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농작물을 자식에 빗대곤 하죠. 아닌 게 아니라 땅속 깊이 박힌 왕고구마를 캐낼 땐 정말 갓난애를 받아내는 기분이 듭니다. 자식 같은 내 고구마. 아무한테나 못 줍니다.

내 새끼 천덕꾸러기 만들지 않고 존중하며 찌고 삶고 굽고 튀겨줄 사람을 엄선했습니다. 골라놓고 보니 기분 묘했습니다. 내가 평소에 누구를 진정 아끼고 신뢰하는지가 고구마로 인해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따금 그들로부터 이렇게 맛있는 고구마는 처음 먹어본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군고구마처럼 따끈한 기쁨에 목이 메었습니다. 자식이 칭찬받으면 이런 기분인가요. 내 고구마의 가치를 알아주는 자에게는 목숨도 바칠 수 있겠다고까지 생각한 저 자신에게 흠칫 놀라고 말았네요.

들개이빨, 나의 먹이 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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