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 - 놀이하듯 일하는 여성 멘토 13인의 드림 시크릿
김희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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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출근길은 안녕하지 못해서, 이 책 <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를 읽었다. 애석하게도, 나의 출근길은 행복을 찾을 것도 없이 안녕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출근길이 행복한 사람들의 출근길은 어떠하기에 행복한가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에 나오는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작가 김희정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 김희정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처럼 발랄하고 유쾌하면서도 폼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영화 기획자와 자유 기고가로 활동했으나 현재는 동숭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동화와 그림책 만들기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내 일’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이삼십 대 여성들이 하루하루 참고 견디며 일하는 삶이 아닌 춤추듯 즐기며 일하는 삶을 찾기를 바란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천직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이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도 좋지만, 세상엔 사람도 많고 직업도 많으니까.

그렇게 담긴 놀이하듯 일하는 여성 멘토 13인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나의 흥미를 더 북돋았다. 이탈리안 식당 오너, 일러스트레이터, 소설가, 여행 작가, 공예 작가 등 괜히 ‘여성 멘토’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온게 아니구나 싶었다. 내 직업으로 삼진 못해도, 여자라면 충분히 상상했을법한 직업이거나 누군가에겐 여전히 ‘로망’인 직업들이 아니던가. 그 중, 내가 가장 흥미 읽게 읽은 여성 멘토의 이야기는 소설가 정수현의 이야기였다. 그건 아마도 그녀처럼 글을 전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처럼 소설가를 천직으로 삼고 살아가고 싶어서 유독 그녀의 이야기에 끌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로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부러웠지만, 살이 되는 이야기는 ‘소설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꼭지에서 언급된 말이었다.

 

“소설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찌 됐든 책상 앞에 앉아 일정한 시간은 글쓰기에 몰입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어떤 장르의 글을 쓰든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싶다면 몰입하는 연습이 필요하죠. 컨디션에 상관없이 매일같이 자신의 이야기에 살을 보태야 해요.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는 경험이 늘다 보면 그다음부터는 작업이 한결 수월해져요. 그러다 보면 자신의 스타일도 찾게 되고, 이야기에 살을 보태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하게 돼요. 작가적 상상력과 필력도 중요하지만 글쓰기는 우선 노동인 것 같아요. 끈기를 갖고 작업하지 않으면 완성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또 그녀는, 작가라면 피해갈 수 없는 창작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국에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여성 멘토의 이야기를 세세히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난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역시 정수현 작가의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여성 멘토의 이야기가 내게 살이 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좋아라하는 삼청동에 자리한 카페 오시정의 오너 오시정과 떡 카페 희동아 엄마다의 우리 떡 연구가 김희동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고, 일러스트로만 접했던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의 이야기를 읽은 뒤 그녀의 일러스트에 대한 느낌이 새로워졌다. 또, ‘자기 손에 쥔 것들은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그 밖에 있는 것들을 부러워만 한다면 늘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부러움과 질투를 넘어서려면 시도해봐야 한다. 다른 비용을 아끼고 아껴 여행 경비를 만들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 여행 스케줄을 짜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부럽다면 실천하라는 여행 작가 조은정의 말은 정말이지 인상 깊었다. 뒤늦게 발견한 재능이 천직이 되고, 삶의 태도가 직업을 만들며 성격에 꼭 맞는 직업을 만난 여성 멘토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어딘지 모르게 힘이 났다.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그것을 위해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갈 나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행복하진 못해도 어제보다 더 안녕할 수 있는 내일을 위해. 결국엔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나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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