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귀자의 <모순>을 읽는다. 양귀자의 소설은 원미동 살던 중학생 시절에 필독서라고 해서 읽었던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이후로 오랜만이다. 살림에서 출간된 표지로 기억하고, 도서관에서 읽었다는 감각만 남아있을 뿐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흐릿하다.

2. 이 책을 읽기 전에 인상 깊었던 부분은 2쇄를 주기로 표지의 색상이 변경된다는 점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건 2판 34쇄로, 흰색과 연두색 조합에 파란색 음각으로 된 색상의 책이다. 가름끈 역시 음각의 색상을 따라서 가름끈을 잡을 때마다 책의 색상에 대해 생각한다.

<모순>으로 독서 모임을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책을 한데 모아서 찍은 사진에 눈이 갔다. 언제 나온 판본이냐에 따라 외형이 다른 점이 재밌었다. <원미동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역시 본문의 기억은 흐릿해질지라도 표지만큼은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의 이름이 안진진인 것까지는 기억하려나.

3. 3장까지 읽은 상태인데 '나는 지금 1998년에 있다...' 는 주문을 외우며 읽는다. 그래도 튕겨나올 땐 1998년에 만든 드라마를 본다고 생각한다. 이질감이 있음에도 가독성이 워낙 좋아서 내일 안으로 읽을 수 있겠다 싶다.

4. 2021년에 사둔 책을 이제야 읽는 이유는 최근에 본 영상(솔의 서재, 좋은 문장에는 돌부리가 있는 것 같아요)에서 누군가 이 책을 추천했기 때문인데 2년 전에 사둔 덕분에 이 책을 당장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짜릿했다. 역시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산 책 중에 읽는 것이다.

5. 3장까지 붙인 플래그 중에 아래의 구절을 기록으로 남겨둔다.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부득불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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