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 : 그 모든 것이 선생님이 미래의 작가가 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건 아닐까요?

뒤라스 : 난 나를 짓누르는 침묵을 말하게 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열두 살 때인가, 오직 글쓰기만이 방법인 것 같았죠.

(P.24)

토레 : 글쓰기와 현실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나요?

뒤라스 : 모든 작가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자기 자신에 관해 써요. 그들 인생의 핵심 사건인 그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작가가 언뜻 그에게 낯선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그건 늘 그의 자아, 그의 강박과 연관돼 있죠. 마찬가지로 꿈도―프로이트가 말했듯―우리의 에고이즘만을 드러낼 뿐이고요.

작가에게는 두 개의 삶이 있어요. 하나는 하루하루 그를 말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표면적인 자아의 삶, 다른 하나는 늘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휴식을 주지 않는 진정한 자아.

(p.95)


요즘 뮤지컬 '아가사'에 빠져 있어서 그런지 위 구절이 눈에 들었다. 낯선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그건 늘 그의 자아-강박과 연관되어있다는 이야기.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휴식을 주지 않는 진정한 자아 이야기.

뒤라스의 말과 아가사를 나란히 놓고 보니까 감상이 좀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 든다. 뒤라스의 말을 읽을 땐 아가사를 생각하고, 아가사를 볼 땐 뒤라스의 말을 생각하는 2021년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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