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업 Coming Up 1
기선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본 서평을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겨우 공놀이... 근데 말이야. 너, 어? 한 순간에 인생을 걸어봤어? 그 한 순간에 네 인생뿐 아니라 다른 사람 인생, 팀들의 인생까지 다 걸어 봤어? 손바닥이 다 까지도록 방망이 휘둘러봤어? 다 까져가지고, 짓물러가지고 어쩔 수 없이 손등으로 세수 해봤어? 너, 너 하나에 수천만, 수백만 관중이 울고 웃고 해봤냐? 그거 해봤으면 너 가져도 돼. 그 50억."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현재는 스포츠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남자가
4년에 50억을 받고 재계약한 선수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남자에게 받아치던 대사다.
 
<커밍업>을 보면서 위 대사가 생각났던 건,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다른 사람 인생까지 다 걸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 하나에 울고 웃고 하는 사람은 비단 야구선수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보니, 지향이 표정 참 리얼하다.ㅋㅋ)
 
TV에서 연예인들 보면서 감동하고 설레본 적이 없다는 지향이를 방송국에 데려가는 오사장.
음악 방송을 보기 위해 전날부터 방송국에 와서 줄 서고,

앞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3~4일 전부터 와있다는 아이들을 보고
미친 거 아니냐며, 격한 반응을 보이는 지향이의 물음과 오사장의 대답.
 

 "저 애들한테 아이돌은 그런 존재야. 남들이 볼 때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고작' 50분자리 프로그램에 몇십 명이나 되는 스텝들을 보며 놀라는 지향이.

그리고 이어지는 오사장의 대답.
 

 "이 정도는 해줘야 고작 50분 보려고 며칠씩 기다린 사람들이 만족하지 않겠어?"

집에 돌아온 지향이에게 감동했냐며 문자를 보내온 오사장.

그런 오사장의 문자를 보고 지향이는 이런 생각을 한다.
 
"생각보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엄청 잘 추고... 솔직히 말해서 멋있었어. 그동안 아이돌이라고 싸잡아서 욕했던 게 부끄러워질 만큼. 왜 최고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사람들이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도.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도 알겠어. 나 같은 게 허접하다고 비웃을 만한 게 아니었어.
위 장면들을 보면서 나 역시도 지향이처럼 방송국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팬들을 바라보고,

놀라고, 방송국에 들어가
50분짜리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일하는

몇십 명의 스텝들을 바라본 느낌이었다.
이렇듯 지향이의 시선과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역시도 음악 방송 현장에 가본 적이 없고,
현장에서 방송=아이돌을 기다리는 팬이 되본 적이 없으며,

결정적으로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장을 체험해봄으로써 '아이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향이와

그런 지향이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 나.^^
이게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본래 아이돌 팬에게는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만듦과 동시에
아이돌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현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지향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것. 이 부분에서 독자는 작품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소개가 늦었다. 왼쪽부터 지수, 지향, 아영.^^
'본격 걸그룹 만들기 프로젝트'라더니, 위 사진이 본격 걸그룹 된 아이들의 모습이냐고?
아니다.^^; 아이들이 한 때 꿈꿨던 펑크밴드 '고압선' 때의 모습이다.ㅎㅎ

 

매화여고 2학년 1반 성아영, 문지향, ???
서평단으로 받아본 책이라 그런지 몰라도 지수 이름이 빠져있었다ㅠ.ㅠ
내 책만 그런 것인가...T_T 여하튼, 다음 번엔 우리 '우지수' 이름 확실히 넣어주시길!
 
여하튼, 이 세명의 아이들이 우연히 아이돌 프로듀서 오준오를 만나게 되고

펑크밴드 '고압선'을 내려놓고
걸그룹으로 목표를 수정한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트레이닝을 하며

스타 아이돌이 되기 위한 꿈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 <커밍업>이다.^^ 

 

'소효맛사탕'이라는 닉네임으로 팬픽계를 주름잡는 사람이 지수임이 밝혀지고,

걸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한 목표가

단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한 것이냐는 갈등이 그려진다.
 
처음엔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트레이닝하는 과정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칭찬받고, 처음으로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잘하는 것도 있구나... 나도 쓸모가 있구나...

나도 뭔가 열심히 하면 되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지수.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지수가 부러움과 동시에 참 와닿았던 장면이었다.
 
가난한 소속사로 정상적인 데뷔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은,

지망생들을 데뷔시켜주는 신설 아이돌 육성 서바이벌 예능 프로에
출연하게 되고, 1회부터 대대적인 욕을 먹으며 어떤 의미로 화려하게 방송 데뷔를 하게 되는데...

 

 

매일 매일이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재밌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꼈던 처음을 생각하며

무모한 도전을 계속 해 나가기를 응원한다.
 

"너 혹시 이런 말 들어봤니?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현실이 될 꿈을 함께 꾸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위험하지만 그래서 더 값진 모험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껏 설렐 수 있어서 행복했다. ^^
 
 
 
p.s. 

 

4번째 멤버 초희~ 가창력 좋은 초희의 등장으로 좀 더 현실적인 멤버 구성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ㅎㅎ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온라인 미공개 에피소드 <취향의 문제> 도 참 재밌었다.ㅋㅋ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구절 모음.^^

 

 

 

"초등학교 때 사촌 언니를 따라갔던 락페스티발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놨다. 그런 두근 거림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 무대 위의 그 사람은 너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그 사람처럼 눈부신 존재가 되고 싶었어..."

 

"모험은 나한테도 해댱되는 얘기야. 너희는 시간과 열정을 소비하는 거지만, 난 그 둘과 돈을 써야 하는 입장이거든. 너희가 크게 손해 볼 건 없는 것 같은데?"

"...왜요? 왜 우리가 아저씨 모험에 동참해야 하는 건데요? 딱 보기에도 완전 위험해 보이는데? 그 위험을 왜 같이 감수해야 하는데요?"

"위험하지 않은 모험을 모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 혹시 이런 말 들어봤니?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너희들 꿈이랑 내 꿈, 같이 현실로 만들어보지 않을래?"

 

"사람이 뭔가 도전할 땐 실패를 생각하고 하면 안 된대요~"

 

"내가 잘하는 것도 있구나... 나도 쓸모가 있구나... 나도 뭔가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단 말이야. 그래서 나 지금 너무 재밌어... 행복해."

 

- 기선 <커밍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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