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모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정상 연애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경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상이라는 환상을 강화하는 규범은 애인들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곳곳에 스며 있어서, 눈길이 닿는 흐름에 따라 질문을 이어 가다보니 성소수자와 청소년의 욕망과 권리, 가족구성권, 종 차별 문제까지 언급하게 되었다. '두 애인과 살아도 괜찮다'는 비교적 뾰족하던 처음의 메시지는 점점 '누구와 어떤 형태로 함께해도 괜찮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나아갔다. 이 책은 이상한 연애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이상한 세상에서 보고 겪은 다양한 관계의 풍경이다.
(p.13)


타인과 함께 사는 일은 서로의 생활 습관, 집이라는 장소에 대한 인식과 시선의 차이를 알아차리면서 화들짝 놀라는 일이 아닐까. 놀란 뒤 필요한 건 서로에게 맞춰 가려는 의지와 노력이다. 병아리의 말처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정! 말!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노동이라면, 정말 사랑한다는 말은 정말 열심히 노동하겠다는 의지와 같은 말이다.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감정노동, 가사노동, 돌봄노동 등의 다양한 노동을 어느 한쪽만 감수해선 안 된다. 사랑한다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노동이 서로를 살아 있게 하니까. 제발 함께 사랑(노동)해 주세요.
(p.55)


"제가 생각하기에 사랑은 불안을 견디려는 의지인 것 같아요. 제가 작년부터 고양이를 키우는데요, 고양이를 바라보는 제 마음이 사랑과 비슷하다고 느껴요. 고양이를 집에 혼자 두는 시간에 대한 미안함, 온전히 소통할 수 없다는 거리감, 먼저 나를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들을 견디고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하는 일이요. 서로를 믿기로 선택하고 의지를 갖는 일, 불안을 견디는 일이 사랑 아닐까요. 사랑할 때, 상대와 나는 서로에게 하나의 증상이 되잖아요. 서로에게 깊이 관여하고 영향을 미치는. 그런 면에서 사랑은 서로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협상인 것도 같고요."
(p.94-95)



2021년 올해의 에세이로 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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