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마코토는 이곳에서 날마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전기톱을 잡았을까, 라고 기도는 상상에 잠겼다.

한 그루의 삼나무가 성장하는 50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거기서 그다음 또 다른 50년이라는, 조금 전에 이토가 말해준 그런 이야기를 하라 마코토도 의식했을까. 그 나무를 심은 것은 몇 대 이전의 사람이고, 그가 심은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다시 몇 대 후의 누군가다.

그러한 시간의 한복판에서 그는 출생 후 이곳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어떤 식으로 회상했을까. 아니, 그의 마음속을 차지한 것은 단순히 얼른 일을 끝내고 리에와 두 아이를 보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 그도 온종일 혹사한 몸을 잠자리에 눕히고 곁의 두 아이를 재우면서 자신은 지금 행복하다, 라고 진심으로 곱씹었던 것은 아닐까.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불행이 심상치 않았던 만큼 그건 강렬한 실감이었으리라.

-히라노 게이치로, 한 남자 p.362



영화에서 생략된 키도의 서사를 좀 더 파보고 싶어서 원작소설을 빌려 읽었다.

그런데 나는 소설에서도 저 남자의 이야기가 자꾸 마음이 쓰였다.

두 번의 자살 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기 위해 다시 살았던 남자.

소설을 읽으니 키도가 왜 그리도 저 남자의 그늘을 읽으려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결코 지날 수 없는 계절이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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