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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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를 읽으면서, 나는 최양일 감독의 영화 <퀼>을 떠올렸다. <퀼>은 맹인안내견과 주변 사람들의 교류를 그린 베스트셀러 <맹인안내견 퀼의 일생(盲導犬クイ-ルの一生)>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처음 <퀼>을 보던 당시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반려 동물을 키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화로 접한 반려 동물이 먼저 떠올랐던 것 같다. <퀼>의 퀼, 『하치 이야기』의 하치, 영화 <블라인드>에서 맹인견으로 등장한 슬기가 그러한 예다. 매체를 통한 내 간접 경험은 직접 반려 동물을 키운 경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매체들을 통해 나는, 반려 동물인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걸 두고 영화로 배웠다고 하는 걸까.ㅎㅎ

 

 

  책 속 구절처럼, 신기하게도 동물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것, 나의 시간과 분위기를 공유하는 존재라는 것, 내가 그들을 충분히 깊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 거라는 것을 나는, 매체 속 반려 동물들을 통해 느끼고, 알았다. 물론 매체는 매체여서, 실화를 다뤘다고 해도 살이 덧붙여진 부분도 있을 것이고, 실화가 아닌 작품도 있는 법이지만 말이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를 컴퓨터를 통해 보지 않고, 단행본으로 접해서 좋았던 점은 책에 수록된 작가의 미공개 에세이를 읽을 수 있다는 매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특히 위 4컷 중 상단 왼쪽 컷의 에세이가 참 와닿았다.

 

  배움의 즐거움 / 반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배움의 연속이다.

  나는 정말 오랫동안 개와 함께 지냈고, 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해왔지만, 지금의 낭낙이는 나에게 또 다른 지식을 요구한다. 그래서 때때로 개가 늙으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검색해 공부를 한다. (생략) 공부를 하는 것은 관심의 적극적인 반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낭낙이를 만나 개에 대해 알고 싶어졌고, 순대를 만나 고양이의 병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공부와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내가 개와 고양이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애정의 증거가 아닐까.

(p.206-7)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는 '배움의 연속'을 깨달았다.공부를 하는 것은 관심의 적극적인 반영이고, 그들에게 느끼는 애정의 증거를 넘어서 내가 이렇게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를 읽는 것 또한 배움의 연속이라는 것을.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우울한 날, 반려 동물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는 건 그들이 작은 몸으로 최선을 다해 위로해주니까 다시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작다고 가볍게 여길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겁 많은 개가 많이 짖고, 환기를 위해 잠시 열어놓은 문으로 많은 강아지들이 밖으로 뛰쳐나가서 유기견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문을 열어놓을 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며, 고양이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등의 '배움'. 반려 동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는 정말 배울 것이 많았다. 나를 바꾼 책이니만큼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정말이지 좋은 책이다.^^

 

 

  영화로 배우고, 글로 배우는 나로서는 정드는 것 또한 다르지 않았다. 나는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순대와 낭낙이에게 제법 많은 정이 들었다. 웹툰이어서 가능했으며, 접한 경로가 비록 책일지라도 말이다.ㅎㅎ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가 연재되면서 순대와 낭낙이, 탁묘 뾰롱이까지 작가님의 사랑을 넘어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를 읽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 사랑이 순대와 낭낙이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지 않을지라도.

 

 

  나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으므로, 옆에 있는 반려 동물을 한 번 더 쓰다듬어 주는 대신, 친한 친구가 키우는 '푸치'와 '땅콩'의 안부를 물어야겠다. ^^

 

p.s. 겉표지를 벗기면 볼 수 있는 온전한 표지. 창문을 통해 순대와 낭낙이를 지켜보다가, 문을 열고 순대와 낭낙이 그리고 작가님이 살고있는 집안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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