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결산, 올해의 인물.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다 보면 내가 이걸 보려고 입덕한 게 아닐까? 하는 작품을 만난다. 올해는 음악극 '태일'이 그랬다.

태일을 어떻게 보게 되었더라. 도합 20번 본 뮤지컬 '미드나잇'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트친 분의 후기가 타임라인에 차곡차곡 쌓이는 걸 보고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극이기에 후기가 이렇게 좋은 걸까. 이분이 이렇게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필시 내 마음에 들 거고, 그렇지 않아도 본전이니까 한 번 봐보자.
그렇게 태일을 처음 보던 날. 공연이 끝나고 일어나야 하는데 눈물이 다시 쏟아지는 바람에 다시 주저 앉아 추스르고 일어선 기억이 난다. 처음 계획했던 페어와 전혀 다른 페어로 보게 되었는데, 그 페어가 너무 잘 맞았던 나머지 두 번을 더 보고 보냈다.

때마침 명필름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태일이'도 개봉했다. 이번엔 막내와 함께 챙겨보았다. 음악극 '태일'에서 보지 못했던 태일이의 모습과 평화시장 여공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또 이번주에는 애정하는 프로 '꼬꼬무'에서 전태일 열사를 다뤄준 덕분에 본방사수했다. 태일이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님과 여동생 순덕씨 그리고 친구 3명(김영문, 이승철, 최종인님)의 인터뷰가 담겨서 울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꼬꼬무에서 인상 깊었던 건 1970년 11월 13일 이후의 이야기를 다뤄준 부분이었다. 친구들은 청계피복 노조가 해산할 때까지 10년간 노동자를 위해 싸웠다. 사망한 노동자의 빈소에는 늘 어머니가 계셨다.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에도 어머니는 항상 맨 앞에 있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죽지 말고 싸워라."는 말을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으셨단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들의 곁으로 가는 그날까지 노동자의 어머니로 살다 가신 태일의 어머니와 여전히 태일이의 친구로 살고 계신 친구분들이 있기에 태일이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고, 그 바람은 이어질 것이다.

6월의 어느 날 연극을 보러 갔을 때 광화문 교보문고에 이런 현판이 걸려있었다. 올 여름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 김경인 시인의 <여름의 할 일>이라는 시의 구절이었다. 이 구절을 빌려 이 글을 갈무리한다.

올해 내가 한 일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불꽃을 지켜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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