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엔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디에도 기록해두지 않았다.

비어있는 목록을 보고 있으면 바쁜 일상 속에서 독서도 빼먹지 말아야겠다는 강박이 컸다. 그래서 독서를 해도 목록화하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결산할 즈음엔 으레 생각이 나겠거니 하는 믿음도 갖고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하반기부터 독서 기록을 에버노트에서 노션으로 대체했는데, 노션에 기록한 책들만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그때 알았다. 내가 살면서 기억하는 것들은 부지런한 기록에서 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2022 올해의 소설로 파친코를 꼽으려고 했다가,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을 고르게 된 이유도 기록에 있었다. 파친코 1권을 인상 깊게 읽었는데 내가 이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 어떤 부분을 어떻게 인상 깊이 읽었는지 기록해두지 않았던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반납하기 전에 기록해두었던 걸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집 근처 도서관이 아니었어서 반납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기록이 흐지부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구매를 한 상태여서 언제든지 펼쳐볼 수 있지만 초독할 때의 그 생생함은 느끼지 못할 게 분명하다. 고민 끝에 올해의 소설 후보에서 배제했다. 일련의 과정을 겪고 기록의 소중함을 느껴서 올해부터 다시 기록을 해나가려고 한다. 읽어가는 기록은 불렛저널에 하고, 읽은 후에는 노션에. 지난 2년은 조금 설렁설렁 독서했는데 2023년은 각을 잡고 읽어볼 예정! ᕕ( ᐛ )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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