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오야마 준코의 『고양이 변호사』에 대한 첫 인상은 꽤나 수수했다. 고양이에 둘러싸인 한 남자. 차림새를 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제목을 보니 변호사란다. ‘고양이 변호사’. 고양이를 변호해서 붙여진 별명이라는 건 알겠는데, 대체 고양이를 어떻게 변호했기에 고양이 변호사가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고양이 변호사의 이름은 모모세 타로. 도쿄대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졸업한 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초초엘리트다. 하지만 현재는 가난한 사무소에서, 의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갈 곳 없어진 열한 마리의 고양이를 모시며 일하는 노총각 변호사다. 초초엘리트답게 무슨 사건이든 명쾌하게, 그리고 인간미 있게 해결하지만 경영 감각은 제로라 적자에 허덕이기 일쑤. 그러던 어느 날 신데렐라 슈즈라는 큰 구두 회사에서 모처럼 착수금 두둑한 사람 사건을 의뢰받게 되는데, 사연인즉슨 회장의 장례 과정에서 시신을 도난당했다는 것. 뭔가 모자라는 시체 납치범과 초유의 협상을 벌이는 모모세. 이 사건의 진상은 무엇이며 그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가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이 책에 대한 애정이 솟아났던 건, 사실 소설의 전개나 이야기에 앞서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인물의 성격과 윤리관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래부터는 스토리에 대한 직접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피해주시길.]

 

“만사가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쳐다보렴. 그러면 뇌가 뒤로 기울어 두개골과 전두엽 사이에 틈이 생겨. 그 틈에서 신선한 발상이 생겨날 거야.”라고 가르쳐주던 어머니.

“모모세 씨가 회원증을 반납하고 7번 방을 나갔을 때, 이제 당신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여기, 그래요,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천장을 쳐다보고 있더군요. 눈물을 참으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자세가 되더라고요. 어머님이 당신한테 가르쳐준 방법이에요. 만사가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쳐다봐라. 그건 눈물을 참을 수 있는 마법이었던 거예요.”라며 어머니의 가르침을 헤아려 일러주던 아코.

“저 이래 보여도 여기서 일하면서 법률 같은 걸 조금 공부했어요.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뭐, 무슨 말인지 거의 못 알아먹었지만, 이해한 것도 있다고요. 변호사 배지의 의미요. 그거 해바라기를 디자인한 거죠? (중략) 태양을 바라보는 정의와 자유의 꽃이죠. 그러니까 이 문에는 꼭 이 색을 칠해야 해요.”라며 변호사 사무소 문을 매번 노랗게 칠하던, 자식을 잃은 경험이 있던 나나에.

그런 사람들을 주위에 두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갔던 주인공, 초초엘리트 변호사보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변호사 모모세 타로. 모모세의 됨됨이, 주변 인물들의 됨됨이가 내게 있어 이 책을 열심히 읽게 만든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 힘의 바탕에는 저자 오야마 준코의 인성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래도 글에는 그 글을 쓴 사람의 인성이 어떻게든 묻어나는 법이니까.

전업주부 생활 10년 만에 다시 사회로 나왔으나 일할 곳이 없어 고민하던 중, ‘하고 싶은 일을 해보라’는 충고를 받고 작문을 잘하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라 글쓰기에 도전했다는 작가 오야마 준코. 그런 그녀는 어릴 적부터 영웅을 동경했고 어떤 사람이 진정 멋있는 영웅일까를 고심했다고 한다. 그녀의 고심이 있었기에, 초초엘리트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개인적인 면에 있어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대반전의 인물이지만 결코 상처를 피하지 않고 긍적적으로 살아가는 모모세를 통해 ‘열심히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보내는 응원가’라 불리는 소설이 쓰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영웅에게 구해지는 일반인 같은 비주얼을 가졌을지라도 비주얼만으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변호사 모모세 타로의 이야기는 작가 오야마 준코가 바라던 진정 멋있는 영웅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이 고양이 변호사의 이야기로 많은 힘이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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