑스러운 길냥이의 모습을 기막히게 포착해내고, 잘 담아낸 작가 종이우산의 역량이기도 하지만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고양이의 존재가 본래 사랑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처럼,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고양이를, 나는 언제부터 좋아했던 걸까. 좋아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좋아하고 있구나하고 깨닫게 된 건 정화히 기억난다.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라는 책을 구매했을 때였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좋아해서 눈이 갔지만, 책장을 뒤로하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고양이 듀이의 모습을 보는데 책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88년 1월의 아침, 경제적 위기를 겪으며 희망이 사라져가는 마을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동상에 걸린 채 도서 반납함에 버려진 고양이를 발견한 사람은 이 마을 도서관의 사서 비키 마이런. 알코올중독자였던 남편과 이별하고 외롭게 지내던 그녀는 고양이에게 '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같이 생활하기 시작한다. 이후 듀이는 조용하기만 했던 도서관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둘씩 변화시킨다. 버려진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시골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온 동네를 하나로 묶어준다.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줄거리)

 

그것이 인생이다. 우리 모두가 살다보면 간혹 그렇게 트랙터의 날 사이에 말려들게 된다. 우리 모두 멍이 들고 베이기도 한다. 때로는 날이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몇 군데 긁히고 약간의 피만 흘리고 빠져나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럴 때 당신을 바닥에서 일으켜 꼭 껴안아주며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이야기해주는 누군가가 있느냐는 것이다. 수년간 듀이를 위해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가 남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했다. 듀이가 아프고 춥고 울고 있을 때, 내가 곁에 있었다. 나는 듀이를 안아주었고, 모든 것이 다 잘 되도록 보살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의 일부일 뿐이다. 진정한 진실은 우리가 함께한 긴 세월 중 힘든 날이나, 좋은 날이나, 그리고 사실 우리 인생의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억나지 않는 더 많은 나날 동안 듀이가 나를 안아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듀이는 아직도 나를 껴안고 있다. 고맙다 듀이야. 고맙다. 네가 어디에 있건, 정말로 고맙다.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본문 중에서)

 

듀이의 이야기처럼 버려지고, 길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고양이들로 인해 힘을 얻는다. 나를 기다려주는 존재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그 존재를 내가 더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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