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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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는 막다른 골목이지만, 꿈으로 넘어가서 계속 얘기하자고 말해주는 마음. 그게 예술가가 우리에게 심어주는 빛이죠. 안이지 작가님, 당신의 전시가 끝난 후에도 나는 한동안 당신 작품 속에 살고 있을 겁니다. 잘 부탁합니다.

p.148


작가의 책상 위에서 발견되는 것은 잔해뿐이다. 로켓 아랫단의 추진체처럼, 이야기를 중력 너머로 쏘아 올리기 위해 온몸을 불태우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버려지는 존재. 그러므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원본을 찾고 싶다면 독자의 책상으로 건너가야 한다. 우리가 읽던 책의 모서리를 삼각형으로 살짝 접을 때,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거나, 굳이 흔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책 속의 말이 그걸 바라보는 이를 흔들 때, 책은 비로소 원본이 된다. 하나뿐인 진짜가 된다.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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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윤고은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을 읽는 중에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는데 시간차를 두고 이야기 하려니 생각들이 흐릿하게 흩어졌더라. 그래도 한국을 떠나 우여곡절 끝에 로버트 재단에 도착하는 그 고생길 만큼은 두고두고 기억날 것 같다. 전시가 끝난 후에도 작품은 내 속에 살아 있는 법이니까. 흔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책 속의 말이 그걸 바라보는 나를 흔들었으므로 <불타는 작품>이라는 책은 비로소 원본이, 하나뿐인 진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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